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고요
21년 2월 5일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채권금리 얘기해볼까 합니다. "난 주식투자자니까 채권은 관심 없어요"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래도 좀 들어봐 주세요"라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증권이라고 할 때 이게 주식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유가증권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 모두를 합쳐 증권이라고 한답니다. 나는 주식 투자자니 채권은 관심 없어요라고 말하는 건 전쟁에 나갈 때 창과 방패를 쥐여주니 전 방패는 필요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채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다만 채권 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조금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할 요소들이 있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아무튼 최근 국채 금리 흐름을 정리하면서 채권과 조금 친해져 보시죠.
'장기 국고채 금리 1년 3개월래 최고치'
최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요. 4일 기준으로 연 1.76%이고요. 지난 1일에는 연 1.803%까지 올라서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고점 2019년 11월 연 1.842%) 전저점은 지난해 7월 연 1.281% 였으니 6개월 동안 0.5% p나 오른 겁니다.
고작 0.5% p 오른 거 가지고 웬 호들갑이야?라고 하신다면 연 1~2% 사이인 금리의 1/3 혹은 1/4이 움직인 거니 1억 5천짜리 집이 2억이 된 거랑 비슷하다고 하면 감이 좀 오실까요? 20년 만기 국고채도 30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도 1년 10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랍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왜 오른 거야?이고 두 번째는 장기국채 금리 오른다는 게 대체 어떤 의미야?입니다.
채권에 대한 이해부터 하고 갑시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말합니다. 회사가 발행하면 회사채라고 하죠. 금융사들이 발행하면 금융채, 지방 자치단체들이 발행하면 지방채 뭐 이렇습니다. 채권은 돈을 빌리면서 써주는 일종의 차용증서입니다. 그래서 채권에는 돈을 언제까지 갚겠다는 상환기간 즉 만기가 있고 돈 빌려 갔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라는 이자(표면이자율)가 정해집니다. 다만 친구 간에 돈 빌릴 때는 돈을 빌리고 차용증(채권)을 써주지만 증권시장에서 정부나 회사 등이 돈을 빌릴 때는 몇 년 뒤에 갚을 거고 이자 얼마를 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차용증서(채권)를 먼저 만들어 발행을 하는 거죠.
그럼 이자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돈 빌려줄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 이 사람이 돈을 갚을 수 있을까잖아요. 채권도 일종의 차용증서니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빌리려는 국가나 회사가 튼튼하다면 돈 떼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표면이자율이 낮게, 부실기업이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가 채권을 발행하면 돈 떼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자가 높게 책정되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장기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게 무슨 의미야?
그런데 좀 헷갈립니다. 채권 발행할 때 만기하고 이자는 확정된다고 했는데 채권 금리가 오른다고 하니 말이죠. 보통 금리=이자잖아요. 그럼 채권도 은행에서 돈 빌릴 때처럼 변동금리 같은 게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사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채권시장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제가 깔끔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채권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금리와 이자는 서로 다른 겁니다. 채권 발행할 때 확정하는 건 이자, 표면이자라고 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이자의 개념과 동일해요. 다만 금리는 사실 채권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익률을 뜻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릴게요. 채권은 만기가 깁니다. 짧은 게 3년 긴 건 30년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걸 만기까지 들고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시장에 들고 나와 거래를 하는 거죠. 비유가 좀 그렇지만 상품권 깡과 비슷합니다.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 현금이 필요하면 9만 원이나 8만 원 받고 상품권 팔잖아요. 채권도 마찬가집니다. 공식적인 거래시장이 있는 겁니다.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9만 원에 산 사람은 만기까지 가져가면 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8만 원에 거래했다면 20% 수익이 납니다. 바로 이 수익률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이걸 알면 우리를 항상 헷갈리게 하는 '채권 가격은 금리와 역의 관계다'라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채권의 금리 다시 말해 수익률이 높아지려면 당연히 채권을 싸게 사야 하니 채권 가격이 내려가야 합니다. 이해가 좀 되셨다면 한발 더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상품권 깡을 하는데 같은 가게에서 지난달에는 9만 원 팔리고 이번 달에는 8만 원에 팔립니다. 왜 그럴까요? 결국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팔려고 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다시 말해 공급 때문입니다.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팔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9만 원 쳐주던 걸 8만 원만 주는 거고요. 그래도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7만 원을 주기도 하는 거죠. 결국 채권시장에서 금리 다시 말해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건 채권 공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엔 호재?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경기의 회복으로 인식되고 결국 주식시장의 호재로 해석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건 다소 단편적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글머리에서 제가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한다고 했으니 그럼 경기가 회복된다는 해석이 가능할 텐데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다만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신호 중 얘기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경기회복을 예상해 만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장기국채를 내다 팔고 그 돈으로 다른 걸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보는 거죠.
장기국채 공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니 채권 거래 수익률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겁니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에 채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내다 파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채권이 공급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실제 최근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은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릴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더구나 10년 만기 국채 발행이 크게 늘 것이란 예상에 10년 만기 국채 등 장기 국채 금리가 뛰고 있는 겁니다.
나에겐 어떤 영향?
당장은 시중 금리 다시 말해 내 예적금과 대출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기준금리는 변경된 적이 없는데 내 대출금리는 매달 조금씩 오르거나 내립니다. 은행 창구에서 왜 기준금리 조정도 없었는데 내 대출 금리가 움직이느냐고 물으면 조달금리 또는 시중금리가 오르거나 내렸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중금리가 바로 이 국채금리입니다. 가끔 언론에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금리가 오름세라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뒷 배경이 있습니다.
또 다른 건 미국의 국채금리와 국내 국채금리를 비교해 외국인 자금의 유입과 이탈을 판단합니다. 채권금리는 수익률이라고 말씀드렸죠? 미국의 국채금리가 크게 오르면 당연히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물론 변수는 여러 가지라 100% 맞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국내 단기 국채(3년 만기) 금리와 장기국채(10년 만기) 금리의 차이(금리 스프레드) 혹은 역전 등을 놓고 경기의 흐름을 판단키로 합니다. 여기까지 너무 복잡하네요. 다음번에 기회를 내서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무튼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은 경기의 큰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잊지 마시고 이제 신문이나 증권거래할 때 종종 금리 동향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http://bit.ly/2MZDycl (탱고픽 위클리리포트 2월 1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