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사실 매일 문제가 조금씩은 발생하는데 매일 전화드려서 어머니 심란하게 해드릴까 봐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참 좋은 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걱정을 먼저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ADHD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의 시대적 배경 이전에 나는 아들이 ADHD 진단을 받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벌써 4년째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들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심리학 관련 기사나 책들을 읽게 되었고 이론적으로는 빠삭해졌다.
하지만 가끔 폭발하는 아들을 대할 때는 그깟 이론 따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소리 지르는 보통의 엄마가 되고 만다.
아들의 상태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나는 마음의 병이 깊어져 약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뭐.. 내 멘털이 유리 멘털일지도 모르지만 핑계를 대자면 아들이 한몫하는 건 분명하다는 말이다. 저녁에 수면제와 진정제들을 몇 알 삼키고 잠에 드는 나는 이제 사람 같지가 않다. 그냥 사물이 되어간달까?
약으로 인해 절제당하는 아들과 같이 나도 약으로 감정을 절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들은 약으로 절제가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학교에서 매일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면 약이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을 다독이려 인센스를 피워놓고 책을 읽기도 하는 나는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되질 않는다. 그냥 매일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모든 것이 버겁다. 그냥 떨쳐버리고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때가 많다. 꾸역꾸역 정신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