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주에는 +3, 두 번째 주엔 +7, 세 번째 주엔 +1, 마지막 주엔 -8인 것은?”
(힌트) 집에 오면 +9가 된다.
정답은 이번 달 비행하는 곳의 시간대다.
비행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매년 치러야 하는 평가비행이나 시뮬레이터 테스트가 아니다. 시차가 계속 바뀌는 사이 밤샘 비행을 해야 하는 피로,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사고가 이상하게 크게 났다면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음주운전이거나, 졸음운전이거나. 졸음이 음주상태와 비슷할 만큼 돌발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조종사의 피로는 비행안전에 가장 큰 위협요소 중 하나다.
동남아 2박 3일 비행 패턴은 이렇다. 저녁에 출발해 자정 무렵 도착하고, 현지에서 24시간을 쉰 후 다시 밤샘 비행으로 돌아와 해 뜰 무렵 착륙한다.
이 패턴에서 가장 가장 피곤한 순간은 한국 영공으로 들어올 즈음 정면으로 뜨는 해를 마주할 때다. 밤새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 햇빛을 마주하는 순간 찾아오는 몽롱함, 비틀비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상태에서 조종사는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착륙조작을 해야 한다.
커피를 들이부으며 머리보다는 몸의 기억에 의지해 착륙하지만, 집에 오면 긴장의 잔재와 잉여 카페인의 영향으로 바로 잠들 수 없다. 이래저래 시차적응을 위해 하루를 통째로 날리게 된다.
대형기 부기장이 된 후 매번 깨지는 루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라클 모닝을 하며 새벽을 시작하고, 명상과 아침 독서의 장점을 알았던 터라 마음이 더 조급했지만 그렇게 하다간 제 명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차적응이라는 말은 있어도 시차극복이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고민하던 나는 프로야구 선발투수의 루틴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략 5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선발투수는 등판하지 않는 4일간의 루틴이 모듈화 되어 있다. 던지고 난 다음날은 회복에 집중하며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의 운동을 하고 이틀 째부터 토스와 러닝을 시작하며 다음 등판일에 맞추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도 밤샘 비행으로 들어온 날을 회복일로 삼기로 했다. 걷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만 하고 매일 한 편씩 쓰던 글도 그날만큼은 집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 놀라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줄었고 짜증도 함께 사라졌다. 결국 깨달았다. 이 리듬이 나에게 맞는 공전주기라는 것을.
누군가는 수성처럼 빠르게 돌며 살아야 하고, 또 누군가는 목성이나 토성처럼 천천히 돌아야 편안하다.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일 필요도, 모든 사람이 빠른 리듬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나만의 리듬'을 찾는 일,
나에게 맞는 공전궤도를 발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