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Jan 06. 2024

[나의무용이야기] 오늘의 단어는 변주.


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조화였다. 특히 알베르티가 이야기한 조화의 세 요소, 즉 수적인 비례, 기하학적 형식, 완결적 배열이 기본이 된 변화가 이루어졌다. 기둥의 비례나 형식 혹은 배열을 바꿔보는 것이다. 기둥의 길이와 너비를 조절하거나 원형기둥을 사각기둥으로 변형하거나 기둥을 벽과 일체화시킨 벽기둥으로 만들었다. 또한 기둥을 두 개씩 나란히 배열하거나 벽기둥과 독립기둥을 동시에 배열했고 층마다 다른 양식의 기둥을 배열하기도 했다.


팔라디오가 다양한 요소들의 조화를 위해 비례, 배열, 형식에 변주를 준 것을 알 수 있다.


- 최경철 <유럽의 시간을 걷다> 중에서



요 근래 움직임을 만들때마다 정신적인 자극이라든지 영감같은 것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자주 느꼈다. 꺼내쓰고 꺼내써서 바닥을 드러내는 느낌. 책으로 글로 음악으로 물을 부어주어도 부족하다. 온전히 흠뻑 물에 잠기고 싶은데 잠길만하면 끌어다 당겨서 물을 대는 느낌이라 갈증이 자주 났다.



움직이다보면 내가 잘 가는 길, 흔한 길로 주로 가게 된다. 내가 잘 가게 되는 그 몸의 길을 부여잡고 멈춰세우고 또 거기에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 가며 뭔가 다른 길은 없나 뭔가 다른 방식은 없나 찾아본다. 나도 모르게 다른 길이 번쩍 하고 나오면, 그리고 그것이 내가 무의식적으로 찾았던 그 무언가였다라는 것이 알아차려질 때 그때는 정말 재밌다. 그 과정이 보통은 쉽지는 않지만, 정신이 풍부하고 고양되어 있을 때에 가끔씩은 툭툭 나오기도 한다. 그다지 정신상태가 좋지 않을 때라도 이리 저리 쥐어짜고 움직이면 또 그럭저럭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요 근래에는 정말 끈질기게도 개인적으로 내게는 흔해빠지고 재미없는 길만 나오는 것이다. 두시간 내내 움직임 한 마디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날이 더러 있었다.



오늘 책을 읽다가 변주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왔다. 비례, 배열, 형식에 변화를 주는 변주 말이다. 르네상스시대의 건축가들도 기둥을 두개씩 배열하기도 하고 원형기둥이나 벽기둥등으로 변주를 주었단다. 무언가 큰 어떤 새로운 것을 발출시키려고 하지말고, 그저 한개를 두개로 배열하듯, 너비와 길이를 조절하듯 작은 것들에서 시작해보자. 또 흔하고 비슷한 길, 재미없는 길 나왔다며 그저 버리고 무시하지 말고, 그 안에서 작고 사사로운 것들을 조금씩 변주해보기로 하자.

크고 엄청난 것 말고, 작고 사사로운 것들을 조금씩 바꿔보기.




작가의 이전글 [나의무용이야기] 간만에 검을 뽑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