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마지막 방사선치료날이다. 벌써라고 하기엔 20번의 병원출근이 쉽진 않았다. 그 화창한 가을의 한가운데를 병원을 다니며 흘려보냈다.
그리고 난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아파트 공부방을 해온 지 10년 차.
몇 해 전부터 난 새로운 환경을 원하며 똑같이 굴러가는 내 일상을 고인 물처럼 정체기라 느낀 지 오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원장님들처럼 교습소로, 학원으로 확장해 나가는 데에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오랜 정체기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늘 50:50이었다. 안전한 울타리라고 여기던 나의 그릇을 깨고 나와야 할 적절한 타이밍은 없었다.
그러다 결심했다.
어차피 쉬어가기로 결정했으니, 새로운 판을 키워보자.
전화위복이라 하지 않았던가.
위기가 기회이다.
그래서 난 이제 상가 교습소를 오픈한다.
새로 입주하는 단지에 마침 저렴하게 나온 물건이 있어 운이 좋게 계약을 하고, 초등 전 과목에서 초등수학 단과 교습소로 프랜차이즈 가맹을 마쳤다. 사실, 중간에 하루 병원 치료를 미루고 본사 교육도 1박 2일 다녀왔는데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다른 원장님들의 열정과 새로운 시스템을 익혀나가느라 쉴 새 없었다.
그랬더니, 살맛이 나더라.
난 또 입소문이 나고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테지만,
통장은 여전히 마이너스겠지만,
다음 스텝을 밟으려 디딤돌 위에 선 기분이 새롭고 좋다.
10년의 공부방,
이제 교습소 오픈,
그리고 또 5년 안에는 학원으로의 확장까지_
꿈꿔본다.
본격적으로 이번주엔 실내인테리어, 집기, 간판, 시트지 등 작업으로 분주할 테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게 내 전문이니 용기를 내어본다.
인생은
수많은 돌부리에 걸려, 아니면 내 발에 걸려 넘어져도,
넘어진 대로 엎어져 사는 대로 사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훌 털고 일어나 먼지 속에서
다시 주먹 쥐고 일어나 뛸 준비를 하는 거다.
난 지금
먼지 속에서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어본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