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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16. 2021

원자재 가격과 인플레이션

CRB 원자재지수라도 알아두자

2021년 2월 19일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JP모건이라는 미국의 투자은행이 있죠. 정확히 뭐 하는 곳인지는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친구들에 대해 우리가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어요. 잘 안다고 해서 내 지갑이 더 두꺼워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다만 꽤 긴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금융회사인 데다 덩치가 좀 커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입김이 좀 쎕니다. 다시 말해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니 이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가끔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놈들이 얼마 전에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이미 시작됐다'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슈퍼사이클이라고 하면 며칠이나 몇 달 유지되다 끝나는 흐름이 아니라 적어도 몇 년씩 큰 흐름이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보통 슈퍼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그 흐름이 10년~20년 정도는 돼야 사용이 된답니다.

유가·농산물·비철금속 등 모두 강세

석유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는 3가집니다. 원유가 생산되는 지역에 따서 부르죠.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그리고 중동 두바이유입니다. WTI가 품질도 좋고 국제 유가의 표준처럼 여겨집니다. 브렌트유는 주로 유럽에서 사용하고 우리나라는 조금 저품질이긴 하지만 두바이유를 주로 수입합니다. 


이들 3종의 원유 가격들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최근 모두 배럴당 60달러(선물 가격 기준입니다)를 넘었습니다. WTI 기준으로 지난해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을 보이던 게 코로나 19 사태로 16.7 달러까지 떨어졌고 최근 60달러 위로 올라선 겁니다. 저점 대비 유가가 35%나 상승한 거죠. 농산물 가격도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대두 가격은 50% 이상 올랐습니다. 비철금속 가격도 심상치 않습니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뛰어 8년 내 최고치입니다.


CRB 원자재 지수라는 게 있어요. 앞서 제가 언급한 것들을 포함해 19개 원자재 선물 가격을 평균해 이 수치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겁니다. 원자재 전체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보려고 만든 지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난해 112까지 떨어졌던 이 CRB 원자재 지수가 최근 200을 넘었습니다. CRB 원자재 지수는 지난해 코로나 이후는 물론이고 이전에도 한차례도 200을 넘었던 적이 없습니다. 


원자재 시장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에너지 부문 원자재, 농·축·수산물 원자재 그리고 귀금속, 비철금속이죠. 세계 경제 그리고 원자재별 수급 상황 여기에 기후 요소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 네 개 부문의 가격은 좀처럼 한 방향으로 맞춰지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흔치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JP모건은 경기회복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코로나의 최악을 벗어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재정 부양(돈 풀기)으로 인한 통화확장(유동성 강화). 더불어 이로 인해 나타난 달러 약세(달러 막 찍어내니까요)와 친환경 정책(구리, 니켈, 코발트) 강화가 구조적으로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월 글 작성 때보다 더 올랐네요


"가격이 오른다는 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는 것"

20세기 이후 4차례 정도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있었다고 봅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와 오일쇼크, 그리고 중국의 산업화 과정이었습니다. 가장 최근 기억을 되살려 보면 중국이 전 세계 공장의 역할을 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저렴한 물건을 세계에 공급하던 시기죠. 중국 경제가 폭풍 성장했고 원자재와 기간산업 연관이 높았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이 주목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성장을 같이 즐겼던 시기입니다. 당연히 주식시장도 좋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읽힙니다. 아직 경제회복의 온기가 내 지갑까지 전해지진 않았지만 당장 중국과 미국 경기가 회복된다니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물건을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가 중국(25.8%)과 미국(14.5%)이거든요. 


다만 이런 다양한 원자재들의 가격 상승이 결국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존재합니다. 경제에서 이걸 조금 어렵게 표현해 인플레이션 압박 또는 우려라고 합니다. 경기회복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인플레 그러니까 물가 상승은 필연적입니다. 다만 속도와 강도의 문제이죠.

혹시 아시나요? 한국은행 입구에 들어가면  '물가안정' 이란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최고 목표가 물가를 잡는 것입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고 심지어 뿌린 돈도 거둬들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은 그걸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하죠. 실제 바이든 정부의 첫 재무부 장관인 재닛 앨런 역시 재정적자나 물가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며 일단 경제부터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붓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입니다. 너무 빨리 물가가 오르고 그 폭이 크다면 분명 중앙은행들은 부담감을 느낄 겁니다. 그 부담감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순간 시장은 꽤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http://bit.ly/3qzWfSR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2월 3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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