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symbol: '열정의 순간을 전달하는' 프로토타입 제작기
벌써 퇴사한 지 1년이 지났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흐릿했지만, 운동 관련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가진 정도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퇴사를 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여러 시도를 해보긴 했으나 초기 가설 검증 정도의 찍먹의 연속이었다.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문제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나의 모습이 이상하다 못해 현타가 왔다.
어떤 면에서는 큰 실패가 없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나의 모습도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건 미션과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 운동을 해야 할까? 어떻게 운동을 시킬까? 나에게 운동은 무엇이지? 정확하게 나에게 운동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힘들고 운동선수도 아닌 내가 왜 이렇게 스포츠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걸 정의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답이 없는 고민을 연속하던 찰나에 내가 운영하고 있는 SSRC(성수러닝크루)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 친구가 사진작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생각났다.
이 친구는 아무런 보수를 받지 않으면서 러닝크루 세션에 나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수천 장의 사진을 고르고, 편집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러닝 세션에 참가했음을 자랑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진이다 보니 빠르게 전달하기까지 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크루나 세션참가자 역시 고충이 있다.
러닝 세션에서 찍힌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빠르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달받는 세션 참가자는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전달받다 보니 사진을 찾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크루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세션 참가자들이 크루 태그를 한 SNS 포스팅은 크루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보람이자 좋은 홍보수단이다.
위의 내용을 세션 시작부터 한 개인이 SNS에 포스팅까지를 시간순에 맞춰 정리해 보니 무려 15단계가 있었다. 이 단계를 줄여줘 보자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획한 서비스는 단순한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시작했다.
IT 서비스로 만들어 제공하기엔 시간과 돈 등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게 잘 될지 모르니 우선은 일단 손으로 해보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러닝 세션이 끝난 후 작가 친구에게 하루만 더 빠르게 사진 작업을 끝내달라고 부탁한 뒤 사진 공유 링크를 참가자들에게 공유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달라고 했다.
총 20명의 참가자가 있었고 각자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생성해 손으로 일일이 얼굴 별로 구분하여 전달했다. 전달한 링크는 모든 참가자들이 열어보았고, 1명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는 다운로드를 하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통 러닝세션 이후 3일 정도가 지난 후에야 SNS에 업로드하는데 평소 SNS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 SNS에 업로드를 한 사람 중에서는 모두 사진 링크를 전달받은 당일에 업로드를 하는 것을 보았다.
필요한 서비스라고 판단한 뒤 이걸 보다 더 크게 생각해 보기로 하니까 크루에도 좋지만 마라톤 대회에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면 많은 사진작가들로부터 수 만장의 사진이 공유된다. 이 사진을 찾는 데에 최소 1시간이 걸리는데 이마저도 이 시간을 들인다고 내 사진을 다 찾아지지도 않고 몇 개를 발견하더라도 이게 다 찾은 것인지 더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서울 국제 마라톤(2024.03.17)이 2주 앞에 있어 이 대회를 첫 타깃으로 하여 서울하프마라톤(2024.04.28)까지 를 타깃으로 두 대회를 대상으로 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목표는 단순했다.
얼굴 인식으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본인 얼굴이 나온 사진만을 찾아주는 서비스였다.
기간이 많이 않다 보니 검증해야 할 부분에만 집중하자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사진을 올리는 것도 만들 시간이 없어서 기존대로 링크를 받으면 직접 서버에 올리기로 했다.
서버는 AWS Lambda로 api를 만들고 얼굴 인식 기술은 AWS Rekognition을 사용했다. 이미지를 전송해야 하는 서비스이므로 캐시처리나 CDN 등 의 작업 등은 필수로 함께해야 했다.
고객이 사용하게 될 서비스는 모바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iOS, Android 둘 다 지원하기 위해 flutter를 사용했다.
그렇다 사실 나는 일반인 백엔드 엔지니어 출신이다.
Flutter는 컨셉을 확인하고 Dart 문법 조금 보니까 이해가 갔고 무엇보다 나에겐 GPT라는 훌륭한 조수가 있다.
디자인은 내게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조악하지만 최대한 직관적으로 만드려고 노력했다. UI/UX 관련분들이 보면 정말 혼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발한 덕에 다행히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당일 아침에 완성했다. 서울 국제 마라톤 때에는 몇몇 버그가 제보되었고 그중에 안드로이드 로그인이 작동하지 않는 크리티컬 한 버그도 있었지만 버그가 접수될 때마다 바로 수정하고 재배포를 했다.
서비스 릴리즈 후에는 별도 paid 마케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우선 작가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는 글을 준비했고 러닝크루를 오래 운영한 덕에 알게 된 러닝 작가 몇 분에게 전달하니 금방 다른 작가분들께도 전달됐다.
서울국제마라톤 사진작가 전달 메시지
서울하프마라톤 사진작가 전달 메시지
두 대회에 제공하면서 러너라면 알게 된 서비스가 됐고 서비스는 사진작가님들과 유저 모두에게서 굉장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
작가분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시기도 했고 많은 러닝크루와 러닝 관련된 커뮤니티에서 좋게 입소문이 퍼졌다. 나중에 들었는데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게시글이 만들어져 바이럴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조금 더 성과를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37분의 작가분께서 작업한 사진 링크를 공유해 주셨고 약 5만 장의 사진을 전달받았다.
시간 상 데이터 트래킹 툴은 붙이지 못해 단순 접속자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paid 마케팅은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준(24.05.03)으로 organic traffic으로 약 3,301 명의 유저가 가입했고 8,000회 이상의 사진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iOS 기준 ‘사진 및 비디오’ 카테고리에서 19위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수치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본인의 사진을 찾는데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되던 일을 1초 정도로 줄여줌으로써 최소 8,000 시간 이상을 줄여줬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이전에 다른 서비스들을 런칭했을 땐 “내 서비스 한 번만 사용해봐 주세요”와 같은 어떻게 서비스를 알릴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정확한 타깃 고객이 있고 그 타깃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필요한 사람들끼리 알아서 입소문내어 공유하고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가끔 #오운완 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 찍으러 헬스장 갔냐”, “운동하러 가는데 화장을 왜 하냐”는 등 …
운동이라는 게 당연히 신체적 건강함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나조차도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땐 운동을 독려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운동 서비스를 만들겠다라고 말하고 다니던 사람이 사진 유틸리티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번이 두 번째 페이즈였다.
첫 번째 페이즈는 각 운동 크루가 가지고 있는 로고를 사진에 마킹해 주는 피처를 담았고
현재 페이즈의 서비스는 다른 곳에서 기획된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의 열정을 담는 서비스였다.
그리고 다음 페이즈로는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이벤트가 내 서비스에서부터 제공되길 바란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음 피처를 고민하고 있다.
나는 “보다 더 편한 삶”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는 “보다 건강한 삶”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 방법을 찾아 서비스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포츠가 있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