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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Jan 17. 2024

[나의무용이야기] 아름다움이란 외적인 조형미가 아니라,

가수가 옛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를 때 가끔 듣기 불편한 경우가 있다. 편곡 재주에는 놀라면서도 덧붙인 장식이 감동보다 얕은 느낌을 줄 때 그렇다. 원곡을 지나치게 꾸며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면 도리어 감정의 흐름을 흩어버린다. 꾸밈음이 거슬리는 탓인데, 지나치게 감상적인 표현이 도리어 감수성을 해치는 것이다. 예술은 치장하고 꾸미는 장식과 다르다. 드물게 장식을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데코레이션은 덧붙이로 시각적인 자극은 줄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한다...금은보석으로 꾸며 만든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기보다는 장신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화려할지는 몰라도 꾸밈은 말 그대로 미화할 뿐이다...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꾸밈과는 거리가 멀다.



바우하우스는 장식을 제한하면서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길로 들어갔다. 장식은 그 현란함으로 상상력을 묶어버린다. 생명이란 불필요한 꾸밈을 제거하는 작용이다.



차츰 대상을 핵심만 담으며 단순하게 그려본다. 막연히 봤을 때의 모습과는 달라지면서 일종의 변형이 생기는 것인데, 이 변형은 의미가 생산되는 과정이다. 현대 미술이 그랬듯이, 나중에는 어쩌면 도형이나 선 하나로 표현이 가능하다. 대상의 외형을 뚫고 들어가 그 외형을 만드는 내면을 그리게 된다. 대상의 본질을 그림에 담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그것이 왜 나를 끌었는지, 그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러니 나를 끈 대상을 통해서 그것에 끌린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_ 오종우, 예술적 상상력중에




아름다움이란 외적인 조형미가 아니라 충일하는 생명력이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어떤 존재에게서 생동하는 생명을 느낄 때, 그 존재를 아름답다고 느낀다. 생명은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은 존재 그 자체이다. 가장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진짜 자기존재, 생명 그 자체가 온전히 드러날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비주얼적으로 예쁘고 멋있다의 수준을 뛰어넘은 여기에서 감동과 울림이 생긴다.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진짜 자기가 약할 때, 충만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힘을 보충하려 한다. 외부적인 것들로. 불필요하고 번잡스런 것들로. 마치 그것들이 허약한 자기존재를 커버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믿으면서 말이다.



춤을 출 때도 정말이지 그렇다.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진짜 자기, 생명, 존재에서 몸짓이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번잡스럽고 불필요하고 현란한 것들이 들어간다. 간결한 진실을 담기보다 화려한 살을 덧붙인다. 진짜가 못받쳐주니 조미료를 치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깐 빠르고 가벼운 눈에는 그것이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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