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공간은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살아있는 극장 같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부터 방과 후까지 수많은 소소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순간들은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날궂이는 분명히 있다.
어제 날씨가 정말 좋았다. 파란 하늘에 흰색 구름 몇 조각. 마치 드넓은 파란 바다에 돛단배가 떠 있는 모습을 하늘에 옮겨 놓은 듯했다.
며칠 동안 비가 계속 퍼붓다가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정말 이유 없이 좋아졌다.
날씨가 좋으니 수업 분위기도 좋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기분 좋은 표정에 활기찬 발걸음, 그리고 하루 종일 떠들어도 지치지 않는 수다.
그 어려운 수학 시간도 문제없이 가뿐하게 지나간다. 국어 시간에는 책 읽는 소리가 경쾌하고, 음악 시간에는 노랫소리도 힘차고 밝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까르르 웃고 장난치는 소리가 교실 안에 가득하며 그 소리가 듣기 나쁘지 않다. 점심시간 메뉴로는 학생 친화적인 마라탕이 나와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환호와 더 먹어도 되냐는 주문이 쏟아진다. 창문 가득히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처럼.
날궂이는 분명히 있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촉촉하다 못해 온 땅을 축축하게 적시는 비가 시원하면서도 무섭게 내렸다. 보통 이럴 때는 한 번쯤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두 손에 들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낭만에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한숨과 함께 ‘오늘은 또 얼마나 질은 갯벌을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면 비가 오고 비교적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아침부터 전쟁 시작이다.
우산을 쓰고 등교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벌써 아이들이 지친다. 비슷한 시간대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옷이 젖고, 바닥은 미끄러우며 빨리 우산을 내팽개치고 싶다.
1교시 수업부터 기분이 찝찝하고 공부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공부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는 것은 기본이다. 목소리도 웅성웅성 더 커지고, 빗소리에 어떤 마력이 있는지 빗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동굴을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하면 ‘아’하고 울리는 메아리가 신기해서 더 많이 실험을 해보는 것처럼 모두가 성악가가 되려는지 각자의 울림통을 크게 울려보지만 감동은 없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 아이들은 인터넷 댓글 속 익명자가 되어 버린다. 분명 아이들의 행동이 더 과격해지고, 장난도 많아지고, 더 시끄럽지만 누가 날궂이와 접신한 사람인지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모든 아이들의 잠재된 역량이 발현된 것처럼 평균 장꾸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날궂이는 학생들의 에너지가 탁하고 폭발하는 그런 날이다.
긴 시간 동안 교실은 활기찬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숙제 이야기를, 누군가는 점심 메뉴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공유한다. 이 작은 에너지들이 곳곳에서 팡팡 불꽃놀이 하듯 터지며 매우 시끌시끌한 시간들을 만든다.
여기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더해지는데 갑자기 울리는 소방 훈련 경보, 복도에 벌레가 나타났다며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 떠는 아이들 소음, 천둥과 번개가 친다며 번개맨을 따라 하는 아이, 비만 오면 뛰고 싶은지 힘껏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 물이 있는 바닥에서 미끄러졌다며 엉엉 우는 아이, 선생님 몰래 간식 먹는 아이 등 정말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며 이런 순간들은 학교생활의 재미를 더해준다.(진심은 아님)
학생들에게 이런 소소한 사건들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성장의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정말 신경이 곤두서고 생활안전지도를 세 배쯤 강화해야 하는 그런 날이다.
그런 날에는 맘 편하게 맘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날씨를 바꿀 수 없는 노릇이며, 날궂이를 이길 수가 없을 바에는 적절하게 유연해진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것을 못 보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경험하게 해준다. 비가 와서 날궂이를 하면 조심하도록 지도한다. 언제나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과서이고,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쓰이는 미완성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학생들 자신이다.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날궂이는 얄밉지만 아이들은 얄밉지 않다.
감사의 말: 오늘 비(눈)가 와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실내에만 있어서 답답하지.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아이쿠(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 비 오는 날 실내 안전교육 한 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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