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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건 여행

베를린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 길었지 뭐야.

베를린 비건 여행ㅣ마티나라운지 서편,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by 트망트망



여행의 시작은 인천공항



같은 인천공항인데 출국할 때와 귀국할 때 인상은 참 다르다. 여행 떠나기 전의 인천공항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은 (할 수 있다면) 순간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로 번거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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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폰에 남아있는 사진들은 항상 여행 떠나기 전의 인천공항뿐이다.





마티나 라운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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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수없이 들락날락했지만 라운지는 처음 가봤다. 친구에게 라운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기 때문.


우리는 탑승 게이트가 가까운 서편 마티나라운지를 이용했는데, 내부가 큰 편이 아니라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덕분에 양옆 사람들 이야기가 다 공유되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없어요. ^^^^)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는 마티나 라운지가 동편, 서편 2개가 있는데, 서편보다는 동편이 훨씬 좋다더라. 마티나 라운지 가려면 동편 가세요.




비건 추정 음식들

마티나 라운지 서편 (23년 12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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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거의 비건으로 추정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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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류에서도 비건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몇 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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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식 중엔 모둠 채소 구이곤드레 밥이 있어 반가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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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류에는 웨지감자김말이가 보였다. (맨 오른쪽은 치즈볼이어서 비건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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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비건으로 보이는 것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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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류는 파인애플, 포도, 냉동 망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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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도 파워에이드, 진저에일, 탄산수, 블랙커피, 오렌지주스, 식혜, 사과주스, 토마토 주스로 거의 다 비건으로 추정되었고, 술은 와인과 맥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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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는 비건 표시가 따로 없어서 짐작해서 담아 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공항에서는 비건 표시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게 나의 생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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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초당 순두부가 있었다! (내가 가지러 갔을 때는 거의 다 동이 나서 바닥에 남은 걸 싹싹 긁어 온 상태)

한참 지나도 초당 순두부가 리필되지 않는 걸 보니 음식이 빨리빨리 리필되는 편은 아닌 듯?



마티나 라운지 서편 기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비건으로 추정되는 음식들

샐러드 몇 가지

채소구이

곤드레 밥

초당 순두부

비빔밥 (버섯, 야채류만 넣어서 비건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음)

웨지감자 (김말이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비건으로 추정할 수 있을지도)

과일

음료


라운지 이용 가격이 39달러인데, 39달러 내고 먹을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료 이용권이나 할인권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는 게 나의 결론.





루프트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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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베를린까지 데려다줄 항공사는 루프트한자.


베를린까지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인천 - 프랑크푸르트 (약 14시간 정도)

프랑크푸르트 - 베를린 (약 1시간 정도)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루프트한자 기내 프로그램, 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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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트한자 기내 프로그램(AVOD)은 볼만한 게 별로 없었다. 유럽 프로그램도 많고,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있었지만 한글 자막이 거의 다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볼 수 있는 건 한국 영화 정도였는데 종류도 많지 않고 보고 싶은 것도 없어서, 태블릿에 따로 담아간 영상을 보았다.


14시간 동안 멍 때릴 자신 없다면 휴대기기에 볼만한 영상이나 이북 등을 꼭 다운로드해 가자!



내가 예매했던 당시 루프트한자에서 이벤트 같은 걸 해서 기내 와이파이 무료 이용권을 줬었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비행기에서 와이파이가 얼마나 잘 터질까?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그 의심이 딱 적중했다.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 영상? 당연히 못 보고요, 카톡? 전송하는데 십만 년 걸리고요, 인스타? 꿈도 안 꾸는 게 좋아요.


처음에 몇 번 시도해 보다가 나중에는 없는 셈 치고 사용 안 했다.




루프트한자 특별 기내식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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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기 전에 꼭 하는 것, 특별 기내식 신청. 루프트한자 특별 기내식 종류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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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식 중에서도 완전 채식으로 신청했다. (루프트한자 홈페이지나 앱에서 신청 가능하다.)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첫 번째 간식 (비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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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륙하면 스낵을 준다. 이때는 배가 안 고파서 안 먹었는데, 나중에 열어보니 프레첼이었다. 짭짤해서 맥주랑 먹기 딱 좋았다.



첫 번째 식사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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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내식을 신청하면 좋은 점? 제일 먼저 기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거. 대신 주변 사람들의 시선(특별 기내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쟤만 먼저 받는 건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한 번씩 쳐다 봄)은 좀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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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건, 커트러리가 일회용품이 아니었다는 것. 루프트한자.. 일회용품 줄이기에 진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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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요리는 토마토소스 + 밥 + 커리로, 가지가 들어간 커리는 코코넛 밀크 베이스였고, 토마토소스는 다진 야채와 함께 나왔다. 커리만 있었으면 좀 느끼했을 것 같은데 (코코넛 향 별로 안 좋아해서 코코넛 밀크 베이스 커리 즐기지 않는 내 기준) 토마토소스가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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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로 나온 구운 야채와 토마토, 이걸로 끝인 줄 알았더니 밑에 야채롤 같은 게 있었다! 상큼하니 너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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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과일까지 다 먹고, 기내식 완밥! (배불러서 빵은 살짝 맛만 봤는데, 따뜻하지 않고 퍽퍽해서 그냥 그랬다.)



