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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Sep 27. 2021

물가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소비자물가지수(CPI) 이해하기

추석 연휴가 지나자마자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됐습니다. 연료비 연동제를 연초에 도입해 놓고도 사실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던 걸 이제야 적용한 걸로 봐도 무방합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연료는 크게 4가지 정도인데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순으로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그리고 기타입니다. 석탄과 천연가스가 62% 정도를 차지하죠. 그런데 석탄은 연초 대비 가격이 120%나 올랐고 천연가스는 70%가량 가격이 뛰었습니다. 한전 입장에서는 올려도 벌써 올려야 할 전기요금을 정부의 입김 때문에 묶어놨었던 상황인 거죠. 한전 주주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전기를 상용하는 소비자 입자에서는 요금 동결은 뭐 나쁠 게 없는 이슈죠. 그렇다고 정부가 요금 동결 입김을 계속 불어넣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100% 정부 소유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만 한전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정부 지분은 30%가 좀 넘고 나머지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거든요. 


어쨌든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그간 눌려져 있던 다른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는 6월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1.8%라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미 4개월째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나오고 있거든요. 안 그래도 올라가는 물가에 공공요금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목표 달성은 힘들어지는 거죠. 

자료: e-나라지표


아래 글은 지난 6월에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물가지수, 물가상승 관련해 물어 오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적성했습니다. 작성 시점을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미국과 영국에서 발표된 지난달(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비자물가지수가 5.4%나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라는 타이틀까지 달아 버렸습니다. 물가지수라는 게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물건 가격의 오르 내림폭을 나타내는 수치여서 기저효과(비교시점의 상대적 수치에 따라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도 고려해야겠지만 시장은 꽤 놀란 눈치입니다. 월가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높아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5%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연준(미국의 중앙은행)은 지난달 물가지수가 4%를 넘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장에 경기회복 시기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한 달 뒤 물가지수가 더 올라버렸으니 조금은 궁색해졌고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더 의심하게 된 거죠.


이번 물가 급등의 주범은 중고차

물가지표 얘기하는데 웬 중고차 얘기냐고요? 미국도 영국도 이번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한 배경으로 중고차 가격을 꼽았거든요. 실제 미국은 지난해와 비교해 중고차 가격이 무려 45.2%나 올랐어요. 지난해 1천만 원에 살 수 있었던 그랜저를 올해는 1천452만 원 줘야 살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준이 이런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중고차 가격 덕분입니다. 하나의 지표가 너무 크게 올라 전체 지표의 상승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이걸 이벤트적 성격으로 보는 거죠. 체조나 다이빙 같은 종목에서 심판들 점수 집계할 때 제일 좋은 점수와 제일 낮은 점수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는 것처럼 이렇게 갑자기 급등한 지표는 제외하고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안 쓰던 장비를 돌리려니 삐걱거리고 잠시 멈추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딱 이렇습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잠시 멈춤 상태였잖아요. 공장의 생산라인을 세우거나 아예 문 닫는 회사들도 있었고, 생존을 위해 일부 생산 설비를 팔아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백신 보급 등이 이뤄지며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니 여기저기서 물건을 달라고 하는 거죠. 멈췄던 공장들을 돌리려니 기름칠하고 제대로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연준은 지금 물가 상황도 이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공장들이 부드럽게 돌아갈 테고 그러면 일시적인 공급 부족이 해결되고 가격도 안정될 거라는 얘깁니다. 중고차 가격의 상승 역시 상반기 글로벌 경제의 큰 이슈였던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가 엮여 있거든요. 반도체 수급 문제는 최근 조금 풀리는 모양새라 신차 공급이 늘면 중고차 시장에도 가격 안정이 될 것이란 예측인 거죠. 연초 급등했던 목재 가격도 지난달 40%나 떨어졌고, 연일 강세를 보이던 구리 가격도 5월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이고 있습니다.


물가지수로 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사용하죠?

출처:통계청 홈페이지

물가가 붙어 있는 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도 몇 개가 더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라는 것도 있고 수입물가지수라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용어에서도 드러나 듯 조사 대상이나 사용 범위를 고려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가장 넓습니다. 또 생산자 물가는 결국 최종 소비재에 반영되고 수입품의 가격도 최종 단계에서는 소비자에게 간다고 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대표 선수로 삼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만 그러냐고요? 아닙니다. 측정 방법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 세계 표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 UN에서 권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측정법이 있고 우리나라도 그 방법에 준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거든요. 측정 방식은 다소 복잡하지만 개념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고 꼭 소비해야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오르내림을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대표 품목이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460개의 대표 품목이 있습니다.  아이들 교복 가격부터 의류 수선비, 전월세 가격, 소화제, 감기약, 피자 가격, 애완동물용품까지 들여다보면 이런 것까지 보나 싶은 것들도 많아요.


대신 이 460개 품목 개별마다 가중치가 달라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대표 품목을 선정한 후 평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거든요. 또 시대가 지나면 소비 품목들도 변하잖아요. 이걸 반영해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 품목, 조사 지역, 조사 방법, 기준 연도 등도 조정합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소비자물가지수 대표 품목에 망고, 체리, 아보카도, 유산균, 마스크, 의류건조기 등을 새로 넣겠다는 발표도 있었답니다.

인플레이션 논쟁은 사실 무의미

연준의 예상이 맞을지 아니면 걱정 어린 시선으로 인플레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의견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지금의 인플레이션 논쟁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로 인플레를 느끼고 있거든요.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고 외식 가격도 가파르게 뛰었으니까요. 그래서 소비자물가지수 어쩌고 하는 건 그냥 숫자놀음 같다는 생각도 드는 거죠. 결국 이미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을 중앙은행 등이 어떻게 통제하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건 물가 상승폭과 속도죠. 지금은 견딜만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른바 임계점을 넘으면 통제 수단들을 꺼내겠죠. 그 수단들은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 다시 말해 돈 풀기 축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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