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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Mar 09. 2023

민들레 홑씨


그리움과 책임감은 꽤나 닮았고 어깨는 축 처져 가라앉는다. 날씨는 흐리고 빗방울은 터벅터벅 아스팔트 바닥 위에 자취를 남긴다. 무지함과 과한 욕심에 중심은 기괴하게 뒤틀렸고 나는 제대로 서 있기도 앉아있기도 어려웠다. 고개는 주로 바닥을 향했고 사람들은 내 뒷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느꼈다. 주위의 온기와 기척은 가끔 불편하고 소란스러웠으며, 그럴 때일수록 아무렴 혼자가 좋을 것 같다 생각했다.



초록색과 하얀색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찾은 건 온통 회색뿐이었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어둡게 짙어진 길거리엔 적막과 나 오직 둘뿐이다. 고독과 외로움, 공허함과 같은 속은 텅 비어있지만 무게감 있는 감정들을 하루하루 온전히 마주하게 되는 시간에 난 다시 한번 갈피를 잃는다. 벤치에 앉아 멀어지는 연기를 보며 함께 멀어지는 이들이 겹쳐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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