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알코올의존증에 가까웠던 나의 음주패턴은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과 결핍을 증폭시키기에 가장 가성비 좋은 마약이었다.
소주 한 병은 더욱 독한 다음 술을 불러오고 독주가 타내려 가는 쾌감을 느끼며 나를 태우는 고통에 희열감이 느꼈다.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그러한 핑계를 대며 부딪쳤던 잔들은 사실은 나를 철저히 동굴 속에 가두기 적합한 도구일 뿐이었다. 남편을 보내고 코로나가 터지며 온 도시가 위험해졌을 땐 혼자 마시는 독주는 나에게 더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충분했다.
그럴 땐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까마귀마냥.
첫술을 입술에 댄 지 20년이 훌쩍 넘은 나에게 지난봄 내려진 유방암 진단은 어쩔 수 없는 단주령이었다. 그건 마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5월부터 시작된 나의 단주생활은 벌써 반년이 흘러 충격적인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나는 술 한잔이 아니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처음 맺는 새로운 관계는 대낮 커피 한잔으로는 매우 부끄럽고 어색하여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내향인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적인 부분은 제외다. 당연히 맨 정신에 상담은 이루어져야 하니)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 위해, 첫자리에서 매우 빠르게 잔을 비우며 빨리 취해 어색한 공기를 취기로 메워버리는 게 내 수법이었다. 그러다 보면 다음날 술이 깨고 나면 어색해지더라도 또 두 번째 술, 세 번째 술을 마시며 내 사람이라 불러재낀 다. 아니 재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사람들도 나를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