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알러지
1월을 지나, 2월을 지나....12월
나에게 망치같은 12월.
벼락같은 12월.
천둥소리도 생략하고 예고편도 없이 시작된 스릴러영화였을까
아니면,
결국 일어나고 일어서는 파란만장한 삶을 위한 여정의 드라마였을까
82년생 김지영을 이어줄
81년생 김 **으로.
아무튼
12월은 또 다시 시작되었고
그날의 공기,바람, 새벽소리가 선명히 나를 깨운다.
제주도 알러지가 생겼다.
제주도를 갈 수 가 없다.
미처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새벽비행기를 타고 돌아올 수 밖에 없던 그날의 생생함.
안그래도 12월은 몽글몽글 피어나는 피로감과 아쉬움 투성인데
나의 12월은 먹먹함이 추가된다.
어찌 마냥 행복할 수 있으리.
어찌 마냥 슬퍼할 수 있으리.
그런데 다행인건, 옅어져간다.
어떠한 감정이라도, 시간이 지나 소멸되어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다행이다.
그러니 살아갈 수 있으리.
헤아릴 수 없는 세상의 고통과 사연 속에서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진 비장의 무기는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을.
아직은
벼락같은 12월.
먹먹함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12월이지만
조금씩 잊어가고
24년에 조금씩 내려놓고 25년으로 가자.
헨델과 그레텔은 그 길을 잊지 않으려 빵조각을 내려놓았지만
우리는 잊어내기 위해, 한조각 한조각 내려놓고 오자.
오고 있는 25년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로써.
그래도, 감사했어.
이 정도의 아픔과
이 정도의 고통과
이 정도의 스크래치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내년에는,
25년에는,
갈 수 있을까.
가 볼까.
제주도 그 곳에 가면 웃을 수 있을까.
나의 제주알러지에는
약이 없다.
자가면역력을 기르는 것이외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