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석양

몽생미셸 가는 길 128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에트르타(Étretat) © 오래된 타자기



인상주의가 그랬다. 인상파 화가들은 화가의 눈에 비친 풍경만을 진실하다고 믿었다. 광학의 발달이 가져다준 쾌거였다.


클로드 모네 같은 화가는 시선에 고정된 대상의 진실을 간취하기 위해 애썼다. 빈센트 반 고흐에 이르러서는 화가가 그린 풍경이 실제 풍경보다 더 진실해 보이기까지 했다.


처음엔 빛의 양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물을 재현하다가 드디어 눈에 비친 대상의 사실적 묘사를 넘어서는 화가의 의식과 영혼까지도 함께 표현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처음 마네나 모네의 그 끈질긴 집착이 가져다준 인상주의 풍의 시도가 없었다면, ‘그림다운 그림’은 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 나는 파리 시립미술관 프티 팔레(Petit Palais)에서 보았던 클로드 모네의 「석양」[1]을 복사해 보았다. 모네의 그림을 이로써 두 점 복사해 본 셈이다. 유치하고도 엉성하게 재현한 「베네치아」까지 합하면 모두 세 번 모네의 그림을 복사한 것이 된다. 모네의 그림을 복사하면서 이 화가가 염두에 둔 것은 뭘까 내내 생각에 빠졌다.


© 오래된 타자기


인상주의의 출현과 동시에 이를 완성시킨 모네의 화풍은 모네 자신이 생각한 바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생각은 행복하게도 오늘날 인상주의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만큼은 모네의 그림을 제대로 재현해 보고자 고심했다. 나는 우선 양 편의 수풀무더기와 나무를 그리는데 집중했다. 그러고 나서는 원근의 배경으로 자리한 집들에 초점을 맞췄다.


세 번째 내가 고심한 것은 해였다. 모네는 「해 뜨는 인상」에서 어색하게도 붉은 점으로 동그랗게 해를 그려 넣었다. 모네의 그림에서 제일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클로드 모네, 「일출, 해 뜨는 인상(Impression, Soleil levant)」, 파리 마르모땅 모네 미술관(Musée Marmottan Monet).


그러나 고심 끝에 나 역시 동그마한 붉은 점으로 해를 그려 넣고 말았다. 실상 이 동그란 점으로 그린 해야말로 가장 모네 다운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 표현이야말로 그의 작품을 가장 인상적이게 만든 요소인지도 모른다.


다음엔 저녁노을과 배경을 칠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여갔다. 이로써 모네의 작품은 수첩 안에 담길 수 있었다.


나는 가끔씩 수첩을 펴 들고 모네가 그린 그림을 찬찬히 바라볼 참이다.




그림다운 그림,
온갖 이야기가 제거된 화면··
이것이야말로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구현된 세계였다.








[1] 원래 제목은 「라바꾸흐를 흐르는 세느 강 너머의 석양, 겨울 분위기(Soleil couchant sur la Seine à Lavacourt, effet d’hiver)」이다.






클로드 모네, 「세느 강 너머의 석양」, 1880, 파리 프티 팔레 시립미술관.


라바꾸흐(Lavacourt)는 모네가 1878년 9월에 정착한 베퇴외이(Vétheuil) 마을 맞은편에 있는 세느 강 왼쪽, 강둑에 위치한 파리 인근의 마을입니다. 1879년 겨울은 유난히 혹독했죠. 파리를 포함하여 근교는 완전히 눈으로 마비되었고 교통마저 중단되었습니다.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모네는 1880년 처음 몇 달 동안 세느 강이 서서히 녹는 것을 관찰하면서 약 20여 점의 그림을 그립니다.


당시 돈이 부족했던 화가는 인상파 전시회를 위해 1870년 그의 작품이 거부당한 이래 스스로 무시해 왔던 미술전람회(Le Salon)에 다시 작품을 출품하고자 시도합니다. 1880년 미술전람회를 위해 모네는 배심원의 출품 심사를 통과한 라바꾸흐(Lavacourt)의 탁 트인 강변에서 세느 강을 얼어붙게 만든 추위가 풀리면서 서서히 얼음이 녹는 과정을 보여주는 강변 풍경(현재 파리 프티 팔레 시립미술관 소장)을 담은 그림을 출품합니다. 사실 이 두 번째 작품에서 모네는 이른바 인상주의에 입각한 회화 작품을 다각도로 시험하고 있죠.


화면에서 화가가 서있음 직한 곳은 지형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기와 물의 어울림에 주목한 화가의 색채 사용이 돋보입니다. 차가운 안개 효과는 그림의 위쪽 3분의 1 부분에 미세하고 흐르는 듯한 붓놀림으로 처리했습니다. 물과 강둑은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화면에서 상당히 폭넓게 자리하도록 배치했죠. 구도 정 중앙의 석양은 인상파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저 유명한 1872년의 그림 「해 뜨는 인상」(파리 마르모땅 모네 미술관)을 연상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그만의 화법은 해 지는 순간의 짧고도 불안정하고 덧없음을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 모네의 작품 해설, 파리 프티 팔레 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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