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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Jan 08. 2024

[나의무용이야기] 대립면의 긴장 속 줄타기.


땅이 끊임없이 안정을 유지하려고만 하면 장차 쪼개질 것이며... (중략) 계곡이 끊임없이 꽉 채우려고만 들면 장차 말라버릴 것이며 만물이 끊임없이 살려고만 하면 장차 소멸하게 될 것이고


_ 노자의 도덕경 중




경계가 모호한 것 그 자체가 세계의 실상이다... 이 모호함을 분명함이나 명료함으로 개선하려는 순간 세계의 실상과는 멀어지게 된다. 모호함은 명료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품어버려야 할 것이다...


만일 대립면 사이에서 오는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그쪽으로만 치달으려고 하면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동작이든 대립면의 긴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깨지고 만다 _ 최진석




세계의 진실은 분명함과 명료성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모호함이다. 가끔 삶은 너무나 불안하고 불확정적이고 압도적으로 거대해서 대체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 정신을 어떻게 다스리면서 살아야 하는지 암담하다. 뚜렷하게 정해진 답이나 방법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찌된 게 어른이 되고서부터의 삶의 모든 것이 미스테리다.



삶의 모든 면에는 항상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하고 상승과 하강이 함께 존재한다. 기쁨과 슬픔이 만남과 헤어짐이 밝음과 어두움이.

이건 좋은 것, 저건 나쁜 것 이렇게 칼로 무 자르듯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해버리면 불안도 없고 혼돈도 없고 세계는 분명하고 견고해진다. 그러나 세계의 실상은 분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분명하지 않으니 늘 그 안에서 불안해서 버둥거린다. 이것도 확실치 않고 저것도 확실치 않다. 어떨때는 이게 들어맞고 또 어떨때는 이게 들어맞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늘 다르다. 세상이 원래 이렇게도 복잡했던 것인가... 작년 나는 40이 되었건만 세상에 처음 태어난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암담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버둥거리던 날들이 좀 있었다.



세계는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이다. 그래서 긴장하고 불안에 떤다. 그걸 피하려고 한 편으로 치우친다. 그때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오히려 긴장과 불안을 품어버리라고 말한다.

춤도 그렇다. 동작적, 정서적 측면에서 떨림과 모호함이 있을 때 춤은 훨씬 생명력있고 진실하게 느껴진다. 일부터 백까지 모든것이 너무나도 깔끔하고 분명하게 정해지거나 안전하면 재미가 없다. 영감을 받지 못하고 감화되지 못한다. 그렇게 자칫하다가는 어느새 정해진 틀만 수행하는 껍데기만 남는 수가 있다.



모든 동작 속에서 대립면의 긴장을 유지하지 않으면 춤은 깨진다. 호흡이든 에너지든 정서든, 각 요소의 극대와 극소의 대립면에서 상황을 보며 줄타기를 해야 한다. 긴장과 떨림 속에서 부단히 신체와 정신을 조절하고 절제한다. 그 절제를 통한 탄성으로 그 다음 동작은 새롭게 생성된다.




모호함과 경계. 대립면. 긴장. 조절 및 절제. 탄성 ->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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