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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경 Apr 27. 2022

2022년 비움기록_03. 인정

나는 당신의 인정이 필요하지 않다

0.

직장에서의 나는, 상사가 구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직원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란 것이, 내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좀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남들이 퇴근하고 난 뒤에 홀로 야근을 하거나,

사적인 약속을 제쳐두고 일을 우선시 하면서..  내심  굉장히 뿌듯해했다.



1.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게으른 내 자신을 토닥이면서 열심히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 무엇이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마음은, 

타인의 인정을 90% 이상 필요로 하는 미숙한 욕망이었던 것 같다.


더 인정을 받는 동료가 나타나면.. 상대적으로 내가 저평가되나 싶어서

어마어마한 불안감이 휘몰아쳤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전혀 신이 나지 않아서,

여가를 즐기거나 자기 일을 하는 동료에게 미움이 크게 생기기도 했다.

정말 좋아라 하는 일이라면 여가를 즐기는 주변인이 밉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런 욕심을 꿰뚫어보는 상사를 만나면, 

인정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약점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일은 일대로 하고, 인정에 계속 목마르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2.

네 번째 직장에 오고나서야 타인의 인정을 갈망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네 번째 직장에서의 나는, 인정받기 어려운 사람이어서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사람들과 친해지려 애를 쓰고, 자원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해도

투자 대비 10퍼센트의 수익이 있을까 말까 한.. 위치이다.

물론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목표한 일의 성과는 달성할 수 있다.


이직 후 처음에는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소속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충돌을 겪으며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타인을 과대평가하거나 평가절하하지도 않고,

타인에 의해 나의 목표나 성향을 바꾸지도 않는다.


원하는 것을 성취했는가, 에 따라 시간과 노력의 가치는 결정되는 것이고

그 외의 타인의 기분이나 판단이나 친절은 필요하지 않음을 매일 되뇌인다.



3.

물건을 버리는 것만큼 버리고 정비해야 할 마음이 한가득이다.

늙고 병들고 가난해지는 때에도, 내 자신이 굳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상황이 초라하더라도 의연한 정신과 삶의 태도를 통해 단정한 생활을 유지하고,

주눅들거나 들뜨지 않기 위해서이다.

모든 일의 본질에 적합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지, 무엇을 버릴 것인지

계속 고민한다.



4.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는 마음은, 버려야 할 어리고 미숙한 모습이다.

직장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업무의 성과이고, 때로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사적 생활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내 자신의 복지이고, 스스로의 인정과 감사이다.


늘 되새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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