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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Mar 18. 2024

무용,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종종 춤이란 것이 무엇인지, 춤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완전히 새하얀 백지가 된 것처럼 아찔해질 때가 있다.

그동안 그렇게 춤을 춰오고, 수업을 했어도 어떤날에는 일순간 다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렇게도 낯설고 생경하게 느끼는 것이다.

대체 그동안 춤은 어떻게 추고 수업은 어떻게 해온거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럴때면 나는 갑자기 두려워지고 불안해진다.


 

딱 정해져있는 완벽한 정석의 길, 정석이나 설명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옳고 그른 길은 없다. 자신만의 방식을 탐구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야 하는 것 뿐이다. 궁극적으로 드넓은 바다로 다다르는 수만가지의 물줄기만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나는 가끔 이 정해지지 않은 무한하고 광대한 움직임 세계 속에서 무엇을 잡아 춤춰야 하는 건지, 혹은 내가 하는 이 방식이 뭔가 제대로 된 것이긴 하는지 갑자기 혼돈에 빠진다. 수업할 때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전달해주고 어디로 이끌어야 "잘하는" 것인지 옳고 틀린 것도 없고, 분별할 길도 없으니 또 혼돈에 빠지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싹 변한 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나는 아찔해지고 불안해진다. 내가 이것을 아노라고 큰소리내어 말할 수가 없게 된다. 겨우 발등 주위를 비추는 작은 불을 의지해 밤길 천리길을 바지런히 헤쳐가는 사람처럼 마음은 낮고 성실해진다. 조심스러워진다.

어차피 나는 무한하게 열린 춤의 세계 속에서 티끌정도나 알고 있을 뿐이다. 잘 모르니까 그저 하루하루 조심스럽게, 하지만 진실하고 용기있게 춤추어 나가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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