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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Jan 06. 2021

피아노 뭐 사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키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요즘은 안 배우는 애가 드물 정도로 피아노를 많이 배우죠. 속설에는 <피아노를 치면 수학을 잘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확실히 머리가 좋으면 피아노를 빨리 이해합니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서 필히 봐야하는 것이 악보인데 악보를 잘 보기 위해서는 좌뇌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악보를 잘 보면(악보를 잘 보니 잘 치게 되는 것이죠. 어쨌든 피아노는 정확히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악기니까요) 애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어릴때는 당연히 뇌가 말랑말랑한 상태이므로 우뇌에 비해 좌뇌가 좀 덜 발달된 상태더라도 피아노를 계속 치면(=악보보는 것을 훈련하면) 좌뇌가 발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므로 머리가 좋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작은 장점을 위해 (피아노가 유일한 좌뇌발달 기구가 아니므로)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피아노를 계속 치게할 필요도 사실 없다고 봐요.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억지로 피아노를 가르치지 마시고,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시던가 아니면 부모님 중 한분이 피아노를 쳐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어쨌든 여러가지 이유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시는 분들은 크게 두가지 고민이 있는데 첫번째는 피아노를 언제 사지? 혹은 어떤 피아노를 사지? 와 두번째로는 언제까지 가르치지? 이런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 답을 드리겠습니다.


1. 피아노는 대체 언제 사야할까요?

피아노는 당연히 아이가 사달라고 할때 사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많은 아이들은 첫 시작을 학원교습으로 할 수밖에 없고, 연습을 위해서 혹은 이런 코로나 상황이라면 피아노를 구비하는 걸 고민하시게 될 텐데요. 피아노는 한두푼하는 악기가 아니기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의외로 피아노는 가성비가 낮은 악기 중 하나입니다. 다른 악기들은 1년 혹은 2년정도 하면 그래도 꽤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반면 피아노는 3년정도 쳐도 초급을 벗어나기 쉽지않은 악기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입문자는 많아도 전공자는 적고, 전공을 해도 경쟁자가 많아 다른 악기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힘듭니다. 아이를 위해 악기를 배우는 건 저도 무조건 찬성하는 편이지만 그게 꼭 피아노여야 한다고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그리고 의외로 피아노는 여자아이들보다는 남자아이에게 더 유리한 악기입니다. 피아노는 무조건 크거나 혹은 손가락이 길고 체격이 클수록 유리합니다. (피아노가 생각보다 몸을 많이 써야하는 악기랍니다.)


2. 어떤 피아노를 사야할까요? 

여기서는 아이를 기준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쨌든 1번의 고민끝에 피아노를 사기로 결정하셨으면 피아노 종류가 고민이 되실텐데요. 피아노는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우선 업라이트피아노(어쿠스틱같은.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 피아노)와 디지털피아노 중에 무엇을 살지라는 고민부터 하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첫 피아노부터 그랜드피아노를 사시려는 분들은 드물테니 이 글에서는 제외하겠습니다. 디피의 그랜드를 의미하는 것 아님) 요즘은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 아이가 전공을 하기를 원치않는 부모님들도 많으셔서 디지털피아노를 사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사실 저는 그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금액도 대개 백만원 안쪽으로 살 수 있고, 중고로 팔기도 용이하고 조율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죠. 제 주변만 해도 저를 제외하면 모든 엄마들이 디지털피아노를 샀습니다. 그러나 디지털피아노의 가장 큰 단점은 피아노가 길들여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귀'가 예민하게 발달하지 않습니다. 디지털피아노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지 단점이 모든 장점을 덮는 형국인데요. '귀'가 예민해지면 영어를 익힐때 상당히 도움이 되더군요. 그리고 디지털피아노로 배우면 아이들이 피아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공자가 나오기가 힘든 구조가 되지요. 그래서 저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샀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고, 업라이트 역시 디피에 비해 단점도 많습니다.


디지털 피아노를 사신다면 저는 무조건 '야마하'를 추천합니다. 디지털피아노는 업라이트에 비해 중간음이 많이 무너지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하는 비교적 소리를 잘 구현합니다. 국산 디지털피아노는 안타깝지만 비추하는 편이예요.

업라이트 피아노를 구매하시려면 피아노보다 '집'상태를 먼저 살피세요. 집이 층간소음에 민감하다면 업라이트는 좋은 선택이 아니예요. 그래도 굳이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시려면 콘솔형(현의 길이가 짧은것. 120cm미만)을 사세요. 대개 콘솔형 피아노는 현이 짧다보니 소리가 작고 예뻐요. 집이 층간소음이 그리 심하지 않다면 120cm이상인 일반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셔도 괜찮아요. 대신 9시이후에는 치시면 안됩니다. 9시까지는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그 전까지는 피아노를 치시는게 문제가 안됩니다.


다음으로 피아노 종류에 대해서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영창피아노 - 삼익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피아노 브랜드죠. 영창은 야마하랑 비슷한 느낌의 국산브랜드로 건반이 가볍고 소리가 맑고 고운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치기에 유리해요. 영창피아노를 중고로 구매하시면 50만원 전후라면 괜찮은 피아노를 구매하실 수 있어요. (어떤 분들은 무료나눔도 하시더군요) 너무 상태가 나쁜 피아노가 아니라면 조율하면 되살릴 수 있습니다. (피아노는 반드시 실물을 보시고 구매해야 하는거 아시죠? 시간이 안되시면 피아노 소리를 녹음해서 들려달라고 하셔서 들어보시고 구매하셔야 합니다)

