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데레이(4)
(2024/5/4) 오후 시간을 즐기다
팔라스데레이에서 묵은 숙소 Albergue meson de benito 14유로 알베르게에 도착해 침대를 배정받았다.
이곳은 침대가 꽤 많았고,
체크인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침대가 여러 개 남았다.
숙소 못 구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이 곳에 오니 걸을 때는 잘 볼 수 없었던
한국인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뭔가 내적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방에 짐을 풀고 씻고 슈퍼(Dia)에 갔다.
아직도 비가 오고 쌀쌀한데 드라이기가
없어서 머리를 못말려서 아쉬웠다.
나는 납작복숭아를 사먹고 싶었는데
알고보니 지금은 납작복숭아 철이 아니었다.
여름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두를 2개 골랐다.
그리고 어디에서 레몬 맥주가 맛있다고 봤어서
레몬 맥주를 한 캔 샀는데 잘못 샀다.
나중에 마시면서 보니 도수가 없는
무알콜 맥주를 샀던 것이었다.
내가 Dia에서 산 무알콜 맥주와 자두 그리고 나의 최애 오렌지 착즙 주스도 샀다.
구매 방법은, 착즙기계 옆에 빈 병이 있는데
정수기에서 물 따르는 것처럼 빈 병에다가
오렌지주스를 가득 담아서 계산하면 된다.
Dia에서 파는 오렌지 착즙 주스, 병 크기마다 가격이 다르다. 난 슈퍼에서 장을 본 후,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와 와인을 시켰다.
행복은 먼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여기 있었다.
레몬이 들어간 와인은 달달하니 맛있었고,
가리비는 레몬이 들어갔는지 약간 새콤하면서
가리비와 마늘 그리고 올리브유가 어우러져
아주 고소하고, 식감 또한 쫄깃하니 맛있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 빨래를 했다.
빨래 하기 전에 젖은 수건을 잠깐
침대에 걸어 놓았는데
빨래집게 2개를 연결해 침대 뼈대에 걸고
수건을 널었더니, 내 반대편 침대의
외국인이 이걸 보고 nice라고 했다.
이런 시스템?은 처음 본다고 하면서
nice라고 해서 나는 thank you라고 했다.
그리고 난 1층 공용 공간에 가서
배낭 동키를 위해 동키 서비스 봉투에
내일 숙소 주소 등 필요한 정보를 작성했다.
어제 오늘 걷고 난 후 배낭 메고 더 걷는것은
나에게는 매우 무리데쓰라고 판단했다.
인터넷으로 남은 3일치를 모두 예약했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는 아주 호기롭게
'난 매일 배낭을 메고 걷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낭 동키 보냈다가 분실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가방 분실 염려보다
가방을 메고 걷는것에 대한 염려가
훨씬 큰 상황이 되어 버렸다.
동키 봉투를 작성하다가
내 앞 자리에서 삶은 달걀을 드시던
중년의 한국인 남성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삶은 달걀을 드신다며,
한국에서 접이식 냄비를 챙겨 오셔서
거기에 삶아서 드신다고 하셨다.
그분은 이곳에 여행사 패키지로 오셨는데
항공이나 숙소 이런건 정해져 있고,
걷는건 각자 자유롭게 걷는다고 하셨다.
오늘 내가 그 패키지 분들과
같은 숙소에 묵게 되어
많은 한국분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패키지 일행에는 81세 한 분,
그리고 70대 분들 두 분이 계신다고 하셨다.
생장에서부터 시작해 한 달째 걷는 중이셨다.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아직 이틀 밖에, 그것도 오늘은 중간에
택시를 타고 점프한 나는 발에는
무색하게 물집이 벌써 세 개나 잡혀 있고
발톱 하나는 들떠있다.
곧 빠질 예정인가 보다.
그래도 걷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내일은 맛있는 문어 요리 뽈뽀를 파는 마을인
멜리데를 지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또, 이 순례길을 걷는 이유를
먹을 것에서 찾게 되었다.
Buen Camino!
3만보 걷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택시타고 점프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