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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Nov 01. 2024

바바리맨이 될 줄이야.

치료기록

우리네 여자들은 대부분  유사한 이유로 산부인과 진료를  꺼려한다. 그런데 유방암 환자들은 그것과 비슷한 이유로 방사선사를 만나기가 부끄럽다.


 매일 바바리맨(바바리우먼인가) 이 된 마냥, 치료실에 입장하면 가운을 활짝 열어젖히고 차디찬 기구에 누워 움츠린 어깨를 더 열어 두 팔을 항복하듯 뻗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여기 방사선사 선생님들은 다 젊은 남성 선생님이다.)


첫날엔 가운의 끝을 부여잡고, 시선처리도 어색해서 눈을 감아버렸다. 불편하게 누워서 눈을 감고 굉음을 10분? 정도 들으면 끝난다.( 요즘엔 그 와중에 추운 겨울이 아니길 다행이야,라는 여유로운 감사도 해본다.)


친절한 방사선사 선생님들이지만, 처음 환우들에겐 더없이 낯설고 어려운 분들이다.





총 20회 중 15회는 전체치료, 그리고 5회는 수술부위  집중치료가 진행되는데 벌써 3번만 남았다. 야호!


한쪽 유방은 탄 감자마냥 더 못 생겨졌고, 방사선 치료의 정확성을 위해 잉크로 부위?를 그려놓아 지워지면 안 된다. 처음 며칠은 따갑고 쓰려서 젖몸살 때나 쓰던 민간요법(양배추 냉동찜질)을  써야 하나 할 정도였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나의 신체 중 한 부분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바랐다. 유방암은 예후가 좋고 흔한 암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젊을수록 여성성에 대한 자신감까지 앗아가는 질병인 것 같다.


앞으로 언젠가 연애를 시도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자마자 사실 그 부분은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방사선치료 후 부작인 폐렴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고, 이후 복용해야 할 호르몬제의 부작용인 자궁내막암 관리를 위해 산부인과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단다.


이제 시작되는 긴 레이스 앞에, 덤덤하게 서겠다.

유난스럽지 않게, 소란하지 않게 임해보겠다.


일등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완주를 해내는 게, 성공일 테니.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 속에 '암'을 만난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 속에서 '싱글맘'을 만난다.

종종 홀로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가족'을 만난다.


그들의 공통점을 모두 갖고 있는 나는, 그만큼의 동반자들이 있기에 오늘을 기록하고, 또 나아가본다.




우린 결국 세상에 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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