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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19. 2022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_1화

기억과 망각

그냥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그런 드라마가 있다. 내게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렇다. 이미 막을 내린 시즌 2 그래도 정리해두었던 글을 꺼내며 내 맘대로 소제목을 붙여서 리뷰하려고 한다. 두근두근 거리며 시청한 1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용도 좋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내용이라 역시 엄지 척.  그리고 잔잔한 감동과 눈물. 그중 내 마음에 남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가 병원에서 죽은 후에도 꾸준히 찾아오는 연우엄마. 특별한 용건이 없음에도 찾아오는 연우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간호사들과 전공의 장 겨울. 결국 겨울은 정원에게 묻는다. 왜 찾아오는지 알겠냐고? 


연우엄마는 연우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오시는 거야.

태어나서 계속 병원에 있었으니까 

병원 밖에서는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대화할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아이를 봐왔던 

담당의사와 간호사 빼고는.

그냥 연우 얘기가 하고 싶으신 거야.

영원히 오시는 분은 없어. 

언젠가 안 오실 거야.

결국은 잊어야 하니까.


결국 다시 오신 연우엄마에게 가을은 커피를 대접하면서 말한다. 언제든지 연우 얘기가 하고 싶어지면 오시라고.  여기 오면 사람들이 연우엄마라고 불러줘서 좋다고 하시는 연우엄마.


남들은 아픈 일인데 빨리 잊으라고들 하는데

저는 빨리 잊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 너무 잠깐 있었던 아이잖아요

저라도 우리 연우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선생님.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우리 아빠는 남들에 비해서 빨리 돌아가셨다. 60대에 돌아가셨으니. 간경화가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중환자실 들어간 지 6시간 만에 돌아가셨다. 나도 어렸고, 엄마도 젊으셨고. 그래도 경황 중에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모셨다. 

그런데 그 납골당 아빠 바로 옆칸에 이제 11살 된 남자아이가. 메이플 스토리 만화가 빼곡히 들어있었던. 

엄마.. 이 형도 이 만화 좋아했나 봐.

이번 신간인데. 엄마 나도 사줘요.

라고 말했던 겨우 10살이었던 내 아들.

그렇게 말하는 아들을 꼭 껴안고 저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맘이 먹먹해졌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작되기 전 2019년 추석. 아빠를 뵈러 갔는데, 그 옆칸의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조금은 놀랍기도 했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 부모가 이젠 덜 아프고 덜 기억하게 되었나 보다 싶어서. 하긴, 벌써 세월이 10년이 넘게 흘렀으니.




정원 교수의 말이 다시 생각이 난다.


영원히 오시는 분은 없어. 

언젠가 안 오실 거야.

결국은 잊어야 하니까...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다 보면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괴롭고 힘든 일 이런 걸 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올해는 아빠에게 갈 수 있겠지?

문득 아빠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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