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툇마루 Oct 12. 2024

<다행히  졸업>을 읽고

여전한 학교 이야기 아홉 편


나의 초등을 뺀 중고등 시절은 맨 앞자리, 조용한 아이, 딱히 힘들지도 즐겁지도 않은. 이 정도의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주초에 자리 선정을 위한 뽑기를 하면, 위치가 적힌 쪽지를 들고 내게 오는 아이들이 꼭 있었다. 맨 앞 줄, 그중에서 특히 "2분단 1-1", "2분단 1-2"와 "3분단 1-1", "3분단 1-2"라고 쓰인 교탁 바로 앞자리를 뽑은 아이들은 누구보다 재빠르게 내게 와 쪽지를 내밀었다. 그러면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내 손의 쪽지와 교환해 주었다. 나보다 키 큰 아이 뒤에 앉아 칠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 빼고 저리 빼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그렇다 보니 나는 늘 긴장 없이 제비를 뽑았고, 언제나 교탁 바로 앞은 내 자리가 되었다. 주로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내 할 일을 하는 아이였다. 존재감이 없는 편이었다 보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면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딱히 어떤 일이 휘말리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졸업>은 순전히 정하는 정세랑 작가의 책을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된 책이었다. 홉 작가의 단편으로 엮어진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했지만, 어쩌면 내 책상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나로서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의 대부분을 몰랐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10대 아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나 영화를 종종 보는 편이다. 그 시기의 아이들의 마음이 자주 궁금하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미치게 답답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선생님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감이 좀 되는 편이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휘몰아치는 일에 속하지는 않더라도, 그 마음속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태풍 몇 개가 오갔을지 헤아려 주고 싶어 진다.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라는 제목을 단 기획의 말에서 김보영 작가는 기획 단계에서 학교를 잘 다닌 작가보다 잘 못 다닌 작가들을 우대해 모셨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비단 학교를 잘 못 다닌 작가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일까 싶다. 제삼자의 시선에는 소설 속 이야기보다 자잘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한가운데 선 아이는 얼마만큼의 강한 비바람을 몸으로 맞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보영 작가는 이렇게 썼다. "서로의 이야기를 모르기에 우리는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에 불행 경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아홉 의 학교 안 이야기를 읽으며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남은 교육의 과제를 읽었다. 공교롭게 겹친 서울시 교육감 선거 시기에 더는 교육이 퇴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