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Mar 03. 2024

튀르키예 여행 후 현기증.

여기는 어디일까?


16시간을 내리 잤고 여기가 이스탄불인지 서울인지 나는 아직도 현기증이 난다.

엊그제만 해도 이스탄불 숙소 근처 밤거리를 쏘다니고 있었던 나는 이제 너무도 익숙한 내 책상앞에 앉아있다.

내가 이스탄불에 있긴 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란 문을 닫고 땅으로 내려올때마다 드는 몽환적이며 헛헛하고도 익숙한 이 느낌.


언제 어딜가나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관광대도시.

두터운 바다를 낀 이스탄불은 날생선이 팔딱대는 것 같은 엄청난 에너지로 내게 다가왔다. 광대한 이 도시를 알아가기엔 일주일정도로는 정말 택도 없었다. 이 드넓고 다채로운 삶의 현장에서 나는 그저 얕은 표면이나 훑을 뿐이었다.

이스탄불에 왔어도 나는 이스탄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좀 무력했다. 아니 이 광대한 크기에 눌려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그러고보면 한 인간의 생의 공간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이렇게 광대하고 압도적인 지구 땅에서 한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시공간과 경험은 참 협소하고 분절적인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가벼움과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느낌에 사로잡히기에는 여행기간이 짧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어쩐지 내 마음상태가 그런 감정들과 대면할 수 없는 곳에 있었나보다. 여행지에서의 관조적 고요함이라든지 몽환성, 비현실성에 빠져들 새가 없었다. 오히려 내 눈엔 이곳 사람들의 현실이 너무도 생생하게 포착되는 것이었다.


가벼워지려고 갔지만, 가벼워지지 못했다.

비현실성을 갈구했지만, 너무도 선명하고 강렬하게도 현실을 만났다.



작가의 이전글 무용은 점점 강박과 집착이 되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