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예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예요.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면

어쩔 수 있는 것을 잘 해낼 수 있어요.


오늘 아침도 심리상담센터이자 서점을 청소했습니다.

정해진 동선대로 잽싸게 왔다 갔다 움직이며 청소를 했지요.

그런데 그만,

난로 위에 올려둔 물 주전자를 쏟고 말았습니다.

좀 편하게 난로를 이동시키겠다고 난로를 들지 않고 바닥에 살살 끌다가

작은 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지요.


물 주전자에는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물이 바닥에 다 쏟아졌으니.

물바다가 된 바닥을 보며 망연자실하려던 찰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쩔 수 없지 뭐.'


사실 그 찰나 간에 다른 생각이 오가긴 했습니다.

왜 이렇게 물을 많이 담아 놓은 거야.

나는 왜 바보 같이 조심하지 않았지?

남 탓, 내 탓하는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얼른 지나가게 두었습니다.

생각을 붙잡지 않았어요.


참 묘하게도 오늘 아침 나무둘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현실과 싸우면 안 된다.

이미 내게 다가 온 상황,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왈가왈부해봐야

아무 유용한 점도, 유효한 점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남들 앞에서 이렇게 떠들어 놓고

그것도 몇 분 전에 이야기해놓고

이제 와서 나 스스로 그 말을 번복할 수는 없잖아요.


쏟아진 물.

내뱉은 말.

꼴이 아주 비슷했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모두 다 내가 한 말이요, 내가 쏟은 물이니.


이렇게 마음 정리를 하니 선명해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가운데 어쩔 수 있는 것도 있지!

그 순간 그것은 재빠르게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히터를 최대한 크게 틀어놓는 것이었지요.


아침부터 스스로 다짐하고 되새기고 공언한 것이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이야.

그 메시지는 라디오 청취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청소를 하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그다지 화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물로 바닥을 깨끗이 닦으며 오히려 기분이 산뜻하게 되었습니다.


저기도 닦아 볼까.

여긴 언제 이런 자국 있었지? 다 지워 보자.


마음은 언제든 물처럼 흐를 용의가 있지요.

내가 물처럼 흐를 용의가 있을 때

현실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가 싸우지 않을 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낼 때

현실은 나에게 의외의 선물을 주는 건 아닌가 생각도 했어요.


현실 : 맨날 쓸고 털지만 말고 오늘은 바닥 좀 닦아라. 물로 박박 닦아봐.

나 : 네 열심히 닦았습니다.


근처 책장에까지 물이 살짝 튀었고 책도 조금 젖었지만 그것도 괜찮았습니다.


현실 : 어차피 안 팔리는 재고잖니? 네가 열심히 읽고 성장하거라.

나 : 그 깊은 뜻을 몰라봤네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가운데도 어쩔 수 있는 것은 늘 있는 법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면

어쩔 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에게 올 한 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그 일은 무엇인가요?

어쩔 수 없는 그것을 받아들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그 가운데 어쩔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당신도 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는 가운데 어쩔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성실히 해내는 용기를 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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