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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Jan 04. 2024

베를린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 길었지 뭐야.

베를린 비건 여행ㅣ마티나라운지 서편,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여행의 시작은 인천공항



같은 인천공항인데 출국할 때와 귀국할 때 인상은 참 다르다. 여행 떠나기 전의 인천공항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은 (할 수 있다면) 순간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로 번거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내 폰에 남아있는 사진들은 항상 여행 떠나기 전의 인천공항뿐이다.





마티나 라운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서편




인천공항은 수없이 들락날락했지만 라운지는 처음 가봤다. 친구에게 라운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기 때문. 


우리는 탑승 게이트가 가까운 서편 마티나라운지를 이용했는데, 내부가 큰 편이 아니라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덕분에 양옆 사람들 이야기가 다 공유되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없어요. ^^^^)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는 마티나 라운지가 동편, 서편 2개가 있는데, 서편보다는 동편이 훨씬 좋다더라. 마티나 라운지 가려면 동편 가세요.




비건 추정 음식들

마티나 라운지 서편 (23년 12월 기준)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거의 비건으로 추정되고,



샐러드류에서도 비건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몇 개 보였다.



따뜻한 음식 중엔 모둠 채소 구이곤드레 밥이 있어 반가웠고,



튀김류에는 웨지감자김말이가 보였다. (맨 오른쪽은 치즈볼이어서 비건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



빵은 비건으로 보이는 것이 없었고,



과일류는 파인애플, 포도, 냉동 망고가 있었다.



음료도 파워에이드, 진저에일, 탄산수, 블랙커피, 오렌지주스, 식혜, 사과주스, 토마토 주스로 거의 다 비건으로 추정되었고, 술은 와인과 맥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뉴에는 비건 표시가 따로 없어서 짐작해서 담아 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공항에서는 비건 표시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게 나의 생각이긴 하지만)



그리고 초당 순두부가 있었다! (내가 가지러 갔을 때는 거의 다 동이 나서 바닥에 남은 걸 싹싹 긁어 온 상태)

한참 지나도 초당 순두부가 리필되지 않는 걸 보니 음식이 빨리빨리 리필되는 편은 아닌 듯? 



마티나 라운지 서편 기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비건으로 추정되는 음식들

샐러드 몇 가지

채소구이

곤드레 밥

초당 순두부

비빔밥 (버섯, 야채류만 넣어서 비건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음)

웨지감자 (김말이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비건으로 추정할 수 있을지도)

과일

음료


라운지 이용 가격이 39달러인데, 39달러 내고 먹을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료 이용권이나 할인권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는 게 나의 결론.





루프트한자



날 베를린까지 데려다줄 항공사는 루프트한자. 


베를린까지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인천 - 프랑크푸르트 (약 14시간 정도)

프랑크푸르트 - 베를린 (약 1시간 정도)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루프트한자 기내 프로그램, 와이파이



루프트한자 기내 프로그램(AVOD)은 볼만한 게 별로 없었다. 유럽 프로그램도 많고,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있었지만 한글 자막이 거의 다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볼 수 있는 건 한국 영화 정도였는데 종류도 많지 않고 보고 싶은 것도 없어서, 태블릿에 따로 담아간 영상을 보았다. 


14시간 동안 멍 때릴 자신 없다면 휴대기기에 볼만한 영상이나 이북 등을 꼭 다운로드해 가자!



내가 예매했던 당시 루프트한자에서 이벤트 같은 걸 해서 기내 와이파이 무료 이용권을 줬었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비행기에서 와이파이가 얼마나 잘 터질까?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그 의심이 딱 적중했다.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 영상? 당연히 못 보고요, 카톡? 전송하는데 십만 년 걸리고요, 인스타? 꿈도 안 꾸는 게 좋아요.  


처음에 몇 번 시도해 보다가 나중에는 없는 셈 치고 사용 안 했다. 




루프트한자 특별 기내식 신청



비행기 타기 전에 꼭 하는 것, 특별 기내식 신청. 루프트한자 특별 기내식 종류는 아래와 같다.



나는 채식 중에서도 완전 채식으로 신청했다. (루프트한자 홈페이지나 앱에서 신청 가능하다.)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첫 번째 간식 (비건 추정)

비행기가 이륙하면 스낵을 준다. 이때는 배가 안 고파서 안 먹었는데, 나중에 열어보니 프레첼이었다. 짭짤해서 맥주랑 먹기 딱 좋았다.



첫 번째 식사 (비건)

특별 기내식을 신청하면 좋은 점? 제일 먼저 기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거. 대신 주변 사람들의 시선(특별 기내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쟤만 먼저 받는 건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한 번씩 쳐다 봄)은 좀 견뎌야 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커트러리가 일회용품이 아니었다는 것. 루프트한자.. 일회용품 줄이기에 진심이구나?



메인요리는 토마토소스 + 밥 + 커리로, 가지가 들어간 커리는 코코넛 밀크 베이스였고, 토마토소스는 다진 야채와 함께 나왔다. 커리만 있었으면 좀 느끼했을 것 같은데 (코코넛 향 별로 안 좋아해서 코코넛 밀크 베이스 커리 즐기지 않는 내 기준) 토마토소스가 있어서 좋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구운 야채와 토마토, 이걸로 끝인 줄 알았더니 밑에 야채롤 같은 게 있었다! 상큼하니 너무 좋았음.



야무지게 과일까지 다 먹고, 기내식 완밥! (배불러서 빵은 살짝 맛만 봤는데, 따뜻하지 않고 퍽퍽해서 그냥 그랬다.)



