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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그 사람 머리 위의 음표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한다고 해서 실제로 무슨 힘이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날 이런 말을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면

그 사람 머리 위에 음표들이 떠다닌다고.


예전에 엄마 동창 아들이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굴도 모르지만 내 또래쯤 되었을텐데 싶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

종교는 없지만 얼른 나아서 일어 나라고 기도를 했었다.


기도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고 무슨 힘이 있을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를 위해 기도한다는 걸 알까.


그런데 나중에

'기도를 하면 그 사람 머리 위에 음표들이 떠다닌다'는

말을 듣고 그때 기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기도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뭔가 더 위로가 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사람 머리 위의 음표정도.

그 정도면 됐다.


시간이 지나고 엄마 친구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년에는 집에 지네랑 벌레들이 많이 나와서

현관문 앞이나 집마당에 지네약을 뿌렸었다.

지네가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집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약이었다. 약을 뿌린 뒤로 마당에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고 벌레들도 안 나타났다.


근데  그 후로 우리 집에 종종 오던

주인댁 고양이 고엽이도 안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고엽이가 혹시 지네약 때문에 어떻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고엽이는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났다.


밭에 채소 껍질을 버리러 나오신 주인아주머니 옆에서

발라당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나는 고엽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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