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입학을 하는건데 내가 입학하는 것보다 더 떨리고 드디어 학부모가 된다는 생각이 나를 긴장시켰다. (사실 7살 11월에 아이의 입학통지서를 받는 순간부터 이제는 정말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이가 한글을 정말 배워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한 시점은 바로 7살 겨울부터였는데 (진짜 어이가 없음) 어쨌든 본인이 마음먹으니 한글을 정말 빠른 시간안에 손쉽게 떼긴했다. 하지만 나는 그전부터 너무 마음고생을 했던 까닭인지 지나치게 늦게 마음먹은 아이가 예뻐보이지 않았다. 본인이 한글을 마스터해야겠다고 하니 도와주었을 뿐. 나는 너무 지쳐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여하튼 우여곡절끝에 한글을 겨우겨우 떼고 입학을 하게 된 아이와 나는 곧 새로운 관문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동안 한글을 가지고 너무 씨름을 했던 탓일까...? 1학년 수학은 쉽겠지하며 크게 신경을 안썼던 내게 아이는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음.... 1학년 수학이 어려울게 도대체 뭐가 있을까? 내가 읽은 어지간한 책에서도, 심지어 1%까페에서도 저학년에 아이들이 가장 쉽게 느끼는게 수학이라던데... 어쨌든 아이가 고민을 토로했으므로 나는 교과서를 가지고 와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려워한 부분은 바로 시계를 읽는 것이었다. 역시 우리애는 쉽게 되는게 하나도 없구나 하며 좌절한 순간이었다. 바로 시계연습을 위한 시계를 사고 아이에게 시계원리를 가르쳤지만 이해력이 느린 우리아이가 시계시스템을 이해한다는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시계를 보는것도 문제였지만 시간개념을 이해하는걸 더욱 어려워했다.
나는 아이에게 국어/영어/수학을 가르치면서 특히 수학을 가르치길 어려워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어려울게 1도없는 문제를 아이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나 스스로가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리애가 바보가 아닐까 의심한 순간도 여러번.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역시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국어나 영어는 언어라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주는 반면 수학은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진도가 나가지 못하니 나는 답답해서 죽을지경이었다. 게다가 최소한 구구단을 배운 이후, 초등학교 3,4학년 수학을 어려워했다면 그래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텐데 1학년부터 수학을 어려워하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연했다. 내가 수학을 가르치면서 너무 화를내게 되자 역시 수학은 엄마가 가르치기에는 너무 어려운 학문이라며 나 또한 손쉽게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아이의 친구엄마가 수학과외선생님이었고 집에서 두뇌로 수학을 가르친다는 걸 알게되어 나는 그녀에게 아이의 수학교육을 부탁했다. 아이가 수학사교육을 받게되고 나는 더 이상 화를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았는데 문제는 1년이 지나도록 우리애의 수학실력이 현저히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교과서를 등한시하고 있었다. 모든 교육서가 교과서는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나는 교과서를 우리아이에게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아이의 성적에 전혀 변화가 없자 (단원평가를 60점 맞는 수준이었는데 1학년 수학에서 단원평가를 반타작 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거의 100점이나 90점을 맞지요) 나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6-7세에 학습지를 시키면서 누구나 한다는 연산학습지를 나도 시켜보았는데 아이의 저항이 커서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었기 때문에 다시 연산학습지를 시켜야하는지 고민한 적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3학년에도 수포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1학년에 수포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은적이 없는데 그것도 우리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수포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놓은)나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안되자 나는 최후의 방법으로 교과서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제집과 병행했지만 곧 나는 겸허히 우리 아이의 수준을 받아들이고 정말 교과서만 가르쳤다. 한 학년이 지나면 수학익힘을 풀려서 부족한 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교과서를 가르치니 아무래도 어려운 문제집을 풀릴 때보다 아이는 더 빨리 이해했고 나도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탓인지 화를 낼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의 학습습관을 잡아주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않아 아이와 마찰을 빚을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아이와 싸우지말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표를 정해서 할일만 마치면 놀도록 해주라고 조언을 해주어 일과표를 만들었다. 예체능을 제외하고는 학원을 안 다녔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