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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며 사랑하며 Oct 28. 2024

증발

감정, 그 허무함에 대하여

처음엔 알지 못했지

정신없이 끓기만 했으니까

수증기를 따라 흩어지고

그렇게 영영 사라질 줄 몰랐지


바다 깊숙이 쓰레기를 가라앉히듯

묻어버리면 영영 나조차 잊을 줄 알았지

비도 오지 않는 긴긴날이

모든 걸 말려버리면 바닥이 보일 텐데

그때는 몰랐지

내가 만든 바다가 그렇게 얕을 줄

묻어야 할 쓰레기가 그렇게 많을 줄     


다시 쓸 수도 없이 망가졌더라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그럭저럭 써야 하더라

비도 오지 않는 긴긴날이

모든 걸 말려버리면 단단하던 땅도 갈라질 텐데

그때는 몰랐지

갈라진 틈 사이로 하나둘씩 사라질 줄

틈이 좁아 줍지도 못할 줄     


처음엔 알지 못했지

정신없이 끓기만 했으니까

결국, 다 타버릴 줄

재만 남아 나뒹굴다

바람에 다 날려버려 사라질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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