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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Apr 17. 2024

천국에서의 배탈 절정

팔롤렘 해변이라면 물갈이도 떠나갈까요...?

천국에서의 배탈 절정 DAY 

어제 고작 90km를 이동하는 인도식 대이동을 마쳤다. 원래도 이동은 나름대로 피곤한데, 거기다가 물갈이까지 시작되었으니. 팔롤렘에서 첫날은 영 기력이 없이 눈을 떴다.


한국에서는 거의 겪을 일이 없는 식중독. 사실 요즘 어지간한 다른 나라도 기초적인 위생은 담보되어 있기에 6년 전 북인도에서 식중독을 겪은 뒤 이번이 해외여행에서 오랜만에 겪는 물갈이다.  

숙소 입구인데 식당 간판만 달려있다...

워낙에 유명하고 번화한 안주나 해변과 달리 팔롤렘은 숙소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만원에 해변에서 1분 거리 싱글룸에 묵던 안주나에서와는 달리 고아의 남쪽 끝 팔롤렘은 숙소가 꽤나 비싸서 도미토리를 택했다. 다행히 이곳까지 굴러와 나와 한 방을 쓰는 여행객은 다들 꽤나 게으름뱅이라 첫 날은 늦잠을 잤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다섯 번은 깼다.)


해변가에서 내가 꿈꾸던 일상은, 느즈막히 일어나 저렴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커피와 함께 먹고 수영하고 낮잠 자는 시간이었는데. 물갈이가 시작되니 밥 생각이 안난다.... 



요양 DAY _ 소심한 탐험 시작

그리하여 오늘의 할 일은 (슬프게도) 화장실 위치가 담보된 곳들을 탐험하기.  

방을 떠나기가 조금 두려워서 침대에 누워서 빈둥대다가 점심 때가 다 되어 숙소 앞 해변을 보러 나왔다. 안주나보다 훨씬 낫다.

 물빛도 어둡고 기름 때가 둥둥 떠 있어서 들어가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던 안주나 해변과 달리, 팔롤렘은 드디어 물이 맑다. 하 저 바다에서 개헤엄을 치러 왔는데.... 오늘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무리겠다.  

해변가의 식당에서도 안주나와 팔롤렘 해변는 여행객의 방문 목적이 확연히 다름이 느껴졌다. 유사 클럽처럼 실내를 크게 꾸며둔 안주나 해변가 식당과는 달리, 팔롤렘 해변 식당은 실내 공간은 작고 바닷가에 크게 자리를 펴 뒀다. 식당마다 선베드와 비치 파라솔을 쭈욱 깔아두고 손님을 유인하는데, 해변에 당도하여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오늘 누울 곳은 여기다’ 결심이 섰다. 

 오늘은 요양-데이다. 선베드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둔 집을 선택했다. 메뉴 같은 건 어때도 상관이 없다.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미안하지만 우선 커피만 한 잔을 주문했다. 밀크 커피를 시켰는데, 데운 우유에 가루 커피를 한 숟갈 턱- 떠 넣은 터프한 커피가 나온다. 웃겨 정말.. 저어는 줄 것이지... 돈 안되는 커피만 마시는 손님도 누울 수 있게 해 주는 게 고마우니까... 그냥 내가 열심히 저었다. 

인도 친구들에게 볼하트 및 K-하트 전수

옆 선베드에는 델리에서 남2여2로 여행 온 인도 여행자들이 열심히 릴스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당연히 커플일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고등학교 친구들이라고. 델리(서울)에서 고아(서해안)까지 휴가를 왔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놀러도 오는구나. 인도를 너무 꽉 막힌 나라로 상상했나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지만, 그 4명 친구들은 때깔(?)도 참으로 좋았다. 13억 인구 인도에는 부자도 많다는데, 그런 느낌이 났다. 

