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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Dec 02. 2024

눈이 오는 소리.

괜찮다,괜찮다,괜찮다.

눈발이 날린다.

눈이 여기저기 바람과 함께 춤을 추다 마음대로

가고 싶은 대로 가 앉는다.


옆집 담벼락에 앉기도 하고

내 콧잔등에 앉아 금세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한 올 한 올 날아갈 듯 말 듯 내 주위를 맴돌다 결국 내 귓가에 속삭인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배냇저고리를 입었던 그 순간부터

손수건을 달고 유치원에 입학하던 날도,

어둠 속에 두려워 떨던 수많은 밤에도,

꼭 듣고 싶던 말.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도 눈이 오면 눈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크게 소리 내어 괜찮다고 대답해 버리면 더 멀리 사라질 것 같아 대답은 아껴둔다.


올 첫눈은 나에게 수많은 괜찮음을 가져다주었건만,

'눈'을 가장한 누군가가 나에게 확신을 주려 했건만,

믿음을 주려 했지만,


이번 눈은 나에게 물어온다.


너 정말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우리 정말 괜찮은 거야?



누군가 그랬다.

인생에 물음표를 던지지 말고, 느낌표를 던지라고.



다음 눈에는 나도 조용히 대답해 주어야지.

"나도 괜찮아!"

그 무엇이 나를 흔들고, 꺾이고, 다그쳐도 회복 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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