두 번째 간식 (논비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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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시간이 14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간식을 또 줬다. 초콜릿이었는데 우유가 함유되어서 비건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두 번째 식사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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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2시간 전쯤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애피타이저 없이 과일, 물, 빵, 비건스프레드와 메인 요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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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인 요리.. 또 커리예요..??? (뚜껑 열자마자 동공지진)


역시나 코코넛 밀크 베이스의 커리였다... (코코넛 향 그만 맡고 싶다고요 ㅠㅠㅠㅠ) 첫 기내식 커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커리는 고명이 좀 달라졌고 커리 자체도 매콤했다는 것.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춧가루의 매운맛은 아닌데, 인도 커리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이 났다. 그리고 길쭉한 쌀이라는 거. (이 쌀 이름이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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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두부와 그린빈이 나온 게 다른 점이었는데, 두부는 슴슴해서 밥처럼 먹어야 했고, 그린빈이 의외로 짭조름하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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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커리 나왔다고 불평은 했으나 먹기는 다 먹었다. 커리 양이 많지 않아 밥을 좀 남기긴 했지만.



루프트한자 비건 기내식 먹어 보니,

첫 기내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두 번째 기내식에서도 커리가 나와서(맛은 좀 달랐지만) 그게 좀 아쉬웠다.





경유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경유 시간은 1시간 15분으로 짧은 편이었다. 1시간 정도면 경유가 가능하니 항공사에서 이렇게 정해 놨겠지 싶으면서도 은근 걱정이라 인천공항에서 짐 부칠 때 직원분에게 여쭤봤었는데, 한 시간이면 경유하기 충분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럽을 갈 때마다 경유를 했던 나의 경험상 한 시간은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는데, 직원분이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예상시간보다 25분 정도 늦게 도착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할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던 것.


혹시나 베를린행 비행기가 지연되지 않을까 해서 루프트한자 앱을 계속 살펴봐도 출발 15분 전에 게이트를 닫는다는 공지만 떠 있었다. 이 말인즉슨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35분 만에 게이트 앞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왜 그렇게 큰 건지... (옛날옛적 내 기억이 맞았다. 예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공항 진짜 크다고 느꼈었고, 너무 오래전이라 어렴풋이 남아있었는데, 그 기억이 맞았던 것이다...)


진짜 목에 피가 나도록 뛰었다. 누군 비행기 안 놓치려고 죽어라 뛰는데 공항 직원 중 한 명이 그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더라...? (인종차별 같고 참 기분 그렇죠? ^^^^)


예전에도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할 때 입국심사 하는 직원이 나한테 피카츄 좋아하냐고 물어봤었는데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다가 '피카츄'라고 하는 발음도 이상해서 못 알아듣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가 피카츄 좋아하냐는 질문인 거 알고 기분 참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 (프랑크푸르트 공항 왜 이러는 거죠??)



어쨌든, 더 심각했던 건 열심히 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는 것. 입국심사도 해야 하고, 짐 검사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조해하며 줄 기다리다 뛰고, 또 줄 기다리고 뛰기를 반복해서 겨우 게이트 앞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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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 놓았다. 아직 게이트는 열리지 않은 것 같아 급했던 화장실도 다녀오고 재정비도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게이트 닫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는데..? 게이트가 닫히기는커녕 열리지도 않는 게 아닌가? 설마 놓친 건가 싶어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네가 탈 비행기 여기서 타는 거 맞는데,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몰라. 그러니 좀 기다려 줘."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 연착될 거면 미리 공지를 해주던가.. 우리는 뭘 위해 그렇게 목에 피가 나도록 뛴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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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직원들은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모르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는 공지 (그것도 방송 같은 게 아닌 생목으로)를 간간이 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자니 점점 지치는데, 다른 사람들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언제 뜨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서야 게이트 문이 열렸다..!




베를린행 비행기의 사진이 없는 건, 타자마자 기절했기 때문. 한 시간 정도의 비행이라 기내식은 원래 없었고, 물이나 초콜릿 정도의 간식은 주는 것 같았는데 처음부터 쭉 기절한 상태라 정확히 뭘 줬는지는 모르겠다.





선입견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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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착했다! 베를린!


짐 찾고 공항 나오니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고, 심신이 지친 우리는 그 시간에 다닐 대중교통을 알아볼 체력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우버.



공항을 빠져나와 우버를 불렀는데, 우리가 부른 우버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낯선 번호판을 보며 찾아다니는데, 한 택시 창문이 열리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택시는 바가지 씌운다는 배경지식(동남아 갔을 때 얻어옴)에 프랑크푸르트 경유할 때 인종차별 비스무리한 걸 겪은 경험이 더해져 경계심이 맥스를 찍고 있었던 터라, 택시 아저씨 말도 안 듣고 일단 "NO"부터 내뱉으려던 찰나 우버 어쩌고 하는 게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너 우버 불렀냐고, 여기는 택시 서는 곳이라 우버 없다고. 우버는 건너편에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이름 모를 택시 아저씨 죄송해요. 제가 너무 심신이 지쳐서 친절도 못 알아봤어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길 건너 우버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우버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

우버 불러놓고 바로 안 타면 (=우버 기사가 몇 분 이상 기다리면)

기다리는 수수료 따로 붙어요.

그러니 장소 정확히 알아놓고 우버 부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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