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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엄마'

엄마는 어제 또 잠을 잘 못 잤어

by 나리다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몇 번이나 불면을 소재로 글을 써놓고 또 이런 첫 문장으로 글을 쓰는 꼴이, 어쩌면 당장 병원에 가서 수면유도제를 타다 먹어야 하는 사람처럼 위태해 보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틀 전엔 새벽에 깨서 무심코 클릭한 웹툰이 재밌는 바람에 못 잤다.

(사랑하는 연인이 내 가족 같던 사람을 살해했다는 걸 알고, 온몸을 다 바쳐 복수하는 내용의 스릴러물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가 모종의 이유로 죽었고, 그게 그 남자친구와 관련되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런데 그 엄마가 사실은...)


다음 날은, 애가 새벽 두 시부터 한 시간가량 모기 물린 양쪽 다리에 대해 이런저런 요구를 해오는 바람에 못 잤다.

가렵다기에 약도 발라주고 얼음찜질도 해주었다.

내가 졸음이 들랑 말랑 하여 얼음을 놓치면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어 제 위치에 돌려놓았다.

나중엔 모기 물린 아이의 양다리를 붙잡고 ‘이제 제발 자… 제발... 제발...’ 하고 애원할 정도의 잠고문이었다.


오늘은,

그저께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아이가 약을 먹였는데도 이상하게 기침이 심해져서, 토닥이고 안아주길 반복하다가 잠이 달아났다.

아이는 잠결에 악착같이 내게 안겨들었다.

내려놓으면 올라오고, 내려놓으면 또 올라왔다.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17킬로그램이어서, 위에서 압박하면 창자가 눌리는 것이 꽤 고통스럽다.

그러면서도 안고 있으면 왠지 기침을 덜 하는 것 같아서, 결국엔 계속 안고 있었다.

다소 모자라지만 나름 필사적인 모성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였는지, 아이는 저녁 내내 퉁명스러웠다.

나는 분통이 터지는 걸 가까스로 억누르며 한 손으로 주먹을 꼭 감아쥐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아파서 그랬느냐고 묻자, 아이는 조금 누그러진 태도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왠지 짠해져서 치밀던 분노를 잊고 아이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내일은 엄마한테 상냥하게 대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내심 있는 마무리였다.


아픈 아이를 끌어안으며 어두운 허공으로 손을 뻗어본다.

그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맞잡으려 시도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 어딘가, 보이지 않는 어떤 벽 너머에 아직 살아있는 당신이 있다면.


나는 가끔 우주를 생각한다.

이 넓은 우주에 나는 한 톨 먼지라는 생각.

그리고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또 다른 지구가 있고, 거기엔 남편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희한하게도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정말 그런 건 아닐까?

우리는 서로 다른 차원에 누워, 서로를 보지도 못한 채 허공을 쓸어내리며, 다르게 흘러가는 서로의 시간을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허튼 생각으로, 홀로 하는 육아의 외로움과 지침을 달래 본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길고도 짧은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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