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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42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바이킹의 도끼날과 창


이제 프랑크(프랑스) 왕국의 카롤링거 왕조는 바이킹 왕국 앞에서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몇 군데 다시 손질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크 왕국의 행정 체계의 기초(pagi)는 겨우 존속을 유지해 가는 처지였습니다.


왕국을 유지하는 기틀의 세분화는 큰 변화 없이 진행되었지만, 명칭만큼은 바뀌었습니다. 세금 징수 권한엔 변함이 없었고 세금 징수의 형태만 달라진 것이죠.. 기존의 세금 조항을 개선하여 새로이 신설된 세금을 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롤로와 그 후계자들은 갓 출현한 봉건제도를 극대화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부합하는 모든 특권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그(롤로)는 평화를 사랑했다. 평화를 추구하였고 평화가 공존하게 만들었다.”


로베르 바스는 자신의 저서 「루(롤로)의 이야기」에서 그와 같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르망디 왕국에서의 평화와 질서의 유지는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착실히 진행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밖에서 보는 관점도 그와 같은 상황은 충격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뒤따랐습니다.


부르고뉴 공작이었던 라울 글라베흐 역시 처음에는 바이킹들에 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기욤 드 볼피아노가 전하는 말들을 듣고는 노르망디에 질서가 유지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욤 드 볼피아노는 부르고뉴를 떠나 1001년 훼깡의 수도원장이 된 인물이죠.


바이킹의 군선을 그린 라 그랑드 성당 벽토의 작은 조각에 그려진 벽화. [1]


“쟁기질은 공작의 평화에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왜냐면 공작은 평화를 유지함으로써 모두를 보호하였기 때문이다.”


12세기에 간행된 「노르망디 풍속」에서 읽을 수 있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전의 형식은 10세기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뒤동 드 생캉탱은 이미 ‘쟁기의 평화’에 대한 암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뒤동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롤로는 도적질과 강도질을 금하였고 농부들에게 가축을 축사에 들이지 말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더불어 쟁기들을 내버려 두지 말 것도 지시했죠. 또한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해집니다. 롱파옹(루앙 근처의 다흐네탈 마을)의 농부 아내가 법을 지키고자 쟁기 보습을 치마 속에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남편을 롤로에게 보내 누군가가 쟁기를 훔쳐갔다고 하소연하게 했죠. 롤로는 즉시 이를 보상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조사가 진행됐고 신명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웃들은 무죄로 풀려났고 항아리에는 장미꽃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자신의 아내가 모의하여 생긴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롤로는 두 사람에게 벌을 내리고 둘을 목매달게 했습니다. 롤로는 농부에게 이릅니다. “그대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정당한 판결에 따라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첫째는 그대는 그대의 아내를 책임진 자로서 그녀를 징벌했어야 마땅했다. 둘째는 그대는 도둑질을 공모한 관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백할 마음조차 없었다.”


또 다른 기담도 전해져 옵니다. 이번에는 기욤 드 쥬미에쥬가 전하는 이야기인데 실상은 뒤동이 이야기한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사냥을 하던 중에 롤로는 잠시 루앙 북쪽에 있는 늪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농부들이 그의 성품을 시험하기 위하여 “떡갈나무에 금반지 여러 개를 걸어놓았다. 그러나 금반지들은 변함 없이 3년 동안이나 같은 자리에 매달려있었다. 그것도 전혀 손대지 않은 상태로. 이를 보고 사람들은 공작에 대해 커다란 공포심을 지니게 되었다.” 이후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루마흐(Rolmara, 롤로의 물웅덩이란 뜻)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게다가 질서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존재했고 질서를 교란하는 자들을 처벌하기도 했습니다. 처벌은 곧 추방이었습니다. 공작에 대한 권위에 대항하는 자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자 또한 군기를 문란케 하는 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처벌하였고 이에 수반하여 재산까지도 몰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롤로가 스칸디나비아에서 사용하던 그대로 ‘울락(ullac)’이란 성씨를 사용한 것만 보더라도 여실히 증명됩니다. 울락(스칸디나비아 어로 útlagr)이란 말은 1050년경에 제작된 프레오의 기록문서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루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합니다.


