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7살이 되자 나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7살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가 한글을 읽기때문에 유치원에서도 한글관련 수업이 많아지는데 (심지어 시를 쓰는 수업도 있다) 여전히 우리아이는 자기 이름만 겨우 한글로 쓰는 수준이어서 한글을 잘하는 아이들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뭔가 전세를 역전할 필요를 느꼈는데 누군가 내게 한자를 시키라고 말해주었다. 보통 한글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 한자를 잘 아는 경우가 많다고...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하는 나는 지체없이 한자를 가르쳤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금세 한자를 알게되었고, 선생님도 아이가 한자를 잘 안다며 수업시간에 칭찬해 주시는 등 한자로 인해 녀석은 자신감을 조금은 얻게 되었다. (한자를 배울때 중국에 있었던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가 6살에서 7살이 될때 나는 학군지로의 이사를 강력하게 희망해서 시간만 나면 아파트를 보러다녔다. 강남에 친정이 있었으므로 마음은 서울로 이사를 가고싶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해서 아이가 대치동에 갈 실력은 안 되었으므로 분당으로라도 이사를 하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어차피 분당에 집도 있었고 초등학교때부터 안정적으로 동네에 뿌리를 박고 싶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아직 사업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생각한 남편은 분당으로 이사를 가는것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동네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문방구,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이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요즘은 친구들과도 놀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릴적에 그런 추억을 남겨준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아이는 외동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웃들이 없었다면 성향상 더 외롭게 지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학군지로의 이사를 접고 7살에도 한때 놀이학교와 영어유치원으로의 이동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남편이 이 유치원에서 졸업까지 시키는게 낫겠다고 이야기를 해 결국 한 유치원에서 3년을 지내고 졸업도 했다.
아이의 7살 담임선생님은 느림의 미학을 아시는 분이어서 아이는 1년내내 편안하게 유치원생활을 했고 내게도 엄마의 템포에 아이를 맞추지 말라고 조언을 주시는 등 아이의 선생님으로부터 배운것이 많았다.
내가 유치원에 참관수업을 갈때마다 여전히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모습으로 내게 좌절감을 주었지만 나는 아이가 늦되는거라고 굳게 믿었고, 걱정하는 대신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절대 저절로 되지는 않죠.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아이는 누가봐도 일반적이지 않았고 어딜가든 무리에서 튀는 아이었다 (나쁜 쪽으로). 그럴때마다 주변에서 툭툭 던지는 한마디에 하루종일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나를 발견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끊었던 교회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등학교3학년 이후 끊다시피 했던 독서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물려주겠다는 야심찬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이 나를 감쌌기 때문이다. 교육서와 심리서적을 닥치는대로 읽어나갔다. 우리 아이를 양육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서적은 죄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하자 책들이 점차 공통적으로 내게 길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막연하게 걱정하던 것들중 어떤 게 사실이고 아닌지,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길이 보였고 확신도 생겼다. 책을 200권쯤 읽었을 무렵 나는 이제 판단이 섰고 누군가 내게 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편안해지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불안감이 매우 높고 감정적이던 우리아이가 점차 안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불안했을 때에는 내 불안감이 아이의 불안감과 맞물려 불안을 증폭시키더니 내가 안정되자 나 이상으로 아이도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다. 내가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겠다고 마음먹은이상 나는 잘해내고 싶었고 또 잘 가르치고 싶어 해결방안을 찾았다. 당장 국어(한글/독서)교육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학은? 영어는? 이런 마음을 먹고 책을 읽었고, 아이가 12살이 된 지금도 독서를 멈추지 않고있다. 물론 폭발적으로 읽어댔던 7살때보다는 덜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언제나 독서로 나를 곧추세운다.
(8살에서 계속)
7살때 우리아이는 유독 내세,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세상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사람은 왜 죽는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끝도없이 물어봤고 제 지식으로는 대답을 해주는것에 한계를 느껴 목사님과 단독으로 만나게도 해주었네요. 1번의 만남으로는 궁금증이 충족이 안 되었는지 목사님과 2번에 걸친 장시간의 대담끝에 아이는 더이상 그런 질문을 하지않게 되었어요. 목사님께서 이렇게 똑똑한 아이는 처음 본다고 말씀을 해주셨지만 저는 아이가 그저 공부(국영수)를 잘하길 원했던 철없는 엄마였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