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잘났다. 잠재력, 재능과 끼의 평균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높다는 말이다. 한국의 학생, 운동선수, 화가, 요리사, 사업가, 공무원, 가수, 의사, 변호사, 선생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든 다른 나라에 데려다 놓으면 상위권 안에 들것이라고 자신한다. 약간 과장해서 한국의 평균은 다른 나라의 상위 10퍼센트와 맞먹는다. 인구는 적지만 일당백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난 사람이 넘쳐나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기 위해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이 있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가 그 첫 번째이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우리들의 자존감과 자신감 부족이 그 두 번째이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
잘난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해서 서열이 매겨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참 고생이 많다. 서열이 매겨진다는 말은 정해진 잣대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해야 성공한 삶이라든지 예체능은 돈이 안되고 몸 쓰는 일은 천박하다는 식의 잣대들이다. 이런 잣대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이고 강요하는 편견이다.
정답이 있는 사회, 성공의 잣대가 편협한 사회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성공의 길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은 많으니 일률적인 시험으로 서열을 매길 수밖에 없다. 그런 시스템에서는 패배의식, 무력감, 자괴감이 넘쳐난다. 왜 그림을 잘 그리거나 춤을 잘 추거나 요리를 잘하는 학생이 시험을 잘 치는 학생들보다 못한 사람인가? 인정을 받는 방법이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잘하는 것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존감과 자신감 부족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게 개선되길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무력감, 자괴감, 패배의식에 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서야 변하는 건 없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는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잘난 사람을 배출하기 어렵지만 그걸 극복할 만큼 한국인들은 잘났다.
앞으로 10년 동안 하는 일이 다음의 10년을 결정한다. 소싯적 공고를 다니며 비보잉(B-boying)으로 10대를 보낸 후배가 있다. 같은 열정으로 20대는 전문대를 다니면서 컴퓨터 그래픽 회사도 운영하고 책도 썼다. 30대에는 MIT, 버클리, 하버드에서 연구도 하고 공부도 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컴퓨테이셔널 디자이너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잘 살고 있다 (https://brunch.co.kr/@njnamju/12). 10대를 불태운 비보잉은 우리나라 잣대로 보면 오답자의 삶이었지만 그 후배에게는 현재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원동력이자 열정의 아이템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학력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경력이 조명받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지금까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왜 세바시 강연이나 TED 톡을 보면 수많은 강연자들이 과거의 실패나 좌절 이야기에서 강연을 시작할까? 콤플렉스를 극복했다는 거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했고 그래서 현재의 나로 만들어 냈다는 거다. 그게 성공 스토리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의사, 판사, 공무원, 선생님, 등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요즘 들어서는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 프로게이머, 축구 선수, 스타 셰프 등 다양한 직업들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 좋은 현상이다.
개개인의 관심사와 재능에 따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려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김정기 (라이브 아티스트 &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버스 크루 (한국 최초의 힙합 & 비보이 크루), 김연아 (요리 인플루언서 및 베스트셀러 작가)와 같은 창의융합 인재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현재의 삶이 사회가 강요하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주눅 들지 말자. 현재의 좌절과 실패는 훗날의 성공을 빛내주는 초강력 아이템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