1309년에 저지 섬에서 제작된 문서에는 ‘필립푸스 르 우틀라그(Philippus le Utlagh)’란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이름들은 실제로 노르망디 인들의 성씨(patronyme)였던 것이죠.


도드망(Dodeman)이란 성은 dauðamaðr(사형 선고)에서 온 말이고, 흘로뜨망(Floteman)이란 성은 Flóttaaðr(탈주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역시 노르웨이의 형사처벌 규정을 증언하는 것들입니다.


13세기에 제정된 판례집에 따르면 ‘무르드룸(murdrum)’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이 말은 암살자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다시 말해 살인(‘불명예스러운’)이란 단어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morð에서 온 말이죠.


범죄라는 용어 또한 프레오의 기록문서에도 등장합니다. ‘암파라(hamfara)’란 말이 그것입니다. 이는 “네 개의 말뚝이 박힌 집안에서” 한 개인이 손에 무기를 들고 공격하는 것을 의미하죠.


다시 판례집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heimsókn이란 성씨를 지닌 가택 침입자에 의해 공격당하는 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hamfara라는 단어는 heimför란 말에서 왔고, 이는 아주 간단하게 ‘집 방문’을 의미합니다!


아이슬란드 사가(전설)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적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집을 포위하고(한밤중에 라는 표현은 항상 등장하죠), 불을 지르고, 여자와 아이들은 놔주었습니다. 열기와 연기는 점점 더해지고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매섭게 공격합니다. 결국 그들은 서로 상대가 되지 않는 격렬한 싸움 끝에 죽음을 당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북유럽에서 기원한 몇몇 처벌 규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덜 중요할 수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분야에서도 법 조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해양법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유실물, 표류물, 난파선의 잔해(les èpaves)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는 ‘droit de varech’인데, 라틴어로 ‘veriscus’인 단어의 또 다른 형태는 ‘vrec’ 또는 ‘veresc’으로써 스칸디나비아 어인 [v]reki란 말에서 왔습니다.


11세기에 공작들이 독점한 것들은 12세기에 이르러서도 가장 이익이 되는 것들로 간주되었죠. 예를 들어 금이라든가 은, 상아, 견직물, 모피류가 그러한 것들이었습니다.


해상활동을 통한 획득물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공작들은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도 독점권을 갖고자 애썼죠. 즉 ‘크라스푸아(craspois)’(고래)와 철갑상어까지도 공작이 독점하는 물품의 범주에 속했습니다.


이는 윌란 법(1241년에 제정한) 조항의 한 항목이었습니다. 법 조항에 따르면 덴마크 국왕에게 보물이라든가 철갑상어와 같이 크기가 가장 큰 어류 등에 대한 독점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임자 없는 물건을 발견한 물품들을 가리키는 표현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르망디 풍속에서 발견되는 ‘rebus vayvis’라든가 ‘choses gaives’란 말은 스칸디나비아 어에서 온 말들입니다.


형용사 ‘gaive’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veifa(물 위에 뜨다)란 말에서 온 것이 틀림없고 본래의 취지에 들어맞는 용어로써 해상의 획득물을 가리킵니다. 1331년에 제정된 <외연확장 법> 조항에는 저지 섬에 관한 것으로써 길 잃은(또는 분실한) 짐승들을 가리키는 ‘bestiae de vaif’라는 표현도 언급되고 있죠.


바이외 대성당 좌우 익부 가운데 남쪽 현관 정문 윗부분에 덧붙여진 배를 형상화한 조각(13세기). [2]





[1] 10세기 세느 계곡의 마을에 위치한 라 그랑드 성당 벽토의 작은 조각에 그려진 벽화는 바이킹의 군선을 그린 것입니다. © 일 드 프랑스 고대 유물관 소장.


[2] 배에 탄 인물은 헨리 1세에 의해 암살당한 웨스트민스터 대주교 토마스 베케트(Thomas Beckett)입니다. 장 르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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