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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Apr 11. 2024

히피의 성지, 고아 안주나 해변? 요즘은 인도의 대천~

한국인의 휴양지 즐기기

곧이곧대로 말해주는 택시 기사가 인도에도 있다?

뭄바이에서 출발한 야간버스는 아침 8시 반쯤 고아의 중심도시(?) 맙사에 도착했다. 내렸더니 역시 툭툭 기사가 와서 달라붙는데, 깜짝 놀란 포인트가 있다. 보통 관광지의 택시/툭툭 기사들은 “로컬 버스 어디서 타?”라고 물으면 “여기 버스 없어”라고 대답하는데...! 


여기 아저씨들은 “저기 저 빌딩 뒤에서 버스와”라고 너무나 정직한 대답을 했다. 바라나시에서 뭘 물으면 ‘실버 스페셜 프레젠트 어쩌고저쩌고’라는 되지도 않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 한 명쯤은 로컬 버스가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버스 타는 곳을 열심히 알려줘서 진심으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이러면 너무 편하잖아…?’


드디어 그 유명한 도시, 고아에 왔다. 오늘은 북고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안주나 비치까지만 가면 드디어 마음껏 퍼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히피들이 떠나질 않고 죽치고 앉았다는 그 해변 안주나. 나도 그 해변 틈바구니에 끼어서 뒤늦은 히피 행세를 해 보리라. 기다려라 안주나!

툭툭 기사 아저씨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친 정류장 쪽으로 가니 행선지가 제각각인 로컬 버스가 손님을 기다린다. 제대로 된 표지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기에 외쳐보는 수밖에...


“안주나? 안주나! 안주나!!!”

역시나 착한 현지인들이 나의 부름에 응답해 준다. 

“저기 저 버스가 안주나 가는 버스야!”

“오케이 땡큐!” 



 짐짝처럼 실려가는 로컬 버스 30분

한국 기준으로 이미 예전에 만차 판정을 받았을 봉고를 개조한 버스에 나까지 꾸역꾸역 발을 딛어본다. 아, 역시 좌석은 없구나. 한 30분만 가면 된다고 하니 한번 실려가 볼까! 

차장이 다가와 요금을 걷는다. 요금은 50루피. 달란 대로 주고 나니 다른 아줌마한테는 더 적게 받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몇백 원 차이니 싸우지 않기로 한다. 어쨌든 택시보단 훨씬 싸니까. 배낭 하나 내려둘 곳 없이 둘러메고 좌로 우로 산길을 따라 실려가는데. 

‘아! 나 휴양지 가는 거 맞냐!’ 잠깐 우울한 생각이 들 뻔도 했으나. 그다음 골목에서 올라탄 사람은 말 그대로 몸을 반쯤 문밖으로 내고 달리는 것을 보니 내 처지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 이 정도면 럭키야..!’


물론 이 로컬 버스는 택시가 아니기에 내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지를 않는다. 그 사실을 알지만 정확히 나를 어디에 내려줄지 모르는 상태에서 버스에 실린 나는...? 그저 구글 지도에서 현 위치를 바라보며 조금만 더 숙소 쪽으로! 조금만 더 안쪽으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아무리 한국어로 기도해 보았자 인도 신은 알아듣지 못하시는 걸까! ‘제발 해변 쪽으로!’를 수없이 기도했지만 버스는 안주나 마을과 닿는 큰 길가에 나를 내려주고 떠났다. 

‘한국 부처님께 빌 걸 그랬어!’ 



지킬앤 하이드 같은 안주나

자 이제 앞뒤로 가방을 둘러메고 숙소까지 걸어볼까. 아뿔싸 구글맵을 찍어보니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고아의 해변 도시를 갈 사람은 알아두시라. 해변 도시에는 특별한 대중교통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한 오토바이 아재가 300루피 (5000원)을 불러서 도저히 수긍하지 못하고 끝끝내 그 길을 걸어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래, 아주 힘들지만 오히려 좋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 아직 가게들이 본격 오픈하기 전이라 거리는 고요하고 여행자들도 아직은 단잠 한가운데라 거리에는 소와 개만이 걸어 다닌다. 그래, 고요한 안주나를 살펴보는 거야. 세상에는 때때로 정신 승리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배낭 메고 30분을 걷는 순간이 때때로 그렇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모먼트

수많은 오토바이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고 끝끝내 걸어서 예약한 Neev 호텔 (kbh beach view가 바뀜)에 당도했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으므로 체크인은 물론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우선 왔음을 알렸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바로 방을 안내해 주고 들어가라고 하잖아? 아침부터 땀으로 샤워했는데 이렇게 고마울 데가! 수상하게 부킹닷컴에 리뷰가 없던 Neev 호텔은 우려보다 시설이 훨씬 괜찮았다.

1박에 850루피인데 방에 침대가 2개 있으며 해바라기 샤워까지 가능하다니. 뭄바이에서 감옥을 연상케하는 1인실에 지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kbh beach view 주소 : 73/41, Monteiro Vaddo, Anjuna, Goa 403509 인도)

해 뜨기 시작하는 해변을 따라 가방 메고 한참을 걸어왔더니 기운이 쪽 빠졌다. 시원하게 샤워를 한 판 하고 K-브런치로 가방에 있던 신라면 소 컵을 2개 끓여 먹어 버리고 말았다. 이어지는 낮잠까지. 아, 이게 휴양이지. 



