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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Feb 20. 2022

왜 나는 몸에 집착하고 있을까?

동작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이 요가를 하는 이유인데 말이지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이야. 벌써 2주라는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요가 수업을 했다. 지난 2주간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였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집중하는 것을 다시금 알아차리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지난 월요일에 월경이 시작되어 무거운 몸도, 들쑥 날쑥한 마음도 달래고자 집에서 휴식기를 가지다 금요일에 오랜만에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였다.


깊지만 무겁지 않은, 밖(몸의 형태)이 아니라 안(에너지)을 따르는, 언제나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선생님의 수업을 오랜만에 듣고 마음이 너무 편안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순수한 즐거움, 순수한 기쁨이 요가를 하는 목적인데, 내가 요가라는 그 틀에 집착하고 있었구나'.


내가 요가를 하는 큰 이유는 고요하고 평온해지는 마음이다. 요가를 잘하던 못하던, 수련을 하고 나면 평온해지고 따뜻해지는 마음이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이다. 


한  주간 집에서 쉬면서, 나에게 스스로 쉬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 시간이 사실 불안했다. 수련하지 않으면 금세 몸이 뻣뻣해질 것 같고, 하고 싶던 동작들을 빨리 연습해야 될 것 같고, 명상을 안 하면 그동안 해왔던 집중도와 깊이를 다시 만나기에 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두려웠다. 쉬자고 했는데 마음은 전혀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요가의 동작을 만드는 게, 명상의 자세를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닌데 그것이 최종 목적인 것처럼 집착하고 있었다. 무엇이 나를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누구도 나에게 수련하라고 하지 않았고, 못한다고 잘한다고 더 해야 한다고 쉬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내 안에서 만든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들이 만들어낸 불안함이었다. 더 잘해야 한다. 어려운 동작도 해야 한다. 요가 강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수련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동작과 행테, 시간에 집착했던 것 같다. 수련하지 않은 나를 내가 인정하기 어려웠고, 포기하는 것 같았다.


이런 알아차림과 함께 준비했던 두 번째 수업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전굴에 중점을 둔 하타요가를 준비했으나 어려운 동작들을 다 빼고 쉽게 가볍게 바꿨다. 그리고 수업 날 아침 친구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20분 정도 차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요가를 시작했다. 음악도 내가 아닌 친구가 릴랙스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틀기로 하여 잔잔한 랩을 틀고 요가를 했다.


가볍게 준비했다고 해도 햄스트링과 힙을 여는 동작들이라 상당히 아픈? 힘든 요가가 되었지만 억지로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에 머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나 또한 함께 동작들을 이어나가며 그때그때 느껴지는 또 집중해야 할 부분을 함께 느끼고 나누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중 가장 많이 한 말은 '그 타이트한 부분을 잡고 있지 마, let go. 숨과 함께 놓아봐. 릴랙스'였다. 


나도 그렇지만, 골반을 여는 자세는 힘들고 아프다. 그래서 더 몸이 긴장되는데, 마시는 숨에 타이트한 부분으로 숨을 보내고 내쉬는 숨에 그 부분을 천천히 이완하면 더 깊게 열린다. 


또 전굴을 할 때 구부리는 것에 몰두하면 특히 어깨와 등이 쪼이고 긴장이 많이 들어가는데, 숙이는 것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우선 무릎을 구부려서 허벅지와 배가 닿게 해야 한다. 전굴 자세를 하면 천골이 몸통과 척추의 무게가 가는 쪽(구부려지는 쪽)으로 당겨지는데, 이때 무릎을 펴면 햄스트링이 팽팽해지고 골반이 햄스트링 쪽 (다리 쪽)으로 당겨진 게 된다. 즉, 천골과 골반이 서로 반대쪽으로 당겨진다. 무릎을 구부리면 햄스트링에 여유가 생겨 골반이 천골과 같은 몸통 방향으로 향하게 되어, 천장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몸통을 구부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게 되면 어깨 또한 좀 더 릴랙스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등을 양옆으로 확장하는 전인, 날개뼈는 아래로 하강을 하면 더욱 좋다. 

 

에너지 적으로던 해부학 적으로던 심하게 구부리고 숙이는 것, 즉 몸에 집착하는 것, 은 좋지 않다. 열정이 가득한 친구라 더 구부리고, 더 뻗으려고 하는 걸 알기에, 힘 빼는 것을 더 많이 말하기도 하였고 또한 몸의 60%의 에너지만 써써 스트레스가 아닌 이완과 릴랙스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두 번째 수업에서도 영어로 설명하는 것은 여전히 버벅거렸지만 핸즈온과 동작 시범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세 번째 수업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한 시간의 요가가 끝나고 차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음이 참 평온했다. 친구 또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자신의 상태에 머물며 힘을 빼고 형태의 집착을 내려놓는 시간 후 평온해지는 마음. 이것이 요가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수업을 통해 다시금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를 되뇌게 되었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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