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취직이 됐어 6
정신건강 심리상담사와의 만남은 퇴사
회사 일을 하면서 나는 스트레스가 늘어갔다. 일을 잘해서 진급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마음 건강을 돌보지 못한 것 때문인지 아마 둘 다이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공정에서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조사람에게 휴일에 전화를 걸어 공정 물품이 없어졌다고 싸웠다. 나는 그전부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불화가 있었다. 동갑내기 여사원은 진급도 해서 호봉이 올라 월급을 더 많이 받았다. 거기에서 오는 비교하는 마음과 얼른 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에 주변 동료들과 싸웠던 거 같다. 입사 초반에는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 시기에 여자 기숙사의 베란다창문이 다 열리지 않게 방방마다 창틀에 스토퍼를 설치했었다. 아마도 나쁜 일이 생길까 봐 회사는 그렇게 한 거 같았다. 사회적으로 불안하던 시기였다.
같은 방을 쓰던 그 여자선배가 방을 얻어 기숙사를 나가게 되었다. 나는 그 여자 선배랑 사이가 좋지 못했다. 큰소리로 싸우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사로 어수선하던 방을 돌아보다가 내 등산화가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전에 그 여자선배한테 회사에서 등산 간다고 해서 발사이즈도 같아서 빌려주었는데 못 돌려받은 것이다. 나는 동장한테 같은 방에 이사를 가는데 내 등산화가 없어졌다고 알렸다.
다음날 그 당사자가 와서 같은 호실 다른 방의 선배랑 얘기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저 년이 날 도둑년이라고 했다." 어제 찾아봤던 베란다를 돌아보니 거기에 떡하니 내 등산화가 놓여있었다. 분명 어제는 없었는데 나는 화가 났지만 못 들은 체했다.
가공 작업자들과 회식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내가 술 마시고 울었다. 술에 취해 반제품을 적재포장하는 공정의 남사원하고 싸웠다. 뭐 때문에 싸웠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다른 여사원이 나한테 담배를 입에 물렸다는 건 기억이 난다. 나는 그렇게 평생 하지 않았던 흡연을 술 마시고 울면서 하게 되었다. 또 한 번은 내가 같이 일하는 여사원들한테 욕을 했다. 후배여사원들과 여러 여사원들이 한데 모여 일을 했는데 난 잘 어울리지 못해서 술에 취해 욕을 한 것이었다. 한데 그 다음 날 반장이 일하고 있는 날 찾아와 말했다 "너 OO를 시발년이라고 욕하더라." 나는 그 말을 듣자 바로 어제 술에 취해서 고개를 숙이고 욕을 하던 내가 떠올랐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는 정신건강 심리상담사가 배치되었다. 그즈음에 나는 몸도 마음도 온전치 못했다. 당연히 상담사 눈에는 내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다른 사원들과 달리 표정도 어둡고 불안해하는걸 눈치챈 거 같았다. 나는 그렇게 작업장에서 배제되었다. 그렇게 출근하면 다른 사원들과 달리 직장실 옆 조회시간에 사용하는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되면 회사 안에 있는 상담실에 가 면담을 했다.
그때 그 상담사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자신도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약을 먹었다. 그러니 약 먹는 거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나는 그렇게 내가 일하는 공장 옆에 같은 계열사의 회사 내 정신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의사한테 진료를 보고 나왔다.
공장 생활 동안 어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 정신없이 이동하긴 했지만 나는 나한테 정신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내가 아프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아픈 사원이 거치는 수순대로 병가 휴직계를 내게 하였다. 어떤 날은 기숙사에서 회사로 택시를 타야 했는데 택시를 급하게 타다가 귀를 차에 찧었다. 귓방망이 맞는 느낌이었다. 무지 아팠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세게 부딪힌 게 그 여자친구 있는 남사원과 만나서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벌 받은 거 같다.
하지만 진짜 벌은 따로 있었다. 그날은 나를 포함한 6명이서 야간근무 후 아침에 모여 여사원회식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술을 마셨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그렇게 마셨다. 왜인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나는 날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거 같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술에 취해 눈이 감겼는데 내가 그 식당 마당에서 욕을 하고 있었다. 욕을 하는 날 그들은 사정없이 해치기 시작했다. 난 술에 취해 눈이 감겨 있었지만 기억이 난다. 나보다 어리지만 딸이 있는 여자가 내가 뻗은 손을 할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들은 뒤에서 내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내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나는 죽여버릴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나는 흙바닥으로 넘어졌고 제일 나이많은 여자가 내 배 위에 올라탔다. 나는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를 쳤다. 그리고 일어나서 기숙사로 향하는데 같이 회식을 한 여자가 내 손을 잡고 도로 한가운데로 갔다. 그러더니 홱돌아 날 도로에 두고 자신은 인도로 갔다. 천만다행으로 이른 아침이고 왜진곳이라 도로에는 이동 중인 차량이 없었다.
그 상태로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운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누워있었다. 신고할 생각도 어떤 조치를 취할 생각도 못했다. 술에 취해 몽롱한데 손이고 정강이고 머리고 다 다쳐서 엉망이었다. 근데 나쁜일은 그렇게 한꺼번에 오나보다. 누워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같은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촌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저번에 내가 소개팅시켜준 여자선배가 내가 오빠 흉을 본 것을 얘기해서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라."
병원을 안내해 주고 면담하고 같이 움직이면서 회사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했지만 회사에서 휴직계를 낸 뒤부터 그 심리상담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전화가 왔었다. 그 감자탕집 앞에서 웬 여자들과 싸우고 있는 걸 봤다고 했다. 나는 병가 휴직 기간이 끝나면 복직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못했다. 나는 멍청하게 회사가 쉬라는 대로 계속 휴직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권고사직이었다. 나는 복직하지는 못했다. 바보같이 복직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 퇴사라는 것도 내 의지가 아닌 엄마의 말을 듣고 했다. 계속 회사에서는 쉬라고 하니까 엄마는 가서 퇴사한다고 말하고 오라고 했다. 내가 아파서 퇴직해야 했고 홀로 올라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는지 동생과 함께 다녀오라고 했다. 나는 동생과 회사에 들러 퇴사절차를 밟고 며칠 지나 아버지차를 타고 기숙사에 와서 엄마와 짐을 뺐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옷장 열쇠를 못 찾아서 분실비를 지불하고 기숙사를 나왔었다. 나중에 집에서 열쇠를 찾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