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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Jan 02. 2021

내 삶에 자유를 주는 법

걷기에 관한 고찰


자유는 스스로 자신을 자유의 몸으로 이끌어 나아갈 만한 사람에게 깃든다.

- 칸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바뀐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글감에 대한 생각이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지나치며 다니던 일상을, 글감으로서 고민하며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할 때만 글을 쓰던 때는 자유롭게 적고 끝냈기에 그런 고민이 없었지만, 일주일에 두 번, 그리고 그 빈도를 늘려감에 따라 글감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대단한 이야기를 직접 지어 적는 것도 아니라 일상을 적는 것인데도 적을 이야기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을 보면, 글 쓰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글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지금 우리의 삶이 제한적인 탓도 있겠지만, 내가 글을 쓰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적을지, 어떻게 적어야 할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잘 쓴 글들을 보면 대단한 이야기나 경험을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아주 간단하고 소소한 일상을 공감할 수 있게끔 적어놓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의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공감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적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내가 나의 삶을 충분히 맛보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글을 적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나의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 답답하고 불만 가득한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걷기이다.




시작은 오래된 책을 하나 펼친 것에서부터였다. 대단한 깨달음은 여행을 가거나 엄청난 경험을 해야만 깨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인물. 바로 철학자 칸트에 대한 책이였다.

철학자 칸트는 자신의 고향인 쾌니시르베르크를 반경으로 150km를 벗어나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과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있다. 그런 칸트는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을까? 그가 삶에서 그가 매일 실천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걷기였다.


그의 걷기에는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혼자 걸었다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길을 똑같은 시간에 나와 홀로 산책했다고 한다. 홀로 걸었다는 것은 충분히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걷게 되면 그 사람을 의식하게 되고, 자유롭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 것은, 굳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를 쾨니히스베르크의 시계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그가 다닌 길을 철학자의 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왜 매일 걸었던 것일까?


걷다 보면 사색을 하게 된다.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것들에 노출되어 있다. 그 말은,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방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조용해도 집에서 공부가 되지 않는 이유도, 심지어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의해 자는 것까지 방해받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며 가지는 여유 시간은 많지만, 사실은 온전히 휴식을 하고,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걷기를 실행하고 있는 유명인이 있다. 바로 배우 하정우 씨다. 심지어 하정우 씨는 걷기에 관한 책도 썼는데, 그가 얼마나 일상에서 걷기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하며, 차나 엘리베이터, 무빙워크 같은 것은 최대한 피한다고 한다. 그는 왜 걷는 것일까? 그는 걷는 것을 마치 태엽을 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걷기에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태엽을 감아주는 효과가 있어,
우리가 발 딛고 선 자리에서 더 버티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 걷는 사람 하정우 中


걷기가 불면증이나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정도는 이미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걷기를 가벼운 운동 정도로 생각해 굳이 실천하지 않거나 다른 격한 운동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걷다 보니, 걷는 것에 장점은 따로 있었다.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걷다 보면 점점 말이 없어지고 이내 그 어떤 고민이나 걱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반복해서 걸으며 충분히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 수많은 걸음 속에서, 삶의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내고 자유롭게 세상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걷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에만 머물던 때와 달리 묘한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멈춰있던 나의 삶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의자에 앉아 걷기에 대한 글을 쓰기도 마음먹었다.


내 삶의 여유를 주는 법으로 나는 걷기를 택했다. 어쩌면 걸을 일이 줄어든 만큼, 우리는 여유를 잃고 살아가고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상황이 답답하고 화를 품고 있다면, 옷을 챙겨 입고 한번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 동안이라도 밖으로 나가 끝없는 하늘을 보고, 지나가는 차를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샌가 걱정이 비어진 머리와 가슴에서 올라오는 생기를 마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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