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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22. 2021

상하이 말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조작

2021년 3월 12일 탱고픽 위클리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요즘은 미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있죠. 뜨겁게 회복할 것 같던 경기가 어? 라는 물음표가 좀 생긴 거 같아요.
하지만 조만간 또 국채금리가 오르고 반드시 이 얘기는 나옵니다. 2008년, 2012년의 학습효과라고 할까요?

글의 작성 시점을 고려하셔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국내외 증시가 뚜렷한 상승을 하지 못하고 조금씩 뒤로 밀립니다. 지난해 처음 주식을 접해 이른바 불(Bull, 火)장만 경험한 분들은 요즘 하루하루 주식시장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 같네요. 증권시장에 경험이 많은 내로라는 재야의 고수들은 주식시장을 종종 등산에 비유하곤 합니다. 정상에 오르려면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야 한다는 거죠. 능선을 탈 때도 있고 골짜기를 지나야 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다만 방향은 정상을 향하고 있다는 전제 조건은 충족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간 정상에 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이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글 주제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입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조삼모사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를 아시나요?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인물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내서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꿔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잔 술수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빗댈 때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오페레이션 트위스트와 비슷합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이 단기 채권을 매도해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일종의 공개시장조작 방법입니다. 단기채권을 판 돈으로 장기채를 사면되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채권의 종류만 바꿨을 뿐 추가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줄이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도토리는 7개로 변화가 없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런 눈속임은 특정 상황에 금융시장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미국 10년 물 국채금리 상황을 봅시다.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니 오랫동안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등의 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는 장기채 발행(공급)은 계속해야 합니다.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얘기니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얘깁니다.(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장기채 금리의 오름폭이 커지니 주식시장은 불안해집니다. 장기채 금리를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줄이거나 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돈은 필요하니 채권 공급을 줄일  순 없고 경기 좋아지는 게 보이는데 장기채 수요가 느는 걸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이때 등장하는 묘안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입니다. 중앙은행이 단기채를 팔아서 그 돈으로 장기채를 사들이는 일종의 가(假) 수요를 만들어내 장기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겁니다. 자주 쓰이는 정책은 아닙니다. 미국 연준이 이 카드를 꺼낸 든 건 1961년이 처음이었고 그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다 2011년~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 사용했습니다.


사용 가능성 언급만으로도 효과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떠들고 놀 때 부모가 한마디 하죠. "너 그러다 혼난다." 순간 얌전해집니다. 아직 미국 연준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장기채 금리 강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살짝 이럴 때 꺼내 들 카드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러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여기저기서 언급됐고 장기채 금리의 급등세도 진정됐습니다. 더구나 국채를 발행할 때 연준은 시장에 일종의 수요 조사를 합니다. 보통 응찰률로 표현되는데요. 시장의 관심은 미국 10년 물 이상 장기채 응찰률이었습니다. 아직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장기채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에 알고 싶었던 거죠. 다행히 지난 2월보다 응찰률이 높게 나오면 시장은 다소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요즘 증권시장에 등장하는 용어들을 듣고 있자면 데자뷔 같습니다. 아니 데자뷔는 처음 경험하면서 이미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현상이니까 더 정확한 표현은 10년 전쯤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이라고 해야겠군요. 지난번 글에서 소개했던 테이퍼 텐트럼도 그렇고 이번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도 그렇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장했던 용어들입니다. 저만 이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니라 금융시장도 그렇고 시장 참여자들도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경험한 이슈고 조치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여러 이벤트를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진짜 롤러코스터 장세는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답니다) 어느 정도 예측도 되고 그러다 보니 전망들도 나옵니다. 이른바 학습효과입니다.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죠. 그런 면에서 코로나19로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시장의 여러 조치들은 불확실 성 속에서도 예측 가능 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측이 가능한 악재는 진정한 악재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죠.


지난 글을 보신 분들은 엄마와 딸의 카톡 대화로 테이퍼링과 테이퍼 텐트럼을 설명한 카드 뉴스 보셨을 겁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이전 꺼부터 보셔야 스토리가 더 잘 이해되실 겁니다.)


3월 3주 차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https://bit.ly/30Els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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