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큐 Jul 19. 2021

긴축발작(테이퍼텐트럼)

살만하니 이제 지원을 끊겠다는 얘기...

2021년 2월 26일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번 글은 테이퍼 텐트럼 이른바 긴축 발작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전문가 집단들은  자꾸 어려운 용어를 써서 자신들을 일반인들과 분리시키고 싶어하죠. 그래야 뭔가 더 많이 아는 것 같고 전문가로 인정받는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 경제·금융 업종입니다. 그래서 어려워 보이지만 이런 용어들만 잘 이해도 경제 뉴스가  한결 쉬워집니다. 그럼 우리도 전문가 흉내 좀 내볼까요?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용어 '테이퍼링'

테이퍼 텐트럼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용어에 대해 이해를 하고 가야 합니다. 테이퍼(Taper)는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수영선수들이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량을 높이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훈련량을 점점 줄여가는 과정을 테이퍼링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이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서 가져다 쓰기 시작하죠. 뭔가를 줄여간다는 의미잖아요. 양적완화라 불렸던 돈 풀기 정책이 다시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다시 말해 재정긴축으로의 방향 전환을 테이퍼링이라고 불렀습니다. 출구전략이라고도 했죠. 같은 말입니다. 


잠시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기억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미국의 FRB(연방준비제도)와 유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재빨리 낮추면서 대응합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제로 상황까지 갔음에도 시중에 돈이 별로 풀려나가질 않았어요. 그러자 정부가 자기 돈으로 부실화된 부동산 관련 모기지 채권은 물론 장기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이란 걸 시행합니다. 채권을 사들인다는 건 돈을 낸다는 거니 결국 시중에 직접 돈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3차례의 양적완화 조치가 있었는데 이때 풀려나간 돈이 무려 4조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천 조원이나 됩니다. 


그럼 테이퍼 텐트럼은 뭘까요? 테이퍼의 뜻은 이미 알았으니 텐트럼(tantrum)이란 이해하면 되겠죠. 텐트럼은 아이들이 갑자기 짜증을 부리거나 성질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짜증 뭐 이런 의미가 되는 거죠. 무슨 얘기냐 막대하게 풀렸던 유동성이 회수된다는 걸 알게 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환자에게서 링거를 뽑는다는 건 좋은 일?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요. 생사를 오가는 환자가 있습니다.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급히 수술을 진행합니다. 약도 먹였어요. 이제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기다립니다. 환자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습니다. 어느 날 의사가 환자의 가족들에게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일반 병실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간 처방했던 링거 처방을 그만하겠다고 통보합니다. 링거를 뽑은 환자는 며칠간 작은 발작을 일으킵니다. 숨도 거칠어지고 고통도 호소합니다. 회복됐다는데 왜 이럴까 환자의 가족들은 걱정에 빠집니다.


환자에게 꼽혀있는 링거는 추락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쏟아붓는 돈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졌다는 건 경제가 제법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니 정부는 이 링거의 주삿바늘을 빼는 겁니다. 환자가 조금 힘들어하더라도 자생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테이퍼 텐트럼은 마치 환자에게서 링거를 빼자 그 환자가 며칠간 앓는 작은 발작 같은 것입니다.


긴축 발작을 우려할 상황인가?

테이퍼 텐트럼, 긴축 발작을 말하려면 일단 경기회복이라는 기본 전제를 깔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논할 수 있는지가 일단 논란입니다. 다만 테이퍼 텐트럼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장기채 금리의 상승세 이에 따른 증시의 조정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이 어떤 의미인가는 지난 위클리 리포트를 (url삽입 : https://bit.ly/2YU732b) 참고해 보세요.) 


하지만 최근 제롬 파월 FRB 의장이 국회 상원 청문회에 나와서 이 논란을 일단 진정시켰습니다. 경기회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거죠. "경제 회복에 상당한 진전(substantial futther progress)이 있을 때까지 채권 매입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했고 "경제가 완전고용과 장기간 2%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때까지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다시 말해 물가 수준은 현재 1.4% 정도입니다. 그리고 완전고용이라고 이론적으론 실업률 0% 이지만 보통은 적절한 실업률이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6% 정도면 완전고용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3~4%대 실업률을 완전고용으로 봅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6.3%(2020년 2월 기준)입니다. 다만 어린아이들의 짜증은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듯이 경기 상황이라는 게 꼭 우리의 예측대로 되는 것은 아니죠. 언젠간 긴축 발작이 금융시장에 올 겁니다. 금융시장이 유동성 파티를 크게 즐기고 있다면 발작의 세기도 좀 클 겁니다. 다만 중환자에게 링거를 뽑는 행위가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 조치라는 점에서 균형적 관점에서 현재 시장을 바라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더 이해하기 쉽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 지어 만들어 놓은 카드 뉴스가 있어요.
재미 삼아 보시고 어렵게 생각했던 용어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길 바랍니다. 



카드뉴스 인스타로 편하게 보고 싶으시면 

https://www.instagram.com/p/CMg9XB2Md0-/?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전 05화 美 국채금리가 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