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소화 데레사

몽생미셸 가는 길 110화

by 오래된 타자기


마리 프랑수아즈 데레즈는 리지유의 성녀 소화 데레사의 본명이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 혹은 관상의 성녀로 일컬어진다.


흔히 소화 데레사로 불리는 성녀는 사후에 출간된 『어느 영혼의 이야기』가 전 세계 언어로 번역 출판되어 5억 권이상의 책이 전 세계에 배포된 관계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19세기 위대한 성녀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


성녀 데레사에 대한 공경은 이제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1925년 교황 비오 11세는 교황으로 재임기간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그녀를 성인으로 시복하고 성녀로 선포했다.


수녀로서 그녀는 역설적으로 전교의 수호 성녀로 천명되었고 1920년 성녀로 선포된 잔(요한나) 다르크에 이어 프랑스의 두 번째 수호성녀로 선포되었다. 1997년 그녀 사후 100주년이 되던 해에 그녀는 마침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교회 박사(Docteur de l’Église)로 선포되었다.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난 성녀는 신학에서 ‘작은 길’이라 불리는 어린 시절부터 쌓아 올린 그녀만의 영성의 독창성으로 인하여 많은 신앙인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녀는 훌륭한 행동을 통해서나 아무 보잘것없는 일상적 삶 속에서조차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성덕(聖德, la sinteté)을 추구할 것을 제안했다. 33번째 교회 박사를 포고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녀의 삶이나 글이 본보기가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녀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공경받는 성녀가 된 것이다. 리지유 바실리카 소화 데레사 기념성당은 이러한 그녀의 성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연 6십만 명이 찾아오는 리지유 마을 또한 루르드 다음으로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제2의 성지가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녀가 체계적인 교육(대학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녀가 남긴 글에는 하느님에 관한 것을 학문적으로 다룬 내용이 없고 성녀의 사고방식 또한 지극히 단순하다는 점에서 교회 박사 선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아빌라의 데레사와 같은 그 자신이 뛰어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교회 박사라는 명예와 영광이 주어진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엄청난 학문에 상응하는 신앙의 진리를 보유하였음은 물론 진정한 구원의 길을 다른 모든 이들에게까지 가르쳐 줄 수 있었다는 점에 있었다.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특징짓는 영혼의 태도, 즉 ‘작은 길’이라고 하는 영성의 길을 걸어간 성녀였다는 사실에 있다. 스스로 ‘작은 꽃(小花)’이기를 원한 성녀는 그래서 또한 ‘소화 데레사’라고도 불린다. 사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성모의 어린 딸’(자서전) 데레사에게 놀라운 일을 보여주셨고 그 놀라운 일들은 바로 데레사의 가장 작은 모습에서 드러났다. 작은 것, 하찮게 보일지라도 그 작은 일은 하느님 앞에서 결코 작지가 않다는 사실을 성녀는 온몸으로, 한 생애를 다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리지유의 성녀 소화 데레사를 ‘현대의 성녀’라고 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현대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완덕에 도달하는 길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완덕에 이르는 길, 다시 말해서 성인이 되는 것은 기적이나 예언을 한다든지, 혹은 탈혼(脫魂)에 빠지거나 세상의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매일 당하는 고통이나 어려운 일들을 통하여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데레사 성녀가 보여주었던 것이다.


작은 꽃 데레사는 또한 작은 것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저를 하늘에까지 올려 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 팔입니다. 당신의 팔을 타고 올라가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또한 사랑하며 고통을 겪는 것이 행복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행복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남긴 마지막 시에 “사랑하며 고통을 겪는 것은 가장 순수한 행복입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이 시는 소화 데레사의 사도신경이라고까지 해석되고 있다. 성모님의 고통을 관상하고, 관상에서 자기 고통의 정당성과 고통을 기쁨으로 튀어 오르게 하는 발판을 데레사는 발견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고통, 희망 없는 고뇌, 부조리한 혼돈 상태, 불의앞에서 겪는 온갖 고초, 냉혹한 인간생활의 율법 앞에서의 저항,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데레사는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담대하게 노래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1]


이제 성녀가 입회한 맨발의 수녀원 가르멜 수도원을 찾아갈 차례다. 그곳에는 죽기 직전의 성녀의 모습을 본뜬 밀랍인형이 있는 유리관이 있으며, 그녀의 생애를 엿볼 수 있도록 그녀가 남긴 기록물들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기념관이 있다.


또한 성녀 기념성당인 바실리카 성당도 찾아가 봐야 하리라. 리지유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기념성당엔 성녀의 생애와 죽음을 비잔틴 타일 벽화로 재현한 아름다운 벽화와 함께 본당 벽에는 성녀와 함께 살아생전의 모습을 담은 부모 루이와 젤리 마흐탱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아마도 나는 성당 뒤편 십자가의 길 언덕에서 혹은 성녀의 조각상 앞에서 문득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작지만 엄청난 힘을 지닌 열정, 그것이 신앙과 기도의 힘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숙연해지리라.


리지유 소화 데레사 성녀 기념성당


소화 데레사 기념성당 뒤쪽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고상


성당 아래쪽 소화 데레사 성녀 조각상







[1] 이 글은 최홍준(파비아노), 「성인이야기 1, 2」 (서울 중계동 성당)에서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