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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빵의 나라

'빵의 나라'라는 빵집에서 한 번씩 광고 문자가 온다.

전혀 가본 적 없는 빵집인데 번호가 잘못 입력된 것 같다.


도대체 빵의 나라가 어디인가 했더니 부산에 있는 빵집이다.

문자가 올 때마다 부산에 가게 면 뭔가 운명처럼

한번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 이상 문자가 안 오게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두고

있는 건 '빵의 나라'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볼 수 없는 먼 곳의 빵집에서 세일한다는 빵은

어떤 빵일까 상상해 보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다.


빵집 이름이라고 생각 안 하고 마치 만화 속처럼

빵의 나라를 생각한다.

난 우울하면 빵이 먹고 싶은데 빵의 나라는 얼마나 좋을까!


어스름할 때 마당에 있는데

뭐가 얼굴 근처를 날아다녀서 손으로 휘휘 쫓았다.

근데 옆에서 엄마가

"너 방금 뭐 쫓은 줄 알아? 말벌이야"라고 했다.

말벌인 줄 몰랐는데 큰일 날 뻔했다.


처마 밑을 봤더니 벌이 집을 지어놨다.

마른 연밥처럼 생긴 작은 벌집.

벌이 있어서 못 떼다가 벌이 없을 때 벌집을 떼어냈다.


조금 있다가 벌이 돌아와서는 집을 찾았다.

집에 왔는데 집이 없어져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벌이 갈 곳을 잃고 접시꽃 잎에 앉았다가 밭을 기어 다녔다.


숙모가 편찮으셨다고 해서 사촌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나는 전화를 어려워한다. 더욱이 사촌은

얼굴 본지도 오래됐고 먼저 전화한 적도 처음이라

전화를 거는데 더 용기가 필요했다.


만나면 잘 지내긴 하지만 통화를 한 적은

두 번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내성적이라 친척들도 오랜만에 보면 어색한데

얘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나랑 동갑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먼저 장난도 쳐주고  막대해줘서 편한 것 같다.

앉혀 놓으면 혼자서 말도 잘한다.

남자 앤 데도 말을 많이 해서 나 같은 조용이가 말을 많이

안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생각해보니까 어릴 때부터 항상 먼저 놀자고 하고

먼저 놀러 오고 대학 때 밥도 사주고 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고맙다. 


숙모도 괜찮으시다고 해서 다행이다.


마음속에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체크표시를

할 수 있게 됐다.



여름 비처럼 비가 내렸던 날.

그치나 싶었는데 갑자기 굵은 비가 다시 쏟아졌다.

어떤 사람이 빗속을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지나갔다.

그 사람도 비 같았다.



저번에는 저녁 운동을 갔는데

저수지에서 밤낚시하는 걸 처음 봤다.


저수지에 야광 찌들이 동동 떠있었다.

꼭 별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야광찌에 감동하면 조금 그렇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파도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까만 어둠이

바다와는 또 다른 저수지의 매력인 것 같았다.


야광찌만 동동 띄워보고 싶어서 처음으로 낚시를,

밤낚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에도 누가 낚시를 하는지 별이 동동 떠있었다.



별똥별 그거 진짜 누가 낚싯대를 던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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