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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런 Feb 22. 2021

퇴근길과 출근길 온도차를 줄이는 7가지 방법

번아웃 증후군 극복 도전기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직장생활과 전혀 다른 현실에 좌절하고 3개월 만에 모든 걸 관두고 싶었다. 

가기 싫은 마음에 한 시간 가까이 걸리던 출근길이 짧게 느껴질 만큼 꾸역꾸역 끌려갔다. 차문을 열고 내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차체와 차문 사이로 보이는 땅에 발을 내딛기가 싫어서 한참을 쳐다보던 버릇 때문에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리 깊숙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나서는 퇴근길에 근무 지역을 벗어나는 '안녕히 가세요.' 표지가 보이면 마치 지옥문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업무에 요령이 생길 무렵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다시 번아웃 증후군에 사로 잡혔다.

통제력에 집착하는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직장과 집은 모두 엉망으로 보였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쯤 다행히 또 한 번의 휴직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복직을 앞둔 지금 다신 번아웃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 

업무와 주변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통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업무를 대하는 내 생각을 바꾸고 대비하는 것만으로 이전과 다르게 부담 없는 출근길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1. 일과 삶 분리하기

출근해서 지시를 받고 진행해야 하는 업무, 한창 다른 사람과 협업 중인 업무, 스트레스를 주는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등 지금 당장 미리 준비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퇴근과 동시에 모두 의식적으로 관심을 끈다.(업무 모드 OFF)

출근과 퇴근 시 주의 모드를 '일'과 '삶'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스위치를 옮기는 것에는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미해결 문제를 빨리 마무리 짓는 걸 원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계속 끄집어내어 당장 어쩔 수 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검토하려 한다. 마치 점심시간이 되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이미 말했는데도 언제 밥 먹냐고 계속 와서 보채는 어린애와 같다.

이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미해결 문제에 대해 언제 어떻게 다음 행동을 취할지 결정해 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데 계속 떠오르며 감정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은 다음날 할 일 목록에 어떻게 하자는 계획을 간단히 써놓고 잊자.

머릿속으로 커다란 스위치를 떠올린 후 퇴근하면서 '딸깍' 모드를 바꾸는 모습을 함께 상상하는 것도 주의 모드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된다.(우리 뇌는 자신에게 잘 속는다.)


2. 출근 준비 미리 해두기

퇴근하자마자 다음날 필요한 자료와 소지품을 모두 담아 놓은 가방을 아침에 들고나가기만 하면 될 정도로 미리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입기만 하면 되도록 옷을 지정해둔다. 한 곳에 상의와 하의, 양말, 액세서리 등 온몸에 걸칠 물건을 골라서 모아 놓으면 더욱 좋다. 아침에 먹을 음식도 냉장고에서 꺼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도록 전날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 함께 간단하게 손을 놀려 요리해 놓는다.

다음날 출근해서 할 일 목록은 전날 퇴근 전에 미리 만들어 둔다. 특히 월요일에 일은 금요일 퇴근 전 업무의 흐름 속에서 적어 놓는 것이 좋다. 일단 퇴근하고 불금의 분위기에 빠져 놀다 보면 다시 기억을 떠올리기 어렵고 중요한 걸 빠뜨리기 쉽기 때문이다.

아침의 여유는 출근길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업무에 대한 통제력은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준다.


3. 작은 성공에 집중하기

번아웃 증후군은 실패한 업무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직업이라도 당장 그만두지 않은 이상 어느 부분에서는 만족을 주거나 다른 직업에서 얻을 수 없는 매력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집중하자.

실패하거나 제약이 많아 번번이 좌절을 가져오는 업무는 환경 탓(외부 귀인)을 해야 한다. 내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 탓이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리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집착해서 엉뚱하게 통제력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러 가지 회사일 중 적성에 맞고 즐거운 업무에 집중해서 그 순간을 즐기자. 그런 업무의 작은 성공을 훌륭히 해낸 내 능력과 노력을 칭찬(내부 귀인)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4. 미움받을 용기 내기

업무량이 처리 속도를 넘어서서 일에 쫓기는 기분이 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업무량이 매번 업무 시간을 초과해야만 처리 가능하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동료보다 과한 업무량을 책임지고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감당해야 한다. 

진지하고 냉철하게 내 삶에서 차지하는 직장생활의 중요도를 따져본 후 무리한 업무 지시는 거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과제를 떠맡지 말고 내가 맡은 일만 제대로 하자.

직장생활에서 특히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쓰다 번아웃되어 일을 관두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내가 지금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때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을 사람들이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고 '호의'가 '권리'가 되는 세상에서 내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만 '착한' 마음을 다하고 싶다.

맡은 일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되 내가 훌륭해서 빨리 처리하고 얻은 여유 시간을 절대 반납하지 말고 게으름 피우며 온전히 누리자.


5. 힘 빼고 일하기

앞으로 내게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지금 매달려 있는 회사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에 미련이 남을까? 특히 누군가 나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 삶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만다. 그렇게 삶을 바쳤는데 야속하지만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과 착각을 버리고 내게 기대하는 만큼만 힘 빼고 일하자. 나 말고 내 삶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일에서의 성취감이 사생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허할 뿐이다.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인터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 수업>


6. 취미생활 만들기

늦게 퇴근해 피곤하고 졸린데도 내 시간이 없다는 울적한 마음에 하릴없이 폰을 붙잡고 밤늦게 잔 적이 많다. 덕분에 다음날 더욱 힘들어서 '오늘은 꼭 일찍 자야지' 다짐하지만 밤이 되면 어김없이 그냥 잠들기 억울하다.

주말이나 퇴근 후 휴식시간에 TV 시청과 웹서핑 같은 수동적인 활동에 몰입하는 것은 뇌에 무료함을 불러일으키고 더욱 허무해지기 쉽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직접 주도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시간 때우기 활동이 아닌 어떤 목적이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취미 활동 중에서도 이왕이면 결과물이 남거나 눈에 뚜렷하게 성과가 보이는 활동이 좋다. 눈에 보이는 형태가 없을 때도 활동 전후의 변화와 성과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지나고 난 후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 활동은 그 순간을 충실하게 즐겼다 해도 나중에는 주어진 휴식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7. N 잡러 꿈꾸기

학생일 때 딴짓하지 말고 공부하란 말을 너무 자주 들어서일까? 일을 할 때도 온 인생을 바친 듯 오직 일에 집중한다. '집-학교-집'이 '집-회사-집'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면 일 외에 개인적으로 관심 있고 기분 좋게 집중할 수 있는 거리를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내 삶에 의미 있고 중시하는 가치가 담긴, 동시에 관심 1순위인 주제와 관련된 생각과 행동을 준비해 놓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감정의 덫에 빠지는 일 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고 그에 몰입할 수 있다.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의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직업이 10인 사람에게 업무 사고가 터지면 10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10개의 관심사 중 1인 직업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은 1의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다. 

관심사에 대한 창조적인 활동이 콘텐츠로 쌓여 다양한 수익을 만든다면 본업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그 수익이 본업보다 많아지는 날에는 우울한 출근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 글은 다시는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일 입을 옷과 들고나갈 가방을 준비해 뒀고, 미리 만든 아침 식사도 냉장고에 넣어놨다. 잠시 오랜만의 출근이 약간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내겐 꿈이 있고 이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안다. 더 이상 출근이 두렵지 않고 아주 조금이지만 설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모두 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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