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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Sep 29. 2022

맞벌이 부부의 기념일 징크스

이벤트가 별거 있나요?

이번에도 또?!

소름이 돋는다. 비슷한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 이쯤 하면 징크스 맞네 맞아.


주말에 쉬는 나와 주말에 일을 하고 평일 하루 쉬는 남편이 아이들 없이 데이트를 하려면 내가 남편 쉬는 평일에 맞춰 휴가를 내야 한다(참고로 남편은 주말에 휴가를 쓸 수 없음). 아이들 때문에 변수가 많은지라 휴가는 항상 신중하게 쓸 수밖에 없기에 가끔 돌아오는 기념일에도 엄청 고민하며 서로 끝없는 조율 끝에 휴가를 정한다. 당일에 딱 맞춰 쉬긴 어려우니 언저리 평일을 잘 맞춰 근사한 식당에서 밥 한 끼 하고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 한 잔 하며 기념일을 축하한다. 아이들 없이 손발과 정신(?)이 자유로웠던, 우리의  신혼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데이트인 셈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가 모처럼 같이 쉬려고 휴가를 받으면 꼭 일이 터지는 거다. 올해 내 생일은 금요일이었다. 당일은 내가 일이 있기도 해서 주말 지나고 남편의 쉬는 날에 맞춰 미리 휴가를 냈더랬다. 그런데 금요일 밤부터 첫째 컨디션이 심상찮아 토요일 아침 혹시나 해서 자가키트를 해봤더니 두 줄이 떴다. 주말이라 전화를 여러 군데 돌려 신속항원을 해 준다는 이비인후과에 데려갔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둘째를 제외하고 남편과 나도 차례로 양성이 떠서 일주일간의 격리 생활이 시작됐다. 자연스레 우리의 데이트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집에서, 그것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 둘과 함께 찐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남편 생일. 남편과 스케줄을 조정해서 휴가를 맞추며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아, 설마 이번에도 애들 아파서 캔슬되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말이 씨가 되었던 걸까. 휴가 하루 전에 이번에는 둘째가 열이 난다며 어린이집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감기 기운이 있었던 터라 약 먹으면 되겠지 하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응? 수족구란다. 수족구는 영유아들이 많이 걸리는 병인데 입, 손, 발에 수포가 생겨 아이들이 먹는 것도 힘들어하고 전염성도 강해 나아질 때까지 격리가 필요한 병이다. 결국 둘째한테 첫째도 옮았고 증상은 첫째가 더 심해서 며칠동안 밥 먹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렇게 남편 생일을 기점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이쯤 되면, 진짜 우리 애들 엄마 아빠 둘이서만 놀러 가려는 거 아는 거 아냐?" 이번에도 들어맞은 기념일 징크스에 우리 부부는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일단 제일 좋아하는 건 아이들. 평소엔 저녁에나 만날 수 있는 엄마 아빠와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 부부도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전우애? 가 더더욱 강해졌다. 이런 강제 없이는 아이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려운 우리 부부에게 어쩌면 (가끔) 필요한 징크스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기념일 이벤트 별거 있나. 가족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 부부의 올해 기념일 이벤트는 충분했다고 본다. 그래도 얘들아~ 내년엔  살살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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