2) 삼익피아노 - 피아노학원에서는 영창보다 삼익을 좀 더 선호하는 추세인데 영창에 비해 가장 큰 특징은 건반이 조금 더 무겁습니다. 그래서 삼익을 잘 치면 다른 피아노치기가 수월해서 선호하는 듯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삼익피아노는 건반이 무거우므로 좋지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야마하 - 야마하의 최대 특징은 센서티브하다는 점입니다. 조금만 피아노를 잘 못 가꾸면 피아노상태가 확 나빠지기도 하고, 피아노를 매일 치거나 잘 가꿔주면 정말 좋은 소리를 냅니다. 영창이나 삼익에 비해 복원력(회복탄력성)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리고 모두가 선호하는 피아노이기 때문에 되팔기도, 중고로 사기도 좋습니다. 새것으로 구입하려면 천만원을 호가하기때문에 입문하기에는 쉽지않은 피아노인것도 맞습니다. 야마하는 대략 300만원선이면 괜찮은 피아노를 중고로 구입할 수 있지만 최소한 피아노를 소나타이상 칠 경우에 추천드리고 싶네요. U1이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 선호하는 유형이고, 전공자의 경우 더 상위모델 혹은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합니다. 단, 어떤 업라이트든 조율을 안하시면 안됩니다. 조율비가 아까우시면 디지털피아노를 사세요.

4) 기타 피아노 - 포레스트도 있고, 가와이도 있고. 다른 피아노 브랜드들도 있지만 대표적인 세 브랜드만 꼽아보았습니다. 피아노는 자동차처럼 정확하게 연식을 따져서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반드시 실물을 보시고 소리를 들어보고 거래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조율비는 8-12만원 사이, 피아노 이동비는 15-20만원정도로 생각하시면 되는데 피아노는 확실히 피아노관련 전문가들이 문제없이 잘 옮기기는 합니다.


3. 피아노, 대체 언제까지 가르쳐야 왠만큼 칠까?

음... 이 문제는 좀 어렵긴한데요. 여러분의 자녀가 바이엘, 혹은 체르니100정도를 치는 경우라면 소위 말하는 "연주"이런 건 힘듭니다. 아무리 최소한으로 보더라도 <소나티네>정도는 쳐야 향후에 커서도 취미로 피아노를 좀 치게 됩니다. 그리고 피아노도 운전과 똑같아서 피아노를 10년정도 안 치다가 갑자기 치라고 하면 못 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어릴때 피아노를 배우다가 (싫어하면 관두구요.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배우든 아니면 디지털피아노로 시작을 하든 전공자가 됩니다. 조성진처럼) 학창시절에는 집에 디지털피아노를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악기를 배우는 것을 스트레스로 안 여기고 즐겁게 하면 삶의 유희도 되고 좋을텐데 피아노때문에 여러집이 고성이 오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4. 중고피아노? 새 피아노?

피아노를 사는것은 차를 사는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당연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새피아노를 사는것이 훨씬 좋습니다. 피아노 부품도 일종의 소모품이라서 많이 사용하다보면 닳아서 갈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워낙 새피아노와 중고피아노의 금액이 차이가 크다보니 결정이 어려운 것 뿐이죠. (새피아노의 가격은 업라이트기준 야마하 1000만원이상 / 국산 500만원정도, 야마하그랜드피아노는 4000만원전후 입니다) 그리고 야마하의 경우, 일본에서 제작한 것과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한 피아노가 금액이 꽤 차이가 납니다.저는 실제로 인도네시아산 야마하피아노는 경험해보지 못해서 음색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구입할때도 나중에 판매할때도 금액차이가 많으므로 신중구매하시기 바랍니다.

  

5. 국산그랜드 VS 야마하업라이트 VS 하이브리드 피아노

전공자라면 모두 야마하그랜드를 살테니 큰 고민이 없으실텐데요. 만일 비전공자이지만 피아노를 사랑하고 어쿠스틱 피아노를 사려고 고민하시는 분들 중 300만원정도의 예산이 있으시면 국산그랜드피아노와 야마하업라이트 중 무엇을 살지를 필연적으로 고민하시게 될 텐데요.(중고피아노의 경우) 그랜드는 현의 길이가 짧은 베이비그랜드의 경우에도 150~160cm이상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확실히 업라이트보다 소리가 웅장하고 멋집니다. (보통 그랜드는 175-185cm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터치가 완벽하지 않아도 소리를 멋지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외려 독이 될수도 있는 점, 참고하시고 그랜드피아노는 업라이트보다 공간차지도 많이하고 조율비,이동비가 모두 10만원이상 비쌉니다. 이사를 자주 하셔야하면 역시 그랜드피아노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현의 길이가 길어서 소리가 더 크게 울리므로 가급적이면 거실보다는 방에 두고 방음장치를 하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요즘 사일런트피아노도 많지요. 기존 업라이트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 사일런트 피아노로 만들기도 하고, 아예 야마하에서는 하이브리드 피아노(사일런트도 되고 일반피아노도 되는)가 자체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시간제한없이 언제든 피아노를 원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멋진 선택지죠. 그러나 실제로는 헤드폰으로 내 피아노 소리를 듣는것과 그냥 듣는것이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굳이 하이브리드 피아노를 사시려면 역시 야마하에서 나온 피아노를 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야마하의 명성이 높아 야마하가 최고급 브랜드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테인웨이라고 더욱 고가의 피아노가 있습니다.

원래 5번째 담론은 안쓰려고 했는데 제 글을 지속적으로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고삼아 썼습니다. 야마하그랜드피아노의 경우 G2,G3가 일반적입니다. 금액은 중고가로도 1000만원가량을 호가합니다. (업라이트도 그렇지만 피아노를 중고로 구매하시기가 만만치 않으실텐데요. 정말 믿을만한 중고매매상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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