고아에는 German Bakery가 많다

알람 없이 푸근히 자고 오후 3시쯤 눈을 떴다. 숙소 위치를 참 잘 잡은 게, 바로 앞에 해변이, 그 옆으로는 플리마켓 (이라 쓰고 상설 마켓이라 읽음)이 있다. 플리마켓이라 호소하는 상설 마켓을 슬쩍 구경한 뒤 진정한 점심을 먹으러 ‘German Bakery’로 걸어갔다. 

안주나 등의 해변 도시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 빌리기 VS 그저 걷기’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운전에 미숙한 나는 ‘그저 걷기’를 택했다. 저먼 베이커리는 70-80년도 안주나 비치가 최고 전성기던 시절 히피들의 본거지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 보니 별로 사람이 없었다.  

절대적으로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 가격
그런데도 나름 맛나서 억울

Bakery라는 명칭답게 가니까 빵과 케이크도 많았는데, 보기엔 왠지 인도 빵같이 퍽퍽하고 맛없어 보였는지만(^^) 먹어보니 의외로 괜찮아서 놀랐다. 망고 무스와 ‘촉촉한(자기들이 촉촉하다고 써 둠) 당근 케이크를 먹으니 기대 이상. 

여기서 한참 앉아서 안주나의 느낌(?)을 흡수하고 있는데, 앞에 주황 머리를 한 아시안 걸이 “Are you korean”이냐고 물어왔다. 오잉? 한국인은 아닌 것 같았는데.

“Yes. you?”

끄덕끄덕...?

알고 보니 그녀는 영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이었고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어가 바로 안 나와서 내게도 한국인이냐고 영어로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영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우중충한 영국 1월 날씨를 피해 남인도로 여행을 왔다고. 세상은 넓지만 은근 한국 사람이 많다. 오래간만에 한국어를 해서 신난다는 그녀와 잠시간 떠들다가 그녀가 매일 들렀다는 탈리 집을 추천받아 저녁은 그 집으로 향했다. 



Ramesh Restaurant, 너 내 백반집이 돼라


German Bakery에서 2분 거리인 식당은 새우 오징어 등으로 만든 해산물 탈리를 주로 팔았다. 탈리는 우리로 치면 ‘백반’쯤 되는 인도 음식 포지션으로, 우리가 흔히 커리라고 부르는 여러 인도식 반찬을 밥 또는 빵과 함께 먹는 한 그릇 음식. 슬쩍 본 주방이 청결해서 바로 호감이 상승했다. 과연 맛도 이에 부합할까? 

주문 즉시 할머니와 딸이 요리하는 인도 백반은 반찬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맛이지만 의외로 또 입에 맞았다. 호감도가 200% 상승해버렸다. (이후 안주나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방문함.) 새우 탈리의 메인 반찬(?)인 새우구이는 바삭한 가루를 묻혀서 구운 새우가 바로 맥주 생각이 날 정도였다. 해물은 청결도가 중요해서 인도에서 참 먹기 꺼려지는데, 이 정도 정갈함이라면 매일 먹어도 될 것 같다. 

(Ramesh Restaurant  주소 : House.no 954/7, Pequem, Peddem, Monteiro Vaddo, Anjuna, Goa 403509 인도)



인도 카스 = 킹피셔

그리곤 그 앞에서 보이는 wine store에서 인도의 대표 맥주 킹 피셔를 샀다. 인도는 마트마다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지정된 wine shop에서만 술을 살 수 있는데, 밥집 앞에서 딱 술 가게를 발견해서 기쁜 마음으로(?) 맥주를 샀다.  

녹색 킹피셔는 80루피, 노란 킹피셔는 120루피. 뭔가 차이가 있는 것 같았는데, 마셔보니 확실히 비싼 게 더 맛있다.



인도 대천 = 안주나

낮에는 너무 더워서 앉을 엄두도 안나던 안주나 비치에 해가 지고 나서야 왔다. 현지인들도 마찬가지인 듯. 낮보다 10배는 사람이 많고 꿍쩍꿍쩍 음악이 해변 가게를 따라 어디서든 흘러나온다. 참 인도 사람도 흥이 많다.  

과거 히피가 점령했던 안주나 해변은 오늘날 인도 현지인들의 휴양 도시가 되어버렸다. 내가 느낀 바는 딱 ‘대천 해수욕장’ 같달까. 물은 그리 맑지 않으나 찾는 사람이 많아 계속 사람이 몰리는 서해안의 해변 어디쯤 같았다. 

별안간 마주친 불 쇼

히피가 떠난 자리는 인도 현지인이 가득 메웠다. 해변을 따라 큰 스피커로 음악을 경쟁적으로 틀어대는 해변의 바에는 80%의 인도인과 20%의 외국인이 가득했다. 어떤 분위기 좋은 가게는 입장료만 1000루피(우리 돈 16000원으로 인도 물가에 비하면 싸지 않음)라고 하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오늘은 사 온 맥주가 있어서 오늘은 노상 맥주(?)를 까기로. 시끌벅적함을 그리 즐기지 않는지 해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던 다른 인도 여행자도 합세해서 짧은 영어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 한 캔을 비웠다. 

영락없는 유원지 바이브

인도인도, 서양인도, 나 같은 동양인도 많은 안주나 비치. 과거 인도 해변의 대표주자로 히피즘의 모태가 된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인도인이 사랑하는 시끌벅적한 트랜스 음악만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묵는 동안 히피스러운(?) 인간은 딱 두 팀 밖에 보지 못했으니. 이제는 고아=인도의 대천이라고 불러야 맞다. 

클럽 안 좋아하는 사람이 안주나에서 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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