두 번째 간식 (논비건 추정)

비행시간이 14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간식을 또 줬다. 초콜릿이었는데 우유가 함유되어서 비건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번째 식사 (비건)

착륙 2시간 전쯤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애피타이저 없이 과일, 물, 빵, 비건스프레드와 메인 요리가 나왔다.



그런데, 메인 요리.. 또 커리예요..??? (뚜껑 열자마자 동공지진)


역시나 코코넛 밀크 베이스의 커리였다... (코코넛 향 그만 맡고 싶다고요 ㅠㅠㅠㅠ) 첫 기내식 커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커리는 고명이 좀 달라졌고 커리 자체도 매콤했다는 것.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춧가루의 매운맛은 아닌데, 인도 커리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이 났다. 그리고 길쭉한 쌀이라는 거. (이 쌀 이름이 뭐더라...)



그나마 두부와 그린빈이 나온 게 다른 점이었는데, 두부는 슴슴해서 밥처럼 먹어야 했고, 그린빈이 의외로 짭조름하니 맛있었다. 



또 커리 나왔다고 불평은 했으나 먹기는 다 먹었다. 커리 양이 많지 않아 밥을 좀 남기긴 했지만.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먹어 보니,

첫 기내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두 번째 기내식에서도 커리가 나와서(맛은 좀 달랐지만) 그게 좀 아쉬웠다.





경유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경유 시간은 1시간 15분으로 짧은 편이었다. 1시간 정도면 경유가 가능하니 항공사에서 이렇게 정해 놨겠지 싶으면서도 은근 걱정이라 인천공항에서 짐 부칠 때 직원분에게 여쭤봤었는데, 한 시간이면 경유하기 충분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럽을 갈 때마다 경유를 했던 나의 경험상 한 시간은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는데, 직원분이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예상시간보다 25분 정도 늦게 도착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할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던 것.


혹시나 베를린행 비행기가 지연되지 않을까 해서 루프트한자 앱을 계속 살펴봐도 출발 15분 전에 게이트를 닫는다는 공지만 떠 있었다. 이 말인즉슨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35분 만에 게이트 앞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왜 그렇게 큰 건지... (옛날옛적 내 기억이 맞았다. 예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공항 진짜 크다고 느꼈었고, 너무 오래전이라 어렴풋이 남아있었는데, 그 기억이 맞았던 것이다...)


진짜 목에 피가 나도록 뛰었다. 누군 비행기 안 놓치려고 죽어라 뛰는데 공항 직원 중 한 명이 그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더라...? (인종차별 같고 참 기분 그렇죠? ^^^^)


예전에도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할 때 입국심사 하는 직원이 나한테 피카츄 좋아하냐고 물어봤었는데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다가 '피카츄'라고 하는 발음도 이상해서 못 알아듣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가 피카츄 좋아하냐는 질문인 거 알고 기분 참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 (프랑크푸르트 공항 왜 이러는 거죠??)



어쨌든, 더 심각했던 건 열심히 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는 것. 입국심사도 해야 하고, 짐 검사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조해하며 줄 기다리다 뛰고, 또 줄 기다리고 뛰기를 반복해서 겨우 게이트 앞에 도착!




사람들이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 놓았다. 아직 게이트는 열리지 않은 것 같아 급했던 화장실도 다녀오고 재정비도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게이트 닫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는데..? 게이트가 닫히기는커녕 열리지도 않는 게 아닌가? 설마 놓친 건가 싶어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네가 탈 비행기 여기서 타는 거 맞는데,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몰라. 그러니 좀 기다려 줘."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 연착될 거면 미리 공지를 해주던가.. 우리는 뭘 위해 그렇게 목에 피가 나도록 뛴 거냐고..




그렇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직원들은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모르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는 공지 (그것도 방송 같은 게 아닌 생목으로)를 간간이 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자니 점점 지치는데, 다른 사람들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언제 뜨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서야 게이트 문이 열렸다..!




베를린행 비행기의 사진이 없는 건, 타자마자 기절했기 때문. 한 시간 정도의 비행이라 기내식은 원래 없었고, 물이나 초콜릿 정도의 간식은 주는 것 같았는데 처음부터 쭉 기절한 상태라 정확히 뭘 줬는지는 모르겠다.





선입견은 안돼,



그래도 도착했다! 베를린!


짐 찾고 공항 나오니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고, 심신이 지친 우리는 그 시간에 다닐 대중교통을 알아볼 체력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우버.



공항을 빠져나와 우버를 불렀는데, 우리가 부른 우버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낯선 번호판을 보며 찾아다니는데, 한 택시 창문이 열리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택시는 바가지 씌운다는 배경지식(동남아 갔을 때 얻어옴)에 프랑크푸르트 경유할 때 인종차별 비스무리한 걸 겪은 경험이 더해져 경계심이 맥스를 찍고 있었던 터라, 택시 아저씨 말도 안 듣고 일단 "NO"부터 내뱉으려던 찰나 우버 어쩌고 하는 게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너 우버 불렀냐고, 여기는 택시 서는 곳이라 우버 없다고. 우버는 건너편에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이름 모를 택시 아저씨 죄송해요. 제가 너무 심신이 지쳐서 친절도 못 알아봤어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길 건너 우버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버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 

우버 불러놓고 바로 안 타면 (=우버 기사가 몇 분 이상 기다리면)

기다리는 수수료 따로 붙어요.

그러니 장소 정확히 알아놓고 우버 부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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