이렇게 시간을 흘리고 흘려보내다가 팔롤렘에서 1달 살기를 한다는 나0씨를 만나 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여기서 요가도 배우고 식당에서 일도 하면서 지낸다는데. 엄청나게 씩씩한 그녀를 보니 덩달이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지에서 내가 막내일 때가 많았는데, 어느덧 훨씬 어린 동생들이 더 많이 나와 있다. 나는 똑같다고 느끼는데 세월이 조금은 흐른 게 실감 나는 부분. 나와 같은 30대들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눈물)



네팔사람이 하는 서양식당

나는 본래 혈당이 요동쳐서 배고픔을 강력하게 느끼는 돼지보스인데, 설사 걱정에 요 며칠은 밥 생각도 안났다... 그래도 한 끼는 먹어보려 점심 겸 저녁은 나영씨가 추천해준 KARMA카페에 갔다. 카르마 카페는 그간 봐 온 ‘전형적인 외국인(주로 서양) 여행자 타겟’ 레스토랑이라 그 야무진 구성에 코 웃음이 날 정도였다. 

크레페, 스무디, 아보카도, 치아씨드. 어찌나 젊은 서양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야무지게 박아두었는지. 하지만 이 식당도 네팔 사람이 운영하는 게 틀림없다. 메뉴판에서 뚝바를 봤거든. 고아 특히 남고아에는 돈 벌로 온 네팔 사람이 많았다. 후에 이야기 나누어보니 네팔에서는 자신들이 할 일이 없어서 그나마 관광객이 몰리는 이곳으로 와 장사를 한다고. 네팔 사람이 만드는 퓨전 서양 요리라. 기대를 갖고 팬케이크를 하나 시켰다. 올라가는 과일에 따라서 종류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POWER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파워가 없으므로... 


네팔 리가 말아주는 크레페는 아주 기본적인 맛이 났다. 화장실을 드나들며 마주친 앳된 네팔 요리사의 얼굴이 스치는 맛이었다. 

이즈음에는 인도 음식을 먹고 물갈이가 나서 그런지 통 인도 음식은 먹기가 싫고 서양 음식 아니면 그나마 가까운 맛인 중국 음식만 먹고 싶었다. (입은 여행 중반부 이후에 터진다.)



진짜로 살 것 없던 차우디 마켓
귀여운 슈퍼집 아들 산미
종이 비행기를 이렇게 날리기에
K-비행기 접기를 전수하고 친해졌다
엄마가 와서 집에 가는 인도 어린이

그리곤 팔자 좋게 숙소에서 낮잠을 자다가 해질 때쯤에 chaudi마켓에 가 보았다. 해변에서 차우디마켓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는데, 해 없는 하늘 아래는 마을을 구경하며 걸을만 했다. 가는 길에 다리가 아파 앉은 마켓에서 통통하고 귀여운 슈퍼집 아들 산미도 만나서 K-비행기도 전수했다.  

신발 3000원, 바지 1500원

해변에서 입을 옷을 좀 사 볼까 하고 1시간 걸어 차우디 마켓까지 갔는데! 차우디 마켓은 뭄바이 크라포드 마켓 보다도 훨씬 더 시골의-생필품위주의-현지인 마켓이라 눈에 차는 옷이 없었다. 

(Chaudi Market : 224W+H9Q, Chauri, Canacona, Goa 403702 인도)

10루피 골라골라샵 - 뭐든 150원

한국엔 1000원짜리 다이소가 있다면, 인도에는 10루피짜리(150원) 골라골라샵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왔다. 

어둠의 길거리 타투샵...
차우디 마켓 안에는 작은 놀이동산이 있다
여기서도 회오리 감자가 인기
유튜브에서 한번 본 것 같은 즉석 인도 과자 제조
열심히 골라보았지만 여행자의 눈에 차는 건 없었다

아, 하나 산 것이 있구나. 30루피짜리 터키 반지를 하나 재미로 껴 보려 샀는데, 한 일주일끼고 바다에 들어가니 도금이 벗겨졌다. 차고다닌 부위에 쇳독이 올랐는데 그것마저 인도스러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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