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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은 어려워

깨 솔솔 햄버거빵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3주째 새 글이 올라오지 않으니 브런치에서 나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알람이 울린다. 아, 보고 있자니 짜증이 확 난다. 꾸준함이 재능이 되다니, 나름대로 꼬박꼬박 잘 쓰다 겨우 3번 못 쓴 것인데 이런 내 마음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하면 재능이고 뭐고 국물도 없다는 것처럼 나를 아주 놀려먹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브런치는 잘못이 없다.)     




 ‘꾸준함’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인 ‘글쓰기’를 점검하고, 다독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것을 강력하게 의심하게 하는 단어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넌 왜 이렇게 끈기가 없니? 한 가지를 꾸준히 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는 평생직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자리를 구할 때도 1년 계약직이라고 쓰여있으면 오히려 좋았다. 게다가 1년 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한 푼 아쉬운 줄 모르고 돈을 버는 족족 새로운 것을 배우러 다녔다. 그것들로도 해소되지 않을 때는 배낭 하다 달랑 메고 한 달 동안 전국을 여행했다.


 엄마는 시간이 흐를수록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를 늘 걱정하셨고,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은 이런 내 모습이 용감하다며 부럽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용감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몰두할 용기가 없었고, 내가 원하는 삶은 문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렇지만 딱 한 가지, 그 시절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소소하게나마 글로 기록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글 쓰기에 진심인지 혼자 보더라도 증명해야겠다 싶어 아주 오랜만에, 지금은 전부 비공개로 해둔 내 블로그의 글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매우 감상적이 되어 맥주까지 꺼내 마시다 결국, 글은 또 쓰다 말았다.




 거의 한 달째, A4 한 쪽짜리 글도 쓰지 못하는 것을 자책하다 ‘아니, 글을 쓰지 않아도 내가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데 왜 이렇게 쓰지 못해서 안달인가? 자상한 남편도 있고,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남의 인생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나 자신에게 소름이 끼쳤다!


 아, 자아실현의 길은 멀고도 멀다. 달력에서 글을 쓰지 않은 날을 지우라면 어떤 시기의 달력은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운 빙고판 같지만 그래도 언제나 글쓰기는 나와 함께 했다. 비록, 이 글을 쓰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어도 마침내 한쪽을 채웠고 곧 브런치의 채찍 같은 알림에 응답할 것이다. 2월에는 일주일에 한 편씩 꼬박꼬박 글을 올려야지.


 ‘카톡’

 나의 다짐을 축하하듯 두루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이번 달 계획표와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 그리고 언제나 공지사항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

 

 ‘성실함이 곧 특별함이다.’

 환장하겠네. 꾸준함의 압박을 겨우 달랬더니만 이번에는 성실함이냐?




 오늘은 인내심의 결정판이자 내가 만들어본 과자랑 빵 중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던 햄버거 빵. 과정은 힘들었지만 햄버거 빵을 완성한 후부터 제빵은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햄버거는 사 먹고 빵 반죽할 시간에 글을 쓰는 걸로.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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