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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n 20. 2024

쉬라의 점묘화와 FOMC 점도표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쇠라는 수많은 점을 찍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점묘화의 선구자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이 비칠 때 시시각각 달리 보이는 사물과 색을 주목해 그림을 그렸다면, 신인상주의를 이끈 조르주 쇠라는 보다 적극적으로 분해해 또 다른 관점으로 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그의 그림은 가까이 가면 각기 다른 색의 점들로 분해되고 멀어지면 우리 눈의 망막에서 혼합돼 하나의 사물로 그리고 새로운 색으로 보여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형상과 색을 표현해 내기 위해 같은 그림을 마치 과학자가 실험을 반복하듯 여러 번 칠하고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같은 그림의 연습 작품들도 남아 있는데, 그런 연습 작품의 제목에는 연구(study)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조르주 쇠라는 "어떤 사람들은 내 그림에서 시를 본다고 하지만 나는 과학만 본다"라는 말도 남겼다.


그림이라기보다 연구 작품

조르주 쉬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은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파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센강에 위치한 그랑드 자트섬의 한적한 일요일 오후 풍경이 담겼다. 선이 아닌 수많은 점으로 사물을 표현한 만큼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모든 게 두루뭉수리 하다. 그래서 이 그림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여러 색이 융합돼 한 가지 색으로 표현되니 강렬하고 쨍한 색이 없고, 선이 없으니 각지고 뾰족함도 없다. 작가의 완벽주의와 점묘화의 특성이 결합돼 2년(1884년~1886년)이 넘는 긴 작업기간에 걸쳐 완성됐다. 크기도 가로 3m에 세로 2m나 되는 작품이다. 그림 오른쪽에 서 있는 인물들은 실제 사람 크기와 유사할 정도다. 지금처럼 기계를 이용해 미세한 점들을 찍을 수 있다면 크기가 확 줄었을 텐데 말이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전시된 모습

실제 조르주 쇠라는 점을 찍고 그 위에 보색을 고려해 또 다른 색의 점을 찍고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과학이라고 표현했지만 진짜 과학이 발달해 버린 현대에 와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들의 이런 과정마저도 예술로 평가해 준다. 기술 발달로 사진과 영상이 등장하면서 대상을 복사하 듯 그린 그림의 가치가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대상을 분해하고 재해석하거나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거나 우연함이 만들어 낸 작품으로 시대에 적응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조르주 쇠라는 현대 미술의 문을 연 인물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점묘화는 결국 광학이론의 기초

스크린 RGB픽셀 근접 촬영

빛과 색을 분해하고 결합할 수 있다는 건 혁명적인 발견이다. 인류는 이를 통해 이미지를 스크린에 옮겨 컬러를 입혔고, 종이에 찍는 인쇄물에도 다양한 색을 칠했다. 빛은 RGB(Red, Green, Blue), 색은 CMYK(Cyan 파랑, Magenta 빨강, Yellow, blaK)을 통해 분해하고 혼합된다. 이들을 활용하면 이제는 세상의 모든 색을 스크린과 종이에 표현해 낼 수 있다. 사람이 일일이 점을 찍어 표현하던 걸 이젠 기계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하고 있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해상도(Resolution)라는 개념도 결국 같은 크기의 사각형에 얼마나 많은 점을 찍었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화질의 선명도를 결정하는 해상도는 1인치 당 들어있는 픽셀(Pixel)의 수를 말하고, 1개의 픽셀에는 RGB 3 원색을 표현하는 아주 작은 전구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작은 전구에 RGB 중 어떤 색이 들어오느냐 그리고 이걸 어떻게 혼합하느냐에 따라 화면에 색과 사물이 표현된다.  


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과정
경제에서 점을 찍는 행위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매 순간 위치를 x, y 축에 표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이런 비교 데이터를 쌓아가며 이를 바탕으로 흐름을 일고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활용한다. 경제전망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끊임없이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은 현재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열망이 더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데이터(통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미래 예측은 무엇일까? 그건 종교나 역술의 영역에서 행해지는 예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가 100% 완벽한 미래 전망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예언의 영역을 기웃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FOMC의 점도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 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해당한다. 1년에 총 8번 열리는데, 12명의 위원들이 1박 2일 간 난상토론을 벌인다. 

2024년 6월 FOMC 점도표

재밌는 건 3월, 6월, 9월, 12월 회의 때는 이른바 점도표라는 게 공개된다는 거다. 회의에 참가하는 12명의 위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을 찍어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기준금리의 방향성과 기준금리의 변동폭을 예측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2012년에 도입했는데,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라면 이제는 꼭 챙겨봐야 할 Fed 5 요소 중 하나가 됐다. Fed 5요소는 FOMC 회의가 끝나면 나오는 발표문과 의장의 기자회견, FOMC 회의 3주 뒤 공개되는 의사 여기에 분기마다 내놓는 경제전망요약보고서(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 그리고 점도표이다. 



그림 출처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a-sunday-on-la-grande-jatte/twGyqq52R-lYpA


FOMC 점도표 확인 사이트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fomccalendar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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