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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Dec 31. 2021

자가격리 해제 전날.

오늘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건소로 향했다. 내일이 자가격리 해제일이라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겪는 자가격리여서 그런지 이번엔 시간이 더 더디게 흘렀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자가격리가 시작되었으니 오늘이 자가격리 9일 차이다. 내일 아침에 검사 결과가 일찍 나온다고 해도 자가격리 해제 시간은 정오라고 안내를 받았다. 내일은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아이들과 외출을 해서 공원을 거나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이라도 먹어야겠다.


이번 자가격리 기간 중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자가격리라니. 이번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했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띵동! 산타 선물 왔어요!''


현관문을 열어보았다. 문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아이의 친구가 적은 크리스마스 카드와  아이들 장난감 선물과 롤케이크가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선물로 받은 로켓 장난감과 예쁜 마론인형 덕분에 즐거워 보였다. 마치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다녀간 것 같았다.


이사를 앞둔 또 다른 언니는 이사 준비를 하느라 바쁜와중에도 우리 둘째 아이를 위해 예쁜 아이 화장대를 두고 갔다.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화장대 앞에 앉아서 공주 왕관 머리띠도 보고 매니큐어. 립스틱도 발라보았다.


친정 엄마는 집 앞에 과일과 야채와 양파 달인 물을 살포시 두고 가셨다. 엄마 가게에 있는 연탄난로에서 올해 처음으로 푹 끓인 양파 물이라고 하셨다. 색이 빨갛고 찐했다.

매해 난로를 설치하시면 양파껍질을 까서 깨끗이 씻어서 뭉근하게 푹 끓여 겨울 내내 몇 통씩 주신다. 아마도 내가 손발이 차기 때문에 끓이시는 것 같다. 마셔보니 색깔만큼 맛도 진했다.

엄마가 달여준 진한 빛깔의 양파물

우리 집 앞에는 사람들이 놓고 간 다양한 선물들과 따뜻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집 밖에 못 나가는 상황이지만 외롭고 답답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좋은 분들로 인해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졌다. 감사한 분들께 보답을 하고 싶어서 얼마 전에 배운 삼베 수세미와 티코스터를 떠보았다. 하루에 하나씩 뜨다 보니 열개 가까이 떴다. 뜨개질을 하다 보니 무료했던 시간도 잘 고, 오랜만에 무언가를 만드는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삼베수세미와 티코스터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예전에는 너무나 평범했던 일상들이 이제는 쉽게 누리기 힘든 일상이 되어버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던 일상. 마스크 없이 편안히 숨 쉬고, 말하고, 뛰어놀던 날들. 아이들과 갔던 즐거웠던 여름휴가.  시절이 참 그립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마치 예전에 보았던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얘기가 현실로 된 기분이다. 2년 가까이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렇게 고통을 받다니. 오늘 밤은 시간이 늦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 내일은 부디 정오가 되면 아이들과 자유롭게 집 밖에 나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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