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인 Jan 02. 2024

눈썹을 그리고 나가다

지역과 여성 #11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해방인가? 아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6시간 동안 타이머를 맞춘 기분이다. 분초를 다루며 또 다른 바쁜 일상을 보낸다.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지내고 잘 다니고 있다. 나도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까? 오소희 ‘엄마의 20년’이라는 책을 보면 눈썹을 그리고 집 밖을 나가 엄마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경제적인 일이든 아니든 간에 엄마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등원과 동시에 일체 가사를 하지 않고 나를 찾는 일을 찾아보라고 한다. 책의 표지에는 ‘나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을, 나만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라는 문구가 깊은 울림을 준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도서관에 가서 구미에 당기는 책을 시간 구애 없이 읽거나 2박 3일 지리산 종주도 다시 해보고 싶었다. 글도 꼬박꼬박 쓰고, 평소 관심 가는 사람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영감받고 싶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정하고,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아침 아이 등원 준비를 하며 나도 머리를 감고 눈썹을 그린다. ‘엄마의 20년’ 책의 문구를 떠올리며 ‘오늘도 잘 지내보자!’라고 다짐한다.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따듯한 음식으로 속을 데우고 아이와 함께 현관을 나선다. 그리고 카페든 도서관, 숲이든 나의 내면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 다이어리를 끄적이며 일상을 계획하거나 정리해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니 주변 사람들이 물어본다. “앞으로 뭘 할지 정했어요?” “아직이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나의 일을 찾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치고 나갈 줄 알았는데 나이 먹도록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공을 쌓고 방향 키를 잡고 있으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 테다.     


나는야 무슨 일이든 시작하고 해낼 수 있는 사람. 아이도 건강하게 출산하고 3년 동안 동고동락 즐겁게 양육했다. 이런 나는 무슨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 나를 지켜보고 지지해 주는 사람도 많아서 무한한 신뢰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뭐든 하기 좋은 시기. 자신감과 능력도 넘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은 아이가 등원을 하면 매일 눈썹을 그리고 나가는 것.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을 벌리자! DO I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