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몇달간 방황을 했지만 곧 사업아이템을 구상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성향상 회사원보다는 사업가가 맞다고 생각을 했고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물론 시부모님께서는 반대를 하시며 남편을 말리지 않는 나에게도 좀 싫은 소리를 하셨지만 어차피 회사를 들어가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다. 남편은 대박을 꿈꾸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소규모아이템의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7년차인 지금도 회사를 키우지않고 1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회사는 대박도 아니지만 망하기도 힘든 시스템인 것이다.
한편 6살이 된 아이는 다소 급한 성격의 담임선생님 밑에서 지내는 것을 힘겨워했다. 나는 한동안 아이를 다른곳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했으나 남편사업에 많은 신경을 쓰느라 솔직히 아이를 예전처럼 보살피는 것이 힘들었고, 남편의 사업이 초기라 아직은 내가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의 특성상 다른곳으로 옮긴다고 해서 또 그곳이 아이의 마음에 쏙 들라는 보장도 없었다. 아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유치원가기 싫다는 말을 했지만 동네에서 나름 친구들을 사귀어 아이들과 놀기 시작하면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나 역시 동네엄마들과의 유대가 큰 몫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 있었다면 남편의 실직과 워킹맘으로써의 삶을 슬기롭게 넘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6살이 되면 꽤 많은 아이들이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우리아이는 한글을 전혀 읽지못하고 심지어 관심도 없어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강권하면 <한글이야호>를 보긴 보았지만 본인이 흥미가 없으니 한글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올케가 손놓고 있으면 안되고, 학습지라도 시켜야한다고 이야기를 해 6세 가을에 학습지를 시작했다. 우리아이는 한글의 자음/모음 시스템을 전혀 이해를 못했고, "가위""가방"같은 글자를 읽으면서도 막상 "가"를 보여주면 읽지못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게 통문자로 한글을 읽히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6살이 되자 <영어>도 해야하고, <수학>도 해야하는 등 갈 길이 먼데 정작 아이는 <한글>도 못떼자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나마 내가 교육특구같은 곳에 자리를 잡지않고, 약간은 편안한 동네에서 자리를 잡았던게 우리에게는 신의한수였다. 생활비도 상대적으로 덜 들어 부담이 적었고 아이도 덜 다그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상위1프로'같은 까페에 가입하며 영재같은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불안감과 주눅이 동시에 생겼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이의 느린성향과 완벽주의 기질을 파악하고 내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은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지않고 최소한 국/영/수는 내가 스스로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예전에 학원선생으로 일했던 나는 아이가 학원에 가면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전기세만 내주는 아이)가 되겠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이해력은 나이가 들어가면 좀 좋아지므로 아이가 준비가 될 때 학원을 보내겠다고 생각을 하고, 예체능에 대해서만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동네엄마가 하는 미술교육에 아이를 참여시켰다. 4-5명이 하는 소규모 수업이고 집에서 하는거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될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의 반발은 거셌다. 아이는 자신의 미술실력이 낱낱이 그것도 친구엄마에게 까발려지는 것을 못 견뎌했다.(보통의 6세 어린이는 남들과의 비교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한달반만에 그만두고 1:1로 선생님을 붙였더니 그 수업은 꽤나 즐겁게 오랜시간 했다. 물을 좋아하니 수영도 시켰지만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지라 (일단 우리아이는 6살에는 남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따라서 선생님들도 녀석이 자신의 말을 잘 듣는지 안 듣는지 혼란스러워 하셨고, 우리 아이는 눈만 마주치지 않을뿐 다 듣고 있었는데도 늘 오해를 샀다) 아직까진 역부족이라 느꼈다.
* 남과 이야기할때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서 혼이나는 어린이들이 있을텐데요. 감각이 예민한 아이들 중 그런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힘들어서 그런다고 해요. 나이가 들어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게 되면 나아지니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7살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