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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쿡남자 Nov 21. 2022

박사과정 1년을 마치고

영국의 박사과정에 대해서

2021년 9월, 내 인생의 큰 목표였던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박사를 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밟은 학구파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실무가 궁금하고 돈을 벌고 싶어서 학사 졸업 후에 바로 취업하였고, 그럭저럭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조건 등을 생각하면서 이직 준비를 했고, 회사생활에서의 목표였던 공공기관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삶을 살았었다. 그렇게 아무런 목표 없이 편안 삶을 살다가 문득 예전에 꿈꿨던 박사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순간 찾아왔다.


그렇게 난 영국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석사과정을, 그러고 나서 잠시 2년 정도 영국에서 스타트업의 기회를 잡고 회사 운영을 했다가 2021년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석사 때도 그랬지만 사실 영국의 석사 박사과정은 내가 한국에서 상상했던 그런 과정과는 조금 달랐다. 먼저 석사와 박사를 입학하는 학생의 나이였다. 난 당연히 석사와 박사는 회사 경력이 필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학사를 졸업하고 나서 회사를 다니다가 석박사 과정을 가는 것이 정석이라 믿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사를 졸업하고 바로 석사를 시작하고,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에 바로 입학하여 학문연구에 대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우리가 흔히 말해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공부의 감이 떨어지기 전에 말이다.


난 그렇게 남들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내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갔다. 그렇게 석사를 무사히 마치고, 박사과정을 시작했지만 2021년에 코로나는 끝나지 않아 비대면 박사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나의 박사 1년 차, 

영국의 박사과정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할 것이다. 총 크게 3학기로 나눠진다. 쉽게 말해 영국의 학기는 9~12월, 1~3월, 4~7월이라고 보면 된다. 박사과정은 12월에 중간 점검, 6월에 패널 평가 이렇게 두 번의 평가가 있으며 이 평가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박사과정을 지속하지 못한다. 지도교수는 2명이 있다. 메인 교수가 있고 서브 교수가 있어서 메인 교수의 주관적인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준다. 즉, 메인 교수의 의견이 나의 박사과정에 영향을 끼치는데 서브 교수의 감시감독 역할이 크다. 다행히 난 메인 교수보다 서브 교수를 잘 만나서 균형이 잘 잡힌 것 같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내가 많이 들었던 질문은 수업은 어때? 수업이 많아? 이런 식의 박사과정의 수업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박사과정은 수업이 없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진짜 수업이 없다. 학교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정규수업이 없이 3~4년 정도를 혼자 연구만 하게 된다. 다만 온라인으로 내가 부족한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제공된다. 정규수업은 없지만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있기 때문에 내가 하기 나름이다.


1학년 때는 수업이 없는 박사과정이 낯설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연구실조차 오픈되어 있지 않아서 하루의 대부분을 도서관이나,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 보냈다. 그리고 학교 행사도 없었다. 그냥 학교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루 종일 연구(1학년 때는 연구라고 하는 것이 다른 논문을 읽고 내 연구방향을 정하는 일이 대부분이다)를 하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영국인지, 모르겠고, 내가 사회성이 점점 없어지는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과 말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난 9~12월, 1학기를 방황하고 의심하면서 보냈다. 


방황 속에서도 내가 할 일을 하면서 12월에 있는 중간점검은 무사히 마쳤다. 운 좋게 2학년 선배를 잘 만나서 선배가 노하우와 자기가 했던 자료를 공유해줘서 내가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인 12월 중순~1월 초가 지나고 나면 학사/ 석사생들의 중간고사 기간(1월 중순~말, 2주간)이다. 박사생은 이미 12월에 중간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그냥 내가 하던 연구만 하면 된다.


1월부터는 6월까지 1학년 패널 평가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한다. 1학년 때까지 끝내야 하는 목표치가 있다. 흔히 말해 논문의 구조에서 리서치 전 단계까지 마쳐야 한다. 다른 논문을 읽고 내 논문의 방향성을 정하고 약 2만 자 정도를 작성해야 한다. (참고로 졸업 때까지 85000자를 작성해야 함)


글을 쓰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내 논문의 방향성을 지도교수와 미팅을 하면서 내 생각을 교수님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나도 아직 정리가 안됐는데 2~3주마다 있는 교수님 미팅을 준비해야 했고, 그 미팅에서 교수님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교수님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바꿔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교수님을 어떻게 설득시키지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6월까지 정해진 과제를 제출하고 그 과제 대한 패널 평가가 약 1~2시간 정도 진행된다. 처음 해본 패널 평가라서 준비를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잘 넘겼다. 다행히 결과는 통과!


6월 패널 평가 이후, 학교에서 진행한 콘퍼런스에 포스터 부문에 참가했다. 콘퍼런스에서 보통 PT발표를 하는데 포스터 발표는 내 연구를 A1사이즈의 포스터로 요약하여 사람들이 내 구역에 오면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때 박사과정의 학생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말해주고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면서 2학년 때 어떤 식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박사 1학년은 방황과 고민 그리고 다양한 첫 경험들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2학년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렵고 중요한 학년이다. 2학년은 내 연구를 검증하기 위한 단계로 내가 세운 가설에 대해 조사를 통해 입증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조사방법도 안 알려주는데 말이다. 

영국의 장점이자 단점, 아무도 안 알려준다. 내가 공부하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것.


2학년 과정이 기대되고, 떨린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 설렌다. 사실 무섭기도 하다.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때까지 나의 박사 생활에 대한 글을 하나씩 올려보려고 한다. 글을 통해 내 생각도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도 줄 수 도 있고, 한글도 조금씩이라